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윤신 기자
지난 3일 출근길 전철을 기다리던 중 안내 전광판의 생소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지연운전으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관리하는 전 역사 전광판에 나온 문구다.
노조는 코레일이 내보낸 이런 문구가 ‘악의적 호도’라고 말한다. 지난해 개정된 철도안전법이 지난달 25일 실시되며 기관사들은 평소보다 느리게 운전하고 있다. 개정된 철도안전법상 기준속도를 1km만 초과해도 기관사에게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 속도위반이 적발될 경우 회차에 따라 30만~150만원의 과태료와 함께 면허정지 처분도 내려진다.
철도노조는 “해당법안은 기관사의 업무 부담은 물론 처벌에 대한 공포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어 기관사의 심리가 위축되고 이는 안전운행의 심각한 방해요소로 작용한다”며 “철도안전법 시행령상 과태료 부과기준의 시행을 유보할 것을 요구하며 안전 준법운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운행을 놓고 노조는 ‘준법운행’이라고 말하는 반면 코레일은 ‘지연운행’이라고 보는 것이다. 판단은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전광판 문구의 문제는 맥락에 대한 아무런 부연설명 없이 승객들에게 지연운행이라는 시각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구를 본 일반 승객들은 그저 '노조가 또 땡깡을 부린다'고 여길 것이다. 논리와 합리성보다는 이념과 여론싸움에만 매몰된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어둠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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