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명실상부 세계 3대, 아시아 제일의 금융허브로 우뚝섰다. 이러한 아시아 금융허브를 공략하기 위한 국내 은행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데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여서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홍콩의 무역금융도시의 오늘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이곳에서 국내 금융산업과 국가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는 KDB산업은행, 국내외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IBK기업은행·KEB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의 주재원을 만나 그들의 중장기 전략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중국 대륙의 남쪽 끝 광둥성 동남부에 위치한 홍콩. 홍콩섬과 카오룽반도, 란다우섬, 신계지역 등으로 구성된 이곳의 총면적은 1104㎢로 서울(605㎢)보다 두배가량 넓다. 인구는 737만명으로 서울(인구 1200만명)보다 적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주요선진국 못지않은 활발한 교역을 펼친다.


홍콩의 중심가는 홍콩섬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지역은 홍콩섬 북서쪽에 위치한 센트럴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이곳에 몰려 미국의 뉴욕, 영국의 런던과 더불어 세계 3대 국제금융허브 도시로 불린다. 마천루가 즐비한 이곳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물은 제2국제금융센터(2IFC)다. 홍콩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거치는 이곳은 ‘센트럴 중의 센트럴’이다. 글로벌 IB와 어깨를 견주는 KDB산업은행 홍콩법인(KDB아시아리미티드·약칭 ‘KDB홍콩’)도 이곳 2IFC에 터를 잡았다.


홍콩섬 빅토리아 피크에서 바라본 센트럴 지역. /사진=서대웅 기자

지난 9월6일 이 건물을 방문한 기자의 첫 느낌은 ‘웅장하다’였다. 빌딩숲 사이로 우뚝 솟은 모습에서 홍콩의 메카임을 느낄 수 있었다. KDB홍콩은 이 빌딩의 20층에 위치했다. 안내받아 들어간 회의실 창밖으로 침사추이와 홍콩섬 사이의 바다 빅토리아 하버가 한눈에 들어왔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자 홍콩시청, 중국은행타워, HSBC홍콩본점 빌딩, 뱅크오브아메리카타워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KDB홍콩이 글로벌 금융사와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음이 느껴젔다.
◆‘은행+증권’ 영업, 꾸준한 성장 거듭

KDB산업은행이 홍콩에 첫발을 디딘 시기는 1977년이다. 사무소를 설립한 산은은 당시 각종 정보를 수집하며 국제금융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이후 1986년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법인을 인가받았고 성공했고 본격적으로 현지영업을 시작했다.


홍콩은 한국과 달리 금융회사의 설립이 자유롭다. 다만 금융회사의 자본금 규모와 전문성 등을 감안해 라이선스 종류를 세분화했다. 은행은 3가지, 증권사는 10가지로 면허종류가 나뉜다. 또한 홍콩은 한 금융회사가 은행업과 증권업을 겸업할 수 있다. KDB홍콩도 은행과 증권업을 동시에 수행한다. KDB홍콩은 10개의 증권업 라이선스 중 ▲자산운용 ▲기업금융(M&A·IPO) 자문 ▲유가증권 주선·인수 ▲유가증권 자문 등 4개를 취득한 상태다.

KDB홍콩은 싱가포르지점, 런던지점에 이은 산은의 3대 거점점포로서 중국과 동아시아지역 위주로 업무를 보고 있다. 국제 신디케이티드론(협조융자) 주선은 물론 채권발행 지원 등을 통해 홍콩을 발판 삼아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기업을 지원한다. 또 세계 금융허브에서 이뤄지는 각종 금융거래에 참여해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한다.


홍선영 KDB홍콩 사장. /사진=서대웅 기자

◆높은 신용등급 기반 ‘글로벌 IB플레이어’
KDB홍콩의 강점은 IB업무에서 비롯된다. 일반은행과 달리 글로벌IB팀을 편제한 게 이를 방증한다. KDB홍콩의 비즈니스모델은 IB업무를 바탕으로 한 유가증권 주선, 인수·합병(M&A) 자문, 자산운용 등으로 여느 은행보다 다양하다. 산은도 KDB홍콩을 ‘글로벌 IB플레이어’로 육성하고자 증자, 우수인력 파견 등 적극 지원하는 중이다.


특히 KDB홍콩이 현지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곳은 기업 M&A 자문분야다. M&A는 국내기업의 해외자산 인수(아웃바운드), 해외기업의 국내자산 인수(인바운드)로 나뉘는데 KDB홍콩은 양방향 모두를 본점과 연계해 담당한다.

