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쏠리드 본사. /사진=박흥순 기자

2015년 팬택을 인수한 쏠리드가 사물인터넷(IoT) 사업분야 매각을 추진하면서 SKY의 영광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다.
25일 서울 논현동 팬택 사무실에서 정준 쏠리드 대표와 팀장급 직원 10여명은 긴급 미팅을 열고 팬택 IoT 사업 매각을 공식화했다. 팬택의 마지막 남은 사업분야인 IoT 사업이 매각되면 팬택은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쏠리드는 2015년 12월 팬택을 인수했다. 한달후인 6월 22일에는 새로운 스마트폰인 ‘IM-100’을 출시했다. ‘아임백’이라는 모델명 답게 팬택은 화려한 복귀를 하는 듯 했다. 무선충전기와 블루투스 스피커를 결합한 ‘스톤’을 기본 패키지에 포함시키며 피쳐폰 시절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IM-100’은 두달만에 생산을 완전 중단, 총 13만대라는 부진한 판매 실적을 보였다. 이에 팬택은 지난 5월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히 종료하며 IoT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번 퍼즐이 어그러지기 시작하자 공든 탑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무너졌다. IoT 사업에 매진하겠다고 천명한 지 두달 만인 25일 IoT 사업도 매각을 선언한 것.

현재 쏠리드는 팬택의 IoT 모듈사업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 전자업체가 팬택의 IoT 모듈사업 인수 의사를 밝힌 가운데 쏠리드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매각대상은 ▲팬택 고객사 영업권 ▲개발 중인 신제품 ▲연구용 기자재 ▲제품 및 자재 ▲생산 자료 ▲업데이트용 서버 등 IoT 관련 사업 전부다. 협상 가격은 14~15억원 수준으로 관측된다.


이번 매각협상에서 50여명의 팬택 직원들에 대한 고용승계 여부는 명확하게 결론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 일각에 의하면 쏠리드가 팬택을 인수할 당시 3년 고용승계를 보장받았던 만큼 그에 관한 요구사항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2월 쏠리드는 옵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팬택을 인수했다. 당시까지만해도 스마트폰·웨어러블·IoT·해외조인트벤처 등 4대 사업을 갖춰 팬택이 회생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쏠리드도 초창기에는 의욕적으로 팬택을 회생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늘어나는 적자에 부담을 느끼고 현재는 투자금 회수에 나선 상황이다.

문제는 팬택이 보유한 특허를 해외기업에 대거 매각하면서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쏠리드는 지난해에만 230여건에 달하는 특허를 해외기업에 처분하면서 수백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이번 IoT 사업도 매각하게 된다면 팬택은 소멸하고 쏠리드는 팬택의 남은 IoT 관련 특허를 손에 쥐게 된다. 지난 1분기 기준 팬택은 국내특허 2036건, 해외특허 1111건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쏠리드가 팬택의 IoT 사업을 매각하면 팬택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투자기업의 관점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나 쏠리드가 팬택을 인수하면서 밝힌 회생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업계에서 말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