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가. /사진=임한별 기자

시장은 대부분 장을 보기 위해 찾는다. 데이트를 하거나 맛집을 찾아 시장을 방문하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서울 연남동 동진시장처럼 독특한 시장도 있다. 이곳은 몇년 전만 해도 쇠락한 재래시장이었지만 요즘은 주말마다 젊은 예술인이 모여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명소가 됐다. 이 활력을 불씨 삼아 옛 골목, 가정집에 아기자기한 식당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과 함께 골목상권의 대표주자로 급부상한 연남동 동진시장의 숨겨진 맛집을 찾아가보자.
◆포가

문을 연 지 3개월 된 이곳은 화교 모자가 운영하는 아담한 중식당이다. 어느 냉면집 위층에 자리 잡아 가뜩이나 찾기 힘든데 흔한 간판이나 스탠딩 배너도 세워두지 않아 정말 입소문 하나로만 영업하는 곳이다. 

포가의 주방을 맡은 조극근 셰프는 서울 강남의 유명 식당과 호텔에서 경험을 쌓았는데 대만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이고자 어머니와 함께 문을 열었다고 한다.


작은 매장 안에는 테이블이 의외로 널찍하게 배치됐다. 매장이 협소하면 테이블을 촘촘히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조 셰프의 대답은 달랐다. 손님들이 한끼를 먹더라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했으면 하는 마음에 넉넉하게 배치했고 맛있게 먹고 가면 그저 기쁘단다. 푸근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메뉴는 크게 냉채류, 볶음류, 튀김, 탕으로 나뉜다. 혼자서 요리하므로 최대한 단출하고 흔히 볼 수 없는 메뉴로 구성했다. 대표 메뉴는 산동식마늘쫑면이다. 중국 산동 현지인이 자주 먹는 가정식으로 조 셰프의 할머니가 어린 시절 많이 해주던 요리라고 한다.

이 메뉴는 만두를 빚고 남은 속재료인 마늘쫑과 돼지고기, 청양고추를 함께 볶아서 면 위에 올려 내는 간단한 요리다. 짭쪼름한 맛으로 면과 섞어서 먹다가 남는 마늘쫑 볶음을 밥과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부드러운 돼지고기 다짐과 마늘쫑의 식감이 독특하다. 인근에 수많은 중식당이 있지만 찾기 힘든 메뉴다.


고기튀김인 덴푸라도 인기 메뉴. 겉모습은 탕수육과 닮았는데 맛이 확연히 다르다. 고기에 간이 안돼 소스가 따로 나오는 탕수육과는 달리 돼지고기 자체에 간이 돼있다. 시간이 지나도 바삭함이 유지되고 소금과 후추를 섞어 뿌리기에 양념도 따로 필요하지 않다. 고수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향신료를 좋아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메뉴다.

대만음식 전문점에 왔으니 수제만두 주문은 필수다. 물만두, 군만두, 깐풍군만두를 고를 수 있는데 만두의 크기가 꽤 큼직하다. 만두피도 두툼한 편이라 한두개만 먹어도 포만감이 든다.

새우바게트는 최근 TV를 통해 유명해진 멘보샤다. 보통 멘보샤는 식빵을 잘라 만들지만 조 셰프는 바게트빵을 사용한다. 식빵에 비해 기름 흡수가 적어 느끼함이 덜 하고 새우의 부드러운 식감은 더욱 돋보인다.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싶기도 하고 또 이 맛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모순된 마음이 드는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다.


포가. /사진=임한별 기자

위치 동진시장 앞 도로에서 이품분식 방향으로 한블럭 내려와 왼쪽 냉면집 2층
메뉴 산동식마늘쫑면 8000원, 고기튀김 1만3000원
영업시간(점심)11:30~15:00 (저녁)17:00~24:00 (월요일 휴무)
전화 010-8899-5900
◆안

베트남 쌀국수를 선보이는 곳으로 베트남계 캐나다인 청년셰프 2인이 주방을 책임진다. 메뉴는 쌀국수, 비빔국수, 샐러드 등을 포함 7종으로 구성됐는데 모든 메뉴가 인기가 좋다. 쌀국수를 주문하면 타이 바질부터 라임, 쿨란트 등 흔치 않은 허브류가 나온다. 쌀국수 국물은 부드럽고 살짝 심심한 편. 새우와 돼지고기가 들어간 파파야 샐러드는 아삭하고 새콤해 식전 입맛을 돋워주기 충분하다.


안(Anh).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서울 마포구 연남동 387-8 / 라우람 파파야 샐러드 1만2000원, 쌀국수 1만2000원 / (점심)12:00~15:00 (저녁)17:00~22:00 (화요일 휴무) / 070-4205-6266
◆이노시시

가성비 좋은 일식집으로 안정된 오마카세 코스를 선보인다. 메뉴는 당일 공수한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체로 선도 좋은 ‘오늘의 사시미’를 추천받아 즐기는 것이 좋다. 기본 안주로 새우다리 튀김이 나오는데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이 술을 절로 부른다. 주류 리스트는 단출하지만 시원한 생맥주를 많이 찾는 편이다. 매장 규모가 작으니 예약을 하고 방문할 것을 권장한다.


이노시시.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6-16 / 게살크림고로케 1만4000원, 단새우(10pcs) 2만원 / 18:00~24:00 (일요일 휴무) / 070-8202-7308
◆히메지

동진시장 뒤편 좁은 골목에 위치한 카레전문점이다.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한 이곳은 다른 곳처럼 꾸미지도 않고 휘황찬란한 간판도 없어 지나치기 쉽다. 메뉴는 카레라이스, 카레우동, 유부우동, 간장국수 등이다. 가장 인기 있는 카레라이스는 샛노란 밥 위에 걸쭉한 카레를 올려 낸다. 겉보기와 달리 끝맛이 매콤하다. 밥 대신 우동 면이 들어 있는 카레우동은 언뜻 보기에 자장면 같기도 하다.


히메지.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서울 마포구 연남동 227-15 / 카레라이스 5500원, 카레우동 5500원 / (평일)12:00~21:00 (주말) 13:00~21:00 (수요일 휴무) / 02-334-9245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