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학교비정규직 근로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들이 10일 학교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학교비정규직 근로자들은 '2년차부터 근속수당 연 3만원 인상'과 '통상임금 산정시간 축소(243시간→209시간) 논의 불가'를 주장하며 14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9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 등 20여명의 학교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만나 원활하지 못한 교섭 과정에 대한 위로와 단식 중단을 설득했다. 이 자리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박종훈 경남교육감 등이 함께했다. 

교육부와 15개 시도교육청,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연대체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회의)는 현재 첫 임금 집단 교섭을 진행 중에 있다. 그동안 임금 교섭은 교육청별로 진행돼 왔다.

지난 8월18일부터 현재까지 총 4차례 집단 교섭이 이뤄졌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중단된 상황이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려서다. 학교비정규직은 '2년차부터 근속수당 연 3만원 인상'과 '통상임금 산정시간 축소 논의 불가'를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통상임금 산정시간을 현행 243시간(주6일 기준)에서 209시간(주5일 기준)으로 줄이면 근속수당 인상 요구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당국은 이날 만남에서 단식 중단 요구와 집단 교섭 재개 의지를 피력했다. 김 부총리는 "첫 집단 교섭이어서인지 그동안 양측 간 소통이 부족했고 교육당국 내에서도 호흡이 안 맞았던 부분이 많았다"며 "앞으로는 이전 교섭과 달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대표위원을 정해 소통에 나설 것이며 저 역시 이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니 단식을 중단하고 테이블에서 소통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도 "김 부총리와 각 시도교육감들이 이 자리를 찾았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성실하게 교섭을 하겠다는 메시지"라며 "여러분들이 단식을 멈추고 빨리 건강을 회복해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를 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학교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눈물을 훔치며 근속수당 인상안의 조속한 타결과 향후 임금 체계 논의 추진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정규직의 60% 수준에 불과한 현재 학교비정규직 처우에서 근속수당 인상안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기 때문에 하루빨리 협의했으면 한다"며 "요구가 수용되면 (통상임금 산정시간 등) 임금 체계 협의는 다음해, 2019년에 하겠다"고 제시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새 정부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약속하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차츰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번 임금 교섭 과정에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상쇄안(통상임금 산정시간 축소안)을 제시하면서 실망이 컸다"면서도 "올해 학교비정규직이 원하는 건 교육당국의 제시안이 아니라 근속수당 소폭 인상이다. 김 부총리 등의 이번 방문이 대화의 실마리가 풀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한편 학교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예정대로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11일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오는 25일 있을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