국내에서는 이 에피소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웃어넘겼지만 해외 게임 팬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당시 해외 게이머들 사이에는 “한국 게이머들을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지만 한국시간으로 자정까지만 버티면 이길 수 있다”는 조롱 섞인 말까지 나돌았다.
2011년 청소년보호법 개정으로 시행된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이 장시간 게임에 몰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게임을 할 수 없다. 현재 이 제도를 시행 중인 국가는 딱 3개국이다. 중국과 태국, 그리고 한국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셧다운제 논란에 불을 당긴 이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정 장관은 지난 4일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셧다운제 폐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셧다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게임업계는 “셧다운제는 현정부의 정책과 맞지 않는다”며 즉각 반발했다.
게임업계가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효성 없이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것. 여성가족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 실태 조사보고서’에서도 셧다운제도 시행 후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 시간이 0.3% 감소한 데 반해 게임이용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비율은 40%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업계는 “셧다운제 도입으로 가시적인 성과는 얻지 못한 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키웠다”며 “셧다운제는 게임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의 반대에도 셧다운제가 폐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가 유권자의 다수인 학부모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고 이미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관련 헌법소원에 기각(합헌) 판정을 내린 상태여서 여러모로 첩첩산중이다. 그럼에도 셧다운제가 글로벌트렌드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적 규제라는 건 짚고 넘어가고 싶다.
예컨대 미국 사법부의 경우 비슷한 사안을 두고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2011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성년자에게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을 판매·대여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캘리포니아주의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게임도 예술의 한 장르”라며 “책이나 만화, 연극처럼 언론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의 보호대상”이라고 결론내렸다. 당시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원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미성년자를 위해로부터 보호할 권한은 있지만 미리 판단해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권한은 있을 수 없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7호(2017년 7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