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찬 기자
민영보험사에 비해 저렴한 보험료로 서민에게 각광받은 우체국보험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원수 대비 적은 조사인력과 높은 보험금 부지급률로 가입자를 홀대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 또 무리한 보험영업 관행까지 지적받으며 우체국보험 판매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다 민원·높은 보험금 부지급률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국보험의 민원은 2012년 3675건, 2013년 4590건, 2014년 4972건, 2015년 4424건으로 최근 들어 연 4000건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14개 생명보험사 관련 민원건수가 1만6120건임을 감안하면 단일 보험판매기관으로는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를 처리하는 조사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은 우체국보험 민원서비스 관련 인력이 겨우 8명에 불과해 부실조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8명이 연간 4000여건의 민원을 처리하려면 1인당 500여건씩 처리해야 한다. 이에 송 의원은 “우체국보험의 민원조사인원 충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우체국보험의 민원담당 인력이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공보실 관계자는 “4000여건을 8명이 담당하면 연간 1인당 500여건이지만 하루로 계산하면 2~3건을 처리하는 수준”이라며 “민원이 감당 안될 정도로 적은 인력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 보험사들은 ‘소비자보호실태평가제도’에 따라 민원발생이 과도하거나 민원인력이 민원건수 대비 적다고 판단되면 현장점검을 통해 당국으로부터 제재 등을 받는다. 반면 금감원 감독을 받지 않는 우체국보험의 경우 민원인력이 적다고 해도 별다른 제제를 받지 않는 상황이다.
민원 분쟁조정절차도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영보험사는 가입자간 분쟁 시 금감원의 중재를 받는다. 반면 우체국보험과 가입자간 분쟁은 우체국분쟁조정위원회로 넘어간다. 이 위원회는 우정사업본부가 설치한 기구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처럼 본안 심의 전 화해권고절차가 없어 객관적인 분쟁조정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또한 우체국보험의 보험금 지급 재심사비율이 높은 점도 문제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접수된 보험금 지급 재심요청은 총 7674건이고 이 중 47.4%인 3642건의 결과가 번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번복 지급된 보험금만 160억원에 달한다.
보험금 지급 재심 요청에 따른 지급비율도 2014년 45.0%, 2015년 46.8%, 지난해 1~7월 50.4%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보험금 지급의 절반가량이 재심사가 진행된 셈인데 이는 최초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체국보험의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민원건수는 2012년 1589건, 2013년 2086건, 2014년 2323건, 2015년 2238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5년간(2011~2015년) 우체국보험 보험금 청구 부지급률은 8.41%로 민간보험사 평균 0.96%의 8배에 달했다.
재심사 사유는 약관해석을 잘못한 경우가 2094건으로 57.5%를 차지했다. 같은 보험금 지급건을 두고 최초 심사와 재심사의 약관 적용 및 해석이 달라 애초에 심사의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무리한 영업, 불완전판매 가능성
우체국보험의 높은 민원건수가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재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 9일 우정사업본부 직원 4만1932명 중 3만871명(73.6%)이 우체국보험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직원 1명당 평균 13개의 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심지어 혼자 88건을 계약한 직원도 있었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자사 보험가입은 우체국보험의 과도한 보험계약 할당제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체국보험은 FC(보험설계사)가 존재하지만 우편물을 취급하는 집배원과 지점 창구직원도 보험영업을 할 수 있다. 이들은 지점별로 차이가 있지만 월별로 할당받은 보험계약을 성사시켜야 한다.
한 우체국 지점 사무직원은 “보험실적을 통해 지점별 경영평가등급이 매겨지고 결과는 인센티브 책정이나 인사점수에 반영된다”며 “우체국 입장에서는 실적 올리기에 목맬 수밖에 없다. 보험영업에 집배원은 물론 일반 사무직원까지 투입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창구직원이나 집배원은 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보험영업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는 결국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상품에 만족하지 못한 가입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소지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안’에도 우체국보험과 새마을금고의 판매상품은 보호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금융당국의 검사대상에서 제외된 우체국보험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감독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0호(2017년 10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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