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상위 2~10위 건설회사의 연구개발(R&D) 예산이 올 상반기 총 2534억7300만원으로, 전년 동기(2713억900만원) 대비 6.6% 감소했다. 사진은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주요 건설업체들이 장기 불황 속에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지속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대형사는 로봇·드론·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업계 평균 R&D 투자 비중은 매출의 1%에 미치지 못한다. 건설업의 기술 투자가 제조업 대비 크게 뒤처지며 우려가 커진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 상위 10대 건설사의 올 상반기 R&D 투자가 감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업계 1위 삼성물산을 제외한 시공능력 상위 9개사의 R&D 예산은 상반기 총 2534억7300만원으로, 전년 동기(2713억900만원) 대비 6.6% 감소했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 R&D 비용을 별도 공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건설부문 안전보건 비용을 3887억원 집행했다. 법정 안전관리비 1699억원 외에 안전강화비 1680억원을 추가해 법정 기준의 두 배 수준을 투자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상반기 860억600만원에서 올해 963억2500만원으로 R&D 비용을 늘렸다. 대우건설도 같은 기간 433억500만원을 집행해 투자를 확대했다. 포스코이앤씨(182억2300만원) HDC현대산업개발(139억9600만원) 등도 R&D 연구비를 늘렸다.

반면 대형사의 절반은 투자를 줄였다. GS건설은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 301억8200만원을 사용해 전년 동기(346억5600만원) 대비 12.9% 감소했다. 롯데건설 173억3100만원(-13.7%) DL이앤씨 197억600만원(-32.5%) 현대엔지니어링 97억5800만원(-47.1%) SK에코플랜트 45억8800만원(-64.5%) 등도 연구개발비를 축소했다.


건설 불황 장기화로 원자재·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기술투자 여력이 축소된 결과로 풀이된다. GS건설 관계자는 "부서 개편으로 연구개발 인력이 다른 조직으로 이동해 감소한 것"이라며 "다만 건설 관련 연구비는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매출 대비 R&D 비중 평균 0.7% 불과

시공능력 상위 9개 건설업체 R&D 비용 증감률과 매출 대비 비율.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국내 시공능력 상위 10위권 건설업체(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현대엔지니어링·HDC현대산업개발)의 올 상반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평균 0.7%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기업의 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3.6%·2023년 기준)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부 대형사는 로봇·드론·AI 등 신기술을 현장에 적용해 안전관리에 대응하고 있다. 기술 혁신만이 재해 감축을 위한 대응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로봇과 AI 기술이 위험한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 만큼 기술 혁신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기술 투자가 재해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출 연구개발비 비중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된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연구원장)은 "층간소음과 현장 추락사, 싱크홀(땅 꺼짐)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이 필수"라며 "현재 매출 대비 1% 수준인 연구개발 비중을 2%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