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주요 건설사의 실적은 대체로 양호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상승하며 선방했다. 조기대선 여파로 상반기 내내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됐지만 우려를 털고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는 평가다. 반면 하반기는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고강도 부동산시장 규제정책이 두차례나 발표되면서 분양시장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투기수요만 억제된 게 아니라 실수요자의 청약심리도 위축돼서다. 게다가 해외시장에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분석이 나와 하반기는 살얼음판이 예상된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DB
◆상반기 영업이익 '무난'
시공능력평가기준 상위 5개사의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1위 삼성물산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4% 늘어난 2555억원이다. 2분기 만에 다시 영업이익이 2000억원대로 올라섰고 건설부문만 따지면 15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견인했다. 건설부문의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은 2440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을 이뤘다.
2위 현대건설의 2분기 영업이익은 28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23.3%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성적을 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8.8%(5104억원) 줄었지만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은 가시권이다.
3위 대우건설은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논란 속에서도 2분기에만 256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1126억원)와 직전 분기(2211억원) 대비로도 각각 128.2%, 16.2% 증가했고 상반기 전체로는 4780억원(146.1%)을 기록했다.
이외에 대림산업은 순항 중인 국내 주택사업을 바탕으로 상반기에 전년 대비 99.8% 증가한 13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GS건설도 같은 기간 재개발·재건축 등 활발한 도시정비사업을 바탕으로 전년 대비 178.8% 늘어난 14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분양시장 규제 본격화… 청약수요 감소 우려
주요 건설사가 상반기에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내며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하반기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국내 분양시장 규제 강화로 청약시장 실수요자 감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과열된 시장을 규제하는 6·19 부동산대책과 8·2 부동산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6·19 대책 발표 당시에는 시장 반응이 다소 미온적이었지만 투기수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며 들고 나온 8·2 대책이 공개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8·2 대책은 집값 안정화를 위한 투기수요 억제에 그치지 않고 한층 강화된 금융규제와 청약규제가 더해져 실수요자까지 청약을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모두 40%로 줄어 자기자본이 60%는 있어야 청약이 가능해졌다.
분양가 6억원인 아파트를 청약할 경우 대출은 최대 2억4000만원까지 가능하므로 최소 3억6000만원의 자기자본이 필요한 셈. 서민들이 청약을 망설일 만한 규제인 만큼 건설사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보유세 빼고 나올 건 다 나왔다”며 “시장 침체를 우려해 기존에 제외했던 부분까지 총망라돼 예상보다 강도가 큰 규제”라고 분석했다.
건설사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한 대형건설사의 주택사업실장은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 등만 빠졌고 나올 만한 조치는 다 나온 것 같다”며 “이번 조치가 투기수요만 억제하는 게 아니라 실수요자의 청약 심리까지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해외 경쟁력·수주실적 회복 관건
해외시장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회계법인 삼정KPMG는 국내 건설사가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평가되는 디자인·엔지니어링 등 전방 밸류체인으로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건설 산업동향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건설 전방산업은 지난해 매출규모의 43%(593억달러)를 차지하며 건설산업을 주도했다. 중국 역시 지난해 건설 전방산업 매출이 224억달러로 5년 전 118억달러 대비 약 90% 늘며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지난해 한국의 건설 전방산업 총 매출액은 23억5230만달러로 전체 150개 기업 매출액의 2%에 그쳤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도 3억9210만달러로 전체 평균인 9억258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보고서는 건설산업의 전방 밸류체인은 부가가치가 높아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영역이지만 한국 건설기업의 전방 밸류체인 역량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기대보다 저조한 수주실적도 하반기 전체 실적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8월까지 신규수주한 금액은 모두 180억183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2억7768만달러보다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동에 편중된 수주실적도 해결 과제다. 올해 중동 수주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70% 늘었다. 반면 아시아·태평양·북미·유럽·아프리카·중남미 등 모든 국가의 수주금액은 줄어 총 수주금액 증가율이 4%에 그친 점도 하반기 실적 반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3호(2017년 8월30일~9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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