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6일 금융위원회와 코스콤의 주도로 시행된 1차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테스트베드가 종료됐고 같은 달 30일 최종 심의결과가 발표됐다. 이후 국내증권사들이 인공지능(AI)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상품과 서비스 출시 경쟁에 뛰어들었고 최근 이 로보어드바이저가 업계 내 ‘라이징스타’가 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해 이달부터 증권업계 내 본격적인 로보어드바이저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SK증권 등 ‘4파전’ 구도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키움증권 본사. /사진제공=키움증권

◆키움·SK증권 필두로 ‘격돌’

증권업계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서비스를 선보인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일찍부터 핵심인력을 모아 로보어드바이저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2015년 9월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관련 특허 출원에 성공하면서 업계 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2월 ‘하이 로키(ROKI)1 글로벌어드바이저 펀드’ 출시를 시작으로 올 2월에는 ‘키움 로키(ROKI)1 멀티에셋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출시하는 등 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참여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또한 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참여한 키움 글로벌자산배분형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업그레이드한 자산배분형 모델인 ‘키움 멀티에셋’이 2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도 참여했다. 아울러 국내 상장 종목을 10개 섹터로 분류하고 시가총액과 유동성을 고려해 주가 상승이 가장 높게 예상되는 섹터별로 1개 종목에 투자하는 ‘키움 모멘텀’도 2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참여 중이다. 키움 모멘텀은 지난달 22일 발표된 2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전체 22개 알고리즘 중 모든 유형(적극투자형·위험중립형·안정추구형)의 1개월 수익률에서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하반기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탑재한 랩어카운트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이미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로보어드바이저서비스를 출시한 SK증권은 고도화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 중이다. SK증권은 대부분의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유형에서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과했다. 특히 적극투자형에서 가장 높은 7.12%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기존 로보어드바이저에서 자문기능을 강화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SK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투자자문사와 제휴를 통해 로보랩 상품을 판매 중이다. 로보랩은 사람과 알고리즘이 결합된 형태로 로봇에 의해 결정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매매 실행 단계에서 운용 전문인력이 최종 점검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SK증권 관계자는 “저금리시대에 변동성이 적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중위험·중수익 투자자에게 적합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문서비스를 개발 중”이라며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 브랜드를 출시해 ‘신개념 모바일자산관리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 본사. /사진제공=NH투자증권

◆NH투자·대신증권 등 ‘가세’
대형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이 눈에 띈다. NH투자증권은 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서 해외형 누적수익률 1위를 기록한 ‘QV 글로벌 자산배분’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QV 글로벌 로보랩’을 지난 5월 말 출시했다. NH투자증권이 자체개발한 QV 글로벌 자산배분은 대표적인 위험기반 자산배분 모델을 활용한 자산별 위험배분(Risk Budgeting)을 통해 위험관리를 안정적으로 하는 데 중점을 뒀다.

QV 글로벌 로보랩은 국내 최초로 인력 개입이 없는 로보어드바이저 랩으로 미국에 상장된 약 1800개의 글로벌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3일 로보 어카운트 리밸런싱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한 NH투자증권의 ‘QV 연금포트폴리오’가 2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참여 중이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상품은 다양한 글로벌자산에 투자해 포트폴리오 분산도를 극대화한다.

지난 17일에는 대신증권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하며 업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서비스는 기존 자산배분형의 수익률 쏠림 현상을 완화한 블랙리터만 모형을 탑재한 ‘대신[로보어드바이저]’를 기반으로 국내에 상장된 대표 ETF에 투자하는 서비스다. 유형은 자문형 서비스와 일임형 랩어카운트, 펀드형 등 세가지다.

대신증권이 개발한 알고리즘인 대신로보어드바이저는 머신러닝기법을 활용해 시장을 전망한다. 사람의 정성적인 판단이 개입되는 타사 로보어드바이저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일반적으로 모델링이나 로직 구성단계에서는 개발자의 주관적 견해가 반영되지만 대신로보어드바이저는 이를 배제한 게 특징이다. 대신로보어드바이저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자산배분형 알고리즘으로 고객 투자성향별로 위험 수준에 따라 상품 유형을 달리한다. 자산배분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도록 설계된 점이 장점이다.

증권업계 내 본격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개발과 함께 일각에서는 이 알고리즘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휴먼어드바이저(사람)를 대체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며 “아직은 테스트베드 중이고 간단하게 투자하는 정도까지만 개발됐기 때문에 대부분의 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간의 개입을 완벽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7호(2017년 7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