높은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자체조달능력을 높인 것도 강점이다. 2013년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Aa3를 받으며 독자적으로 CD(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KDB홍콩은 현재 Aa2의 신용등급을 획득함으로써 KDB산은 본점은 물론 우리나라의 신용등급과 동일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CD 발행 후 본점 차입금 의존도도 30% 수준으로 낮췄다. 여기에 2003년부터 시작한 PE(사모)펀드 투자가 최근 결실을 맺으며 우량 GP(위탁운용사)를 위주로 투자를 펼치는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KDB홍콩은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KDB홍콩의 총자산은 올 상반기 말 기준 14억달러(1조5800억원)에 달한다. 대출자산 5억2300만달러(5908억원), 유가증권자산 4억4200만달러(4993억원), 무역금융자산 3억3100만달러(3740억원), 이외 예치금 등의 자산이 9900만달러(1119억원)다. 세전이익은 1150만달러(130억원)다. KDB홍콩은 올해 세전이익 2200만달러(249억원) 달성이 목표다.



◆현지화 통해 비한국계 기업 발굴
KDB홍콩은 최근 비거주자 간 M&A를 주선하는 등 비한국계 고객발굴에도 힘쓴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전체 고객(64개사) 가운데 비한국계가 40개사(62.5%)다. 같은 기간 비한국계 고객에 실행한 대출잔액은 2억9100만달러(3288억원)로 전체 대출(5억2300만달러) 중 56%를 차지했다.

현지 전문인력을 관리자급에 앉히는 등 현지화 영업전략에 집중한 결과다. 실제 이 회사의 지원업무를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현지인력이다. 영업파트(총 20명)에서도 현지직원이 7명인데 이 가운데 2명이 팀장급이다. KDB홍콩의 총 직원 수는 40명이며 이 중 25명이 현지직원이다.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다. 한국계 고객을 대상으로 본점과 협업해 역외조달을 지원 중이며 신디론 등 시장상황에 맞는 상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엔 국내 한 에너지기업 매각의 자문을 맡았고 석유공사,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유가증권 발행 시 투자자 모집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홍선영 KDB홍콩 사장은 “기존에는 대출 등 단순금융 업무로도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금융수요가 다양해졌다”며 “특히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금융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우리는 오랜 시간 쌓아온 네트워킹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플러스알파’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Interview] 홍선영 KDB홍콩 사장

“홍콩 위기 우리에겐 기회”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허브인 홍콩. 글로벌 투자은행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자명하다. 투자한 자본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 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홍콩과 멀지 않은 싱가포르가 아시아지역의 또 다른 금융허브 역할을 맡은 데다 중국정부가 상하이와 함께 선전지역을 국제금융도시로 키우고 있어서다.

현지에서 만난 홍선영 KDB홍콩 사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홍콩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동남아지역의 제조업체들은 싱가포르에서 금융거래를 하거든요. 나아가 홍콩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커졌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중국의 거대자본이 홍콩으로 들어온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산업은행도 이 같은 국제금융시장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KDB홍콩과 싱가포르지점의 역할을 분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선 지역적 차이를 반영해 싱가포르지점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고 KDB홍콩은 중국지역에 집중한다. 업무적으론 싱가포르지점은 PF(프로젝트 파이낸스)금융, KDB홍콩은 IB(투자은행)업무에 특화했다.

홍 사장은 이 같은 KDB홍콩의 업무수행을 위해 현지화를 강조한다. 국책금융기관으로서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동시에 비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현지인력으로 둘 만큼 현지직원들에게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현지 전문인력들이 KDB홍콩에서 일하며 우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조직을 만들 생각이에요. 또 직원들에게 많은 사람을 자주 만나라고 주문합니다. 기업고객은 물론 다른 은행 직원과도 접촉하라고 합니다. 홍콩에서 신디케이티드론 등에 참여하려면 은행간 네트워크가 필수인데 이 네트워크는 직접 대면해야 강화됩니다.”

그는 한국 금융회사가 글로벌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금융산업의 결과물은 연륜이 쌓인 후에 나옵니다. 150여년간 업력을 쌓은 서구의 선진금융기관을 당장 따라잡기 힘들지만 우리도 꾸준히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애정을 갖고 기다리면 우리나라 금융업이 발달한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07호·제5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