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쇄신해 위기관리 강화"… 건설업계 인사 태풍
안정 기조 예상 깨고 주요 건설사들 신규 CEO 선임
이화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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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건설업체들이 연말 인사에서 대거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올해는 큰 폭의 인사 변동 없이 안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실제로는 재무와 안전관리 등 부문을 강화한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26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건설 신임 대표이사에 오일근 부사장을 내정했다. 오 부사장은 10여년간 롯데자산개발에서 경영 전략 업무를 수행했다.
다만 그가 부동산 개발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것을 볼 때 관련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롯데지주는 오 부사장의 내정에 대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롯데건설의 재무 안정성을 조속히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재무구조를 정리하고 개발사업 경쟁력을 키워 사업 체질을 재정비하려는 그룹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 부사장은 박현철 전 대표이사 부회장에 이어 롯데건설의 재무건전성 확보라는 임무를 수행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은 214.3%(연결기준)로 지난해 말(196%) 대비 18.3%포인트 상승했다. 분기 영업이익은 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6% 감소해 수익성이 약화됐다.
재무·안전 전문가 전면 배치
인적 쇄신 기류는 건설업계 전반에서 나타났다. 올 하반기에 CEO를 새로 선임한 중·대형 건설업체에는 ▲SK에코플랜트 ▲한화 건설부문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DL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이 있다. 대부분이 재무 건전성 제고와 안전관리 체계 강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 각 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있는 경영진을 재구성했다.지난달 한화 건설부문은 30년 재무통인 김우석 한화 전략부문 재무실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같은 달 코오롱글로벌도 그룹 주요 계열에서 재무·기획 라인을 두루 거친 김영범 코오롱ENP 대표이사를 새 수장으로 앉혔다.
지난 9월 신세계건설은 그룹 대표 재무통인 강승협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를 신임 사장에 발탁했다. 강 대표는 신세계푸드 대표 취임 이후 반년 만에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49.3% 상승시키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건설사업 축소하고 포트폴리오 전면 개편
SK에코플랜트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조정했다. 그룹 리밸런싱 전략에 따라 '반도체 전문가'인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을 신임 사장으로 낙점했다. SK에코플랜트는 내년 7월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김 사장이 기존과 차별화된 반도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성과를 창출해 IPO 성공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포스코이앤씨와 DL건설은 안전관리 강화 차원에서 경영진을 교체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정희민 전 대표가 인명사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지난 8월 송치영 포스코홀딩스 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TF) 팀장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DL건설도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공사현장 추락사고 등 여파로 강윤호 전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 여성찬 대표이사를 새로 투입했다. DL이앤씨의 주택사업본부 임원을 맡았던 여 대표는 현장 안전·품질 관리 전문가로 통한다.
내년에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조직 쇄신이 잇따를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이달 초 플랜트사업본부 산하 원자력사업단을 CEO 직속 편제로 변경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삼성물산도 지난 27일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조만간 조직개편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영진 교체는 중장기 전략 수정의 신호"라며 "이번 인사 흐름은 건설업체들이 위기 국면에서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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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