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직원들이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시연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카카오뱅크에 마이너스통장을 신청했더니 갑자기 한도가 줄었다. 출범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부터 자본금 여력이 없는 것 아니냐" (A은행 소비자금융 본부장)"카카오뱅크가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줄이고 속도조절에 나섰다. 연 2.85%의 금리에 최대한도 1억5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웠지만 폭발적인 증가세를 감당하지 못한 듯 하다" (B은행 여신금융 부행장)
3일 카카오뱅크가 마이너스 통장한도를 줄이자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늘어나는 대출로 예대율 관리와 리스크 문제에 부담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1주일 만에 고객 150만명, 여수신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3일 오전 7시 기준 카카오뱅크의 대출액은 4970억원, 수신액은 6530억원으로 총 여수신액은 1조15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예대율은 76%다. 체크카드 가입자는 같은 시간 기준으로 103만2920명을 기록했다. 이는 계좌를 개설한 전체 가입자의 68%에 해당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실제 마이너스 통장 계좌를 개설 해놓고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개인별 신용도에 따라 한도를 엄격하게 관리하기로 한 것"이라며 "다만 금리 수준과 최고 한도인 1억5000만원은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출범 초반 무리하게 대출 조건을 내걸었다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일단 한도액이 나오면 대출로 잡혀 은행에서는 그 액수만큼 충당금을 쌓아놓아야 한다. 그러나 대출의 특성상 고객들이 한도만큼 금액을 다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이자수익을 얻는 것보다 충당금을 더 안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시중 은행들은 통상 마이너스통장 대출에 한해서는 일반 신용대출에 비해 높은 금리를 부과하거나 더 깐깐한 심사기준을 적용한다. 은행권에선 1~3등급의 고신용자들에 대해서도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경우 연 4~5%의 금리를 매기는 반면 카카오뱅크의 금리는 최저 연 2.85%로 낮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경우 안정적인 대출 공급이 가능한 예대율을 80% 정도로 잡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이를 훌쩍 넘길 수 있다"며 "카카오뱅크는 자산규모도 적은데 다 금리도 낮게 적용해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늘어나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와 같은 대출 중단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주주인 한국금융투자지주가 2000억원대의 자금을 예치하는 컨티전시 플랜 등 다양한 자금 확충 시나리오를 준비해 올 연말까지는 증자 없이도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는 "대출 중단은 없다. 자금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증자할 것이고 BIS비율 맞추는 것 문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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