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은 친동생이 운영하는 치즈회사를 거래에 끼워넣어 가맹점주들에게 총 57억원의 ‘통행세’를 거둬들였다. 이에 항의하는 가맹점주는 보복조치로 응징했다. 본사에서 탈퇴한 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는 정 전 회장에게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여기에 보복출점까지 더해져 살 길이 없어지자 그는 결국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프랜차이즈산업은 급성장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숨어있다.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무너지는 가맹본사가 속출하고 '갑질' 오너들의 패악이 가맹점주의 피해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회장 대신 사과하는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 /사진=뉴시스 임태훈 기자

◆‘권유’에 가려진 은근한 ‘갑질’ 
“본사에선 늘 ‘권유’라고 말하죠. 일정 금액 이상 사는 고객한테 선물을 증정하는데 본사에서 그 물품을 미리 사두는 식이에요. 그나마 사은품 사는 것은 덜 부담스러운데 리모델링은 버는 돈보다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 보니 타격이 커요. 매번 말은 권유라고 하지만 솔직히 저희 같은 점주 입장에서는 어떤 불이익이 올지 모르니까 안할 수가 없는 거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보이지 않는 갑질과 영업난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는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초기 시설투자 비용, 독점적 유통구조에서 이뤄지는 필수물품 판매, 리모델링 의무 등이다.

이 중에서도 가맹본부 ‘갑질’의 가장 대표적인 행태는 소위 ‘통행료’다. 미스터피자 사례처럼 음식물 식자재 등을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업체에서 구입하라고 강요하는 식이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가 인테리어전문업체를 끼고 공사로 큰 이익을 남긴다는 이야기 역시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통상 초기 시설투자에만 수억원의 돈이 투입되는 데다 주기적으로 권유하는 리모델링에도 수천만원이 든다. 물론 업종 또는 입점 장소에 따라 들어가는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이런 적폐가 없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BBQ 등 프랜차이즈업체들이 매출액 또는 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로열티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로열티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에게 상표사용권리·상품 제조·매장 운영·고객 응대 등의 노하우를 제공하면서 받는 대가를 말한다.

하지만 로열티 역시 매출이 높을수록 본사가 많이 가져가는 구조인 만큼 가맹점주 입장에선 반갑지 않다. 가맹점주들은 로열티가 과도한 수준으로 책정될까 우려한다. 한 프랜차이즈 점주는 “본사에서 유통마진은 마진대로 챙기고 로열티는 로열티대로 챙길 가능성이 크다”며 “로열티의 적정한 책정, 필수품목 및 자율품목 설정의 공정성 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고통만 가중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시장 포화·임대료 상승 등 가맹점에 악영향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관계뿐 아니라 여의치 않은 주변 환경도 가맹점주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침체된 소비심리로 인한 매출 하락과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인상 등은 점주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통계청 ‘프랜차이즈(가맹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12개 프랜차이즈업종 중 가맹점 수와 종사자 수가 가장 많은 편의점 가맹점주가 가져가는 돈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가맹점당 영업이익은 1860만원으로 점주가 가져가는 돈을 월 수입으로 환산하면 155만원에 그친다.

퇴직금을 몽땅 털어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60대 점주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주변에 편의점들이 계속 들어오고 비슷한 영역인 헬스앤뷰티(H&B)스토어까지 생겨 매출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임대료까지 올라 죽을 맛”이라며 “혼자서 24시간 편의점을 지킬 수도 없고 이제와서 사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너 잘못이 가맹점주 운명 좌지우지


나아가 프랜차이즈 오너들의 개인적 일탈과 갑질행위에 따른 사회적 지탄은 애꿎은 가맹점주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는 경우가 파다하다. 미스터피자 회장의 경비원 폭행사건,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사건, 커피스미스 대표 스캔들 등의 경우가 그렇다.
여론에 따라 수요가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프랜차이즈업종 특성상 불매운동이 벌어지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의 경우 최호식 회장 성추행사건 발생 이후 가맹점의 하루 매출이 최대 40%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스터피자도 지난해 4월 정우현 회장이 건물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이 불거진 후 반년 만에 가맹점 60곳가량이 문을 닫았다.

소비자의 불매운동은 정당한 권리 행사지만 그 여파로 직격탄을 맞는 건 가맹점주다. 정작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오너는 법정에서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등의 이유로 형량이 줄어들거나 처벌이 면제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가맹점주가 입은 ‘오너 리스크’ 피해는 법으로 구제받기 어렵다.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손해가 전적으로 오너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손해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금액으로 산정하고 입증해야 하는 것도 난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관계자는 “손해를 본 금액을 특정하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계약서상 ‘을’ 위치에 있는 가맹점주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을 걸기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권장하는 표준계약서를 업체들이 사용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며 “계약 항목에 오너 리스크 발생 시 위약금을 지불한다는 등의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1호(2017년 8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