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구에 위치한 A 김밥집. 약 10평 매장인 이곳의 종업원은 2명이다. 모두 주방 직원들. 홀에는 직원이 없다. 손님들은 입구 옆에 있는 무인계산대에서 주문과 결제를 한다. 결제가 완료되면 주문서가 주방에 있는 모니터로 전송된다. 손님은 영수증에 적힌 번호를 기억하고 있다가 자신의 번호가 뜨면 배식구에서 주문한 음식을 받아간다. 물과 반찬도 셀프. 먹은 그릇은 직접 퇴식구에 반납하면 된다.

식품·외식업체들이 IT와 만나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주문과 결제를 대신하는 무인 주문·결제시스템(키오스크)이 급속히 도입된 것. 과연 키오스크는 아르바이트 점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왼쪽부터) 비알코리아 '아이스크림 ATM', 고객이 타코벨 종로점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 직접 메뉴를 주문하고 있는 모습.

◆ 무인 ‘계산·주문’ 신풍속도
SPC그룹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는 5월 말부터 한남점에서 '아이스크림 ATM'을 시험운영 중이다. 아이스크림 ATM은 매장 운영시간과 관계없이 24시간 아이스크림을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든 키오스크 타입 자판기다. ATM 전면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제품을 선택하면 현금과 신용카드 결제는 물론 해피포인트 적립까지 가능하다.
비알코리아 측은 자판기가 대기시간을 줄이고 점포 운영시간과 관계없이 24시간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 매출 증대 효과가 있다고 보고 향후 설치 매장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도 무인계산대 확대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8월 푸드엠파이어와 타코벨 주요 매장에 무인계산대를 처음 도입한 후 이용객수가 점차 늘어나 전체 주문 건수 비중 20%를 차지했다.

아워홈 무인계산대는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 서비스와 메뉴 이미지를 화상 지원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 역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특히 다양한 메뉴를 운영하는 매장 특성 상 고객의 선택 폭이 넓어져 주문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됐다.

패스트푸드 업계에도 무인시스템 도입 바람이 분다. 롯데리아는 2014년 일부 직영점에 무인주문시스템을 시범도입한 이후 2017년 현재 560점 등 전체 1350여개 매장 중 40% 이상으로 확대시켰다. 맥도날드도 현재 440여개 매장 중 절반 이상인 250여곳에 키오스크를 운영 중이며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쌀국수전문 브랜드인 포사팔(pho38)은 키오스크 무인시스템을 도입 이후 인건비를 줄이면서 경쟁력을 갖춰 브랜드로써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인정받았다.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 무인시스템 도입은 매장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좋다”며 “앞으로 단순 업무는 시스템이나 기계가 대체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대기시간 줄고 효율성 높이고
유통업계에서는 셀프계산대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롯데슈퍼는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360도 자동스캔되는 '셀프 계산서비스' 운영을 시작했다. 고객이 구매한 상품을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하면 360도 스캔시스템이 바코드를 자동인식해 계산이 완료되는 방식이다. 모든 면에 바코드를 인식하는 센서가 있어 일일이 바코드를 찾아 인식시킬 필요가 없다.

롯데마트 양평점에 도입된 셀프계산대
롯데마트도 셀프계산대 도입에 가세했다. 지난 4월 오픈한 양평점을 시작으로 27일 오픈한 서초점에도 무인계산대 4대를 도입했다. 롯데마트는 향후 신규 점포와 거점점포를 중심으로 셀프계산대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셀프계산대는 바코드 인식기로 상품 가격을 스캔하는 것부터 결제수단을 이용한 금액 지불에 이르기까지 결제의 모든 과정을 고객 스스로 수행하는 무인계산대다. 카드·현금 결제, 음성안내서비스, 멤버십카드 포인트 적립, 현금영수증 발급 등의 기능을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무인계산대는 계산 대기열 단축, 고객 프라이버시 보호측면에서 고객에게 보다 개선된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며 “또한 최근 급증한 외국인관광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