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 게임빌USA 지사장. /사진제공=게임빌
게임빌이 적자를 이어가면서 주가도 맥을 못추고 있다. 상반기에 출시한 신작의 성과가 기대에 못미쳤고 기존 게임의 업데이트도 진행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외국인투자자들은 게임빌을 쓸어담고 있다. 코스닥시장 내에서도 외국인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 수급동향을 보면 기관과 개인이 판 주식을 외국인이 받는 형국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게임빌에 어떤 기대감을 걸고 투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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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주가 동반 부진… 외국인은 ‘순매수’
지난 8월10일 게임빌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2분기 영업손실이 42억33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로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규모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01억7500만원으로 30.2%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56억700만원으로 39% 감소했다. 영업손실에도 당기순익에서 흑자가 난 이유는 지분을 투자한 컴투스의 지분법 이익이 97억원 발생했기 때문이다.
매출액 감소원인은 주요게임인 ‘별이되어라’의 시즌5 대규모 업데이트가 미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대규모 업데이트가 진행되면 앱스토어 순위가 다시 역주행하는 등 매출 신장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지난 4월26일 글로벌 출시된 ‘워오브크라운’이 5월 말까지 별이되어라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내다가 부진한 모습으로 돌아서면서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이용국 게임빌 부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신작 출시에도 2분기 매출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것은 국내 주력 매출원인 별이되어라의 매출 감소 때문”이라며 “신작 매출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액이 줄었음에도 영업비용은 신규 게임출시로 증가했다. 게임빌은 올 2분기 마케팅 등 광고선전비로 전년 동기대비 15.8% 증가한 41억원을 지출했다. 전 분기보다 117% 늘어난 수준이다. 또 퍼블리싱게임의 매출비중이 증가하면서 로열티비용이 같이 늘어난 점도 적자규모 확대에 기여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게임빌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날 관련 보고서를 내놓은 7개 증권사 중 6개사가 목표주가를 내렸다. 이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6만428원이다.
목표주가가 내려가면서 주가도 동반 급락했다. 지난 8월23일 코스닥시장에서 게임빌은 5만1900원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워오브크라운을 출시하고 며칠 후인 지난 4월28일 기록한 7만4900원에서 30.71% 떨어진 것이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일주일 전 증권사들의 실적추정치가 점점 낮아지면서 장중 5만2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주가가 하락추세에 접어들었음에도 외국인들은 매수세를 보였다. 코스피시장에서 빠진 자금이 코스닥시장으로 서서히 유입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게임빌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1일부터 23일까지 외국인은 단 2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게임빌을 순매수했다. 누적순매수 금액은 34억7000만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전체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7거래일 동안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들이 게임빌을 상대적으로 집중 매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매출비중 높아… 외국인 ‘선견지명’ 있나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게임빌 순매수를 게임빌의 매출구조에서 찾는다. 모바일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게임빌은 해외매출 비중이 60%에 달할 정도로 높다. 게임업계에서 대형주로 분류되는 엔씨소프트나 넷마블게임즈가 주로 국내에서 매출을 내는 것과 체질 자체가 다른 셈이다. 따라서 기존 게임의 매출동향과 신작의 성공여부를 가늠하기 쉬운 외국인들이 게임빌의 주식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하반기에 출시 예정된 게임빌의 ‘로열블러드’가 해외 게임전시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는 소식에 외국인의 순매수와 주가 상승기조가 이어졌다. 게임빌은 지난 8월21일(현지시간) 해외 유명 게임전시회인 ‘게임스컴 2017’에서 개최된 주요 게임개발자 행사 ‘데브컴’ 오프닝 키노트로 신작 로열블러드를 소개했다.
게임빌 관계자는 “로열블러드는 100여명의 개발진이 2년 넘게 준비한 작품”이라며 “게임스컴 외에도 유나이트 등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행사에서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신작 로열블러드가 해외에서 높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이경일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로열블러드는 퀘스트 위주의 한국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스타일을 탈피해 길드워2와 유사한 이벤트드리븐방식이 적용된 오픈필드를 구현했다”며 “국내보다 북미·유럽시장에서의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로열블러드의 기대감과 함께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도 투자심리가 차츰 개선되는 추세다. 내년까지 대규모 업데이트와 신작 출시 등이 예정돼 2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삼아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로열블러드, 엘룬, 게임빌프로야구, 피싱마스터2 등의 자체개발 게임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이 게임빌의 목표주가를 내리면서도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효과가 4분기부터 본격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4분기 실적 시장전망치 평균을 보면 이때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내다본다. 게임빌의 4분기 예상매출액은 평균 45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49% 성장할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24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당기순이익 역시 193.1% 늘어난 85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권윤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도 영업손실 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탈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기대작인 ‘아키에이지 비긴즈’와 ‘로열블러드’가 4분기 중 출시될 예정이어서 4분기는 확실한 턴어라운드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3호(2017년 8월30일~9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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