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주주구성/자료=각 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증자 발표에 주주로 참여한 금융회사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난 대출규모에 연체율 상승도 덩달아 커져서다. 만약 연체율 증가가 예상보다 늘어나거나 또 다시 대출이 조기소진 된다면 주주들의 추가 증자는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각 주주들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추가증자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2년 앞당긴 증자, 2차 조기증자 가능성도
인터넷은행 1·2호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급증하는 대출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증자계획을 9월 중으로 세웠다. 출범 당시 증자 계획을 1~2년 이상 앞당긴 것으로 연내 각각 1000억원과 5000억원의 증자를 받아 영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두 인터넷은행이 발 빠르게 증자 계획을 세운 데는 예상보다 빠르게 팔린 대출이 한몫했다. 이달 초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출실적은 각각 6300억원, 8800억원, 신규고객 수(계좌 수)는 각각 45만명과 228만명으로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문제는 부실률이다. 늘어난 대출수요만큼 연체금액이 늘면 인터넷은행은 충당금을 마련해야 하므로 추가 증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8% 정도로 낮은 수준의 건전성 관리를 받지만 2년 뒤에는 두배에 달하는 13% 이상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또 다시 추가 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준호 UBS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의 2026년 기준 자산 목표는 20조원인데 성장목표 달성을 위해 6000억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이라며 "금산분리법이 국회에 계류 중으로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금융회사 주주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도 금융회사는 경쟁사에 증자를 나서야 하는 상황. 은행들이 디지털금융을 확대하는 상황에 똑같은 은행업을 영위하는 인터넷은행에 얼마나 더 힘을 실어줄지 미지수다.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은행을 포함한 주주사와 증자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주주배정 방식에 따라 지분율만큼 자본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증자… 추가 지분인수도 관심
현재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참여한 금융회사가 증자에 참여할 만큼 여유가 있지만 지금처럼 증자가 빨라지면 자본금 지원에 속도를 맞출지 예견하기 어렵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전체 지분의 58%를 보유하고 카카오, 국민은행이 각각 10%, 그밖에 넷마블과 SGI서울보증, 우정사업본부, 이베이, 텐센트(Skyblue)가 각각 4%, 예스24가 2% 지분을 가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KT와 KG이니시스가 8%, 우리은행·GS리테일·NH투자증권·다날·한화생명보험 등 5개사가 각각 10%를, 나머지 잔여 지분을 총 13개 주주가 1~4%까지 나눠 보유하고 있다.
두 인터넷은행은 ‘초기 설립 당시 출자 지분율’에 맞춰 각각 1000억원과 5000억원의 신주를 배분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지분에 따라 한국금융지주가 인식하는 적자는 400억~500억원(카카오뱅크 올해 적자 800억원 추정)수준이다. 올해 한국금융지주 예상순익 4500억원(카카오뱅크 영향 제외)을 고려하면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카카오뱅크는 적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으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3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금융지주의 카카오뱅크 유상증자 참여는 카카오뱅크 성장을 위한 당연한 조치로 한국금융지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케이뱅크의 증자가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에 끼치는 영향도 적어 보인다. 두 금융회사가 케이뱅크에 증자할 금액은 각각 130억원, 100억원, 한화생명이 신주 인수에 참여하려면 8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의 올해 예상순익은 수천억원에 달한다. 다행히 현금 실탄이 두둑한 주주사가 증자는 물론 추가 지분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인터넷은행의 열풍이 한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영업이익 상승에 따른 배당수익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실적 발표가 이달 말과 오는 10월 예정돼 주목하고 있다”며 “인터넷은행 증자 참여에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빠른 대출수요에 건전성이 떨어질 우려가 높아 성적표를 보고 향후 증자 계획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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