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가 공동결제플랫폼 구축에 나설지 주목된다. ICT(정보통신기술)업체 등이 핀테크(금융+기술)를 기반으로 지급결제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어서다. 구체적으론 카드사별 앱카드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카드사들이 모바일협의체를 구성해 공동단말기를 구축 중인 가운데 공동 앱카드 개발에 착수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3일 여신금융연구소 주관으로 은행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여전업계의 나아갈 길’ 포럼에서 금융전문가들은 카드사의 통합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카드사의 공동결제플랫폼 필요성은 지급결제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떨어져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란 우려에서 비롯된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박사 주제 발표. /사진제공=여신금융협회

◆카드업계가 맞닥뜨린 ‘삼중고’
정유신 서강대 교수(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는 “카드업계가 ‘삼중고’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영세·중소가맹점 범위확대로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줄고 가계부채 총량규제로 금융판매(대출)가 떨어졌으며 핀테크업체의 출현으로 결제시장 경쟁이 치열해져 카드업계의 수익악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얘기다.


특히 정 교수는 “디지털환경 변화속도가 워낙 빨라 카드업계가 핀테크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이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구축 시 큰 틀에서 움직이고 통합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상생협력모델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ICT업체와 제조업체가 각종 페이 등 간편결제서비스를 기반으로 시장지배력을 키우는 가운데 카드업계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하루평균 간편결제수단 사용액은 4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5억원)보다 330%가량 증가했다. 네이버페이(2400만명)·삼성페이(1100만명) 등 페이 사용자 수는 카드사의 앱카드 이용자 수를 뛰어넘었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의 앱카드 신한판(FAN) 이용자는 1000만명가량이다.

인터넷은행 출범도 카드업계엔 위협요소다. 인터넷은행이 새로운 기술로 신용카드사업을 준비 중이어서 카드사가 시장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는 부가통신사업자(VAN사)나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를 거치지 않는 ‘앱투앱(app-to-app) 결제’ 서비스로 가맹점수수료를 대폭 낮출 계획이다. 가맹점수수료가 주 수익원인 카드업계에 수수료 추가인하 요구가 빗발칠 수 있는 셈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신용카드사업자 인가를 받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공동플랫폼 구축” 한목소리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카드업계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통합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현재 금융업권은 플랫폼비즈니스를 토대로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 4000만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카카오톡, 즉 메신저플랫폼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또 네이버페이나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수단의 경우 신용카드를 담는 플랫폼에 불과하지만 고객 편의성을 바탕으로 시장지배력을 키우는 중이라고 정 교수는 분석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박사도 플라스틱카드에서 벗어난 온·오프라인 공동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카드사별로 운영 중인 앱카드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 페이는 제휴를 맺은 카드사의 카드를 모두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앱카드는 다른 카드사의 카드를 등록할 수 없다. 각기 다른 카드를 소지한 이용자로선 불편하므로 앱카드 이용을 꺼린다.

윤 박사는 ‘교차네트워크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앱카드를 공동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가맹점네트워크를, 가맹점은 소비자네트워크를 원한다. 소비자는 카드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이 적으면 카드사용을 줄인다. 가맹점의 경우 각 카드사 결제가 모두 가능해야 최대한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 즉 카드결제가 가능한 가맹점과 카드를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야 이들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것이다. 가맹점은 매출 증대를, 소비자는 카드사의 각종 부가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데 이를 ‘교차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윤 박사는 “앞으로 간편결제시장이 활성화되고 앱투앱 등 중간서비스(밴·PG)를 제외하는 기술이 출현하면 시장에서 카드사의 주도권이 약화될 수 있다”며 “카드사는 플라스틱카드 플랫폼에서 벗어나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결제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공동의 플랫폼 확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드사가 통합플랫폼을 활용해 교차네트워크 효과를 확대하면 조세·결제 투명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교차네트워크 효과가 공공의 이익까지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모바일결제협의체를 만들어 공동단말기를 구축 중이다. 카드사별 근거리무선통신(NFC) 규격이 모두 달라 앱카드의 오프라인가맹점 결제가 불편하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이다. 이 가운데 카드업계가 공동앱카드 개발에 나설지 주목된다. 앱카드를 공동으로 운영하면 하나의 앱에 각기 다른 카드사의 카드를 등록할 수 있어 사용자가 늘어나고 간편결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여기에 통합앱카드의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카드사로선 반길 일이다.

한편 이날 포럼에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과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을 비롯해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 정수진 하나카드 대표, 유구현 우리카드 대표 등이 참석한 만큼 카드업계가 통합플랫폼 구축에 대한 논의를 본격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앱카드가 결제기능만 수행하는 게 아니어서 공동운영이 실무적으론 쉽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