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지배구조 트렌드를 분석한 ‘혁신기업과 기업 지배구조 트렌드’ 보고서에서 “기업 지배구조는 기업 특성, 규모, 나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IT 혁신기업을 위한 별도의 지배구조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리콘밸리 지배구조 트렌드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차등의결권 ▲이사 시차임기제 ▲이사 과반수 투표제 ▲주식보유 가이드라인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주주행동주의 증가다.
미국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과 S&P 100대 기업 지배구조 트렌드 요약. /표=한경연
이 중 국내 혁신기업들에게 유의미한 시사점을 갖는 트렌드는 차등의결권,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주주행동주의 증가 등 크게 3가지다.
먼저 차등의결권의 경우 구글, 페이스북을 필두로 해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들 사이에서의 도입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1주 1의결권’ 원칙에 따라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지 않으나 기업의 장기비전을 설립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해야하는 혁신기업들에 한해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한경연의 주장이다.
실제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의 경우 차등의결권 도입률은 2004년 5% 수준에서 지난해 11.3%로 늘었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은 주로 여성 이사의 비율 증가를 통해 측정하며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뿐 아니라 세계 다수의 국가에서 추구하는 트렌드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경우 이사회 여성임원비율이 2.4%로 아시아·태평양지역 20개국 중 최하위다.
이에 따라 대기업뿐만 아니라 혁신기업들도 여성 이사의 비율을 늘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제고하고 국내 기업지배구조의 모범규준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 행동주의의 증가는 지금까지 주로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왔으나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격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국내의 경우 최근 아시아 기업을 타깃으로 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증가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일례로 국내 대표 IT기업 네이버의 경우 창업자(이해진)의 지분율이 낮아 주주행동주의에 의한 공격 발생 시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 이는 네이버뿐 아니라 비슷한 상항인 IT기업들의 지속성장에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
박현성 한경연 연구원은 “세계 자본시장 역시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형태의 기관투자자(헤지펀드)의 등장과 이들의 공격이 증가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지배구조 트렌드에서 알 수 있듯 젊은 혁신기업들도 더 이상 이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며 “국내 혁신기업들의 지배구조 수준을 높임과 동시에 이들 기업의 지속적인 혁신을 위한 안정적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 여성 이사의 수 증가, 주주행동주의 증가에 따른 경영권 방어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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