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스파크. /사진=한국지엠 제공

한국지엠 혼란 틈타 쌍용차 3위 올라서
라인업 보강 없이는 회복 어려울 듯

한국지엠이 쌍용차에 내수 3위 자리를 내주자 업계에 파란이 일었다. 한국지엠은 각종 루머 등 내우외환을 겪으며 쌍용차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국내판매 3위에 오르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
지난 9월 한국지엠은 총 4만264대를 판매했다. 이 중 내수는 전년 동월대비 36.1% 실적이 줄어 8991대 판매에 그쳤다. 그 사이 쌍용차는 같은 기간 18.2% 판매가 늘어 9465대를 기록, 월별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주력 라인업의 경쟁력 약화와 함께 SUV라인업 노후화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본다.


그동안 한국지엠의 판매량을 이끈 경차 스파크는 3396대로 지난해 5656대보다 40%나 판매량이 줄었고 중형세단 말리부도 지난달 2190대로 전년대비 44.8% 감소했다. 기대를 모은 준중형세단 크루즈는 417대에 그치며 762대의 지난해 실적보다 45.3% 덜 팔렸다.

아울러 RV라인업(캡티바-올란도-트랙스) 세 차종의 판매량은 1946대다. 이 중 소형SUV 트랙스는 1213대로 이를 제외하면 캡티바(132대)와 올란도(601대)의 판매실적은 참담한 수준.

체어맨을 제외한 나머지 라인업을 SUV로 채운 쌍용차는 같은 기간 티볼리 5097대, G4 렉스턴 1639대, 코란도 스포츠 1892대며 그나마 덜 팔린 코란도C, MPV 코란도투리스모가 각기 504대·295대를 기록했다.

지난 9월 현대차도 코나 5386대, 투싼 4519대, 싼타페 3619대의 판매량을 보였고 기아 쏘렌토 1만16대, 스토닉 1932대가 팔리며 SUV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의 판매량이 늘어나려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고효율 차종과 다양한 SUV라인업이 그 예.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르노삼성의 내수실적은 7362대지만 SM6 2265대, QM6가 2468대로 대부분을 차지했다”면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시장 포지셔닝을 명확히 한 덕분에 판매량이 유지된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SUV라인업의 부재를 알면서도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회사는 글로벌 SUV라인업을 수입, 판매할 수 있지만 국내공장 철수설마저 나도는 마당에 노조가 이를 반길 리 없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만약 국내생산을 한다면 생산설비를 갖추고 라인을 가동하는 것과 각종 부품의 국산화도 함께 진행해야 해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 경우 최소한 1~2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해당 차종을 수입해 판매하면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 문제는 노사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의 SUV라인업 수입이 쉽지 않을 걸로 예상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엠 노조는 우리나라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내생산을 하려면 미국공장의 노조를 먼저 설득해야 해서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지엠은 양국의 강성노조를 저울질하며 득실을 계산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지엠노조도 이 점을 고려해 협상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부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경쟁자들이 시장에서 빠르게 세력을 키우는 중”이라며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며 협상을 마쳐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