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 제1터미널(T1) 1층 수하물 수취지역에는 190㎡ 가량의 공간 2곳이 비어있다. 여행객의 짐가방이 나오는 컨베이어벨트 뒤쪽이다. 내년에 개항하는 제2터미널(T2)에도 약 326㎡의 공간이 생긴다. 인천공항공사는 이 3곳의 공간을 입국장 면세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완공 앞둔 인천공항 T2 입국장. /사진=뉴시스 추상철 기자

입국장 면세점은 공항이나 항구 등 출입국심사대를 넘어 국내에 들어오는 공간에 설치되는 면세점을 말한다. 현재 국내 공항에는 출국장에만 면세점이 있어 국내 여행객은 구매한 물품을 외국여행 기간 내내 갖고 다니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따라서 여행객들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반기지만 정부 부처와 각 업권은 서로 이해가 엇갈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입국장 면세점 ‘7번째’ 도전
인천공항공사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간사인 윤영일 의원에 제출한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도입 검토자료’에 따르면 공사 측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1층 수하물 수취지역 2곳(각 190㎡)과 제2터미널 1층 수하물 수취지역 공간에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의 운영 방향으로 ▲향수, 화장품, 주류, 담배 등 면세점에서 자주 구매하는 물품 취급 ▲중소 면세기업에 운영권 제공 ▲관세 행정에 지장없는 규모로만 운영 등의 방침을 정했다.

또한 아시아 27개국 중 53개 공항, 대양주 6개국 18개 공항, 유럽 12개국 19개 공항, 북아메리카 7개국 11개 공항, 남아메리카 9개국 16개 공항, 아프리카 10개국 15개 공항 등 총 71개국에 132개의 입국장 면세점이 있다는 점을 들어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하려면 관세법이 개정돼야 한다. 이에 국회, 기획재정부, 관세청, 공항공사, 면세사업자, 기내면세점, 국회 간의 ‘입국장 면세점’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편리한 면세쇼핑 vs 불편한 입국수속


일단 여론은 입국장 면세점 설립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여행객은 시간에 쫓기는 출국길에 면세물품을 사고 여행하는 동안 구입한 물품을 지니고 다니는 것보다 국내로 들어올 때 공항 입국장에서 면세품을 사는 게 훨씬 편해서다. 인천공항공사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9차례에 걸쳐 공항 이용객 1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4%가 입국장 면세점 설립을 찬성했다.

입국장 면세점이 추가될 경우 국내 면세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면이다. 반면 우려도 만만찮다. 여행객이 입국장 면세점에 몰리면 입국 소요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서다.

관세청은 안전 및 보안, 면세점 도입 취지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현재 밀수용의자들을 사전에 선별해서 집중 추적하고 있는데 입국장 면세점에 섞여 들어가면 추적이 쉽지 않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관검사 절차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입국장 면세점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통관 소요시간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입국장이 혼잡해져 정상적인 세관 업무뿐 아니라 보안까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내 면세점을 운영하는 항공사는 경쟁자가 늘어나는 만큼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달갑지 않다. 

◆면세업계 ‘시큰둥’… “사업자 선정은 그만”


면세업계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과거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당시 특혜 시비로 업계가 각종 구설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굳이 사업자를 추가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중소면세점 한 관계자는 “면세점 특허남발로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중국 사드 보복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극도로 나빠진 상황이라 사업을 더 확대하기는 어렵다”며 “괜히 무리해서 (입국장 면세점에) 들어갔다가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까지 과거 특혜 시비 같은 구설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입국장 면세점 설립 시 가장 이득을 보는 주체는 인천공항공사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가 거둔 영업이익 1조3013억원 중 66.5%가 면세점 임대료 수입이다. 공사는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면 연매출 1000억원, 300억원 정도의 임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입국장 면세점을 공사 정규직 전환에 대한 수익보전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면세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임대료를 인하해 줄 경우에도 이에 대한 인하분을 메꿀 수 있어 공사만 1석2조 효과를 본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공사 측은 “아직 정부 부처 및 각 업계와 논의 중이라 결정된 사항이 아무것도 없고 정규직 전환과 입국 면세점은 전혀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임대수익은 지역사회 공헌 및 면세사업 육성 등 공익적 사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입국장에 면세점이 아닌 인도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출국장에만 인도장이 있다. 이 경우에도 여행객은 여행 기간 내내 면세품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주장하는 대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이용객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면 차라리 그 공간(입국장의 빈 공간)에 인도장을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면세점 공간을 더 만들어 경쟁을 부추기기보다 제도 정비를 통해 침체된 국내 면세시장을 활성화시킬 방안을 찾는 게 더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1호(2017년 8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