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뉴 XC60 D4 인스크립션 주행컷. /사진제공=볼보자동차코리아

‘이번엔 또 어떤 첨단 안전기술을 선보일까.’
볼보자동차가 새로운 차를 출시할 때마다 사람들의 궁금증이 폭발한다. 모든 신기술이 ‘안전’으로 귀결되는 이 회사의 독특한 철학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안전의 대명사인 볼보는 단순히 튼튼한 차를 만드는 것을 넘어 사고가 나지 않는 차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런 볼보차를 두고 “확 달라졌다”는 평이 쏟아진다. 한동안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등 정체기를 겪었지만 지금은 이전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큰 폭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그동안 고수한 철학을 바탕으로 프리미엄브랜드의 ‘고급’을 강조했고 여기에 차종별 특성을 살려 ‘개성’을 더했기 때문.


변화의 선봉장엔 대형SUV XC90이 있었다. 플래그십 라인업인 ‘90’ 클러스터의 포문을 연 것으로 볼보는 이전에 없던 대형세단 S90, 이를 기반으로 만든 V90과 성격을 달리한 V90 크로스컨트리까지 화려한 정예부대로 거듭났다.

이번엔 주력 라인업 ‘60’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그 시작은 SUV XC60이다. 볼보자동차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입어 새로운 아이언 마크와 T자형 헤드램프, 세로형 그릴이 존재감을 뽐낸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는 의미의 스웨덴 ‘라곰’(Lagom) 개념을 반영, 시각적 안정감과 역동성을 함께 추구했다.

지난 17일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뉴 XC60의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어 달라진 상품성을 체험할 기회를 마련했다. 시승코스는 평소보다 길고 가벼운 오프로드와 시골길이 포함됐다. 시승모델은 XC60 D4 AWD 인스크립션으로 사전예약 비중이 무려 80%에 달하는 주력 차종이다.


◆북유럽 감성 머금은 실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기능을 우선한 미를 추구한다. XC60의 인테리어는 이 같은 디자인 방향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단순하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천연 우드트림, 크롬스위치 등 수공예요소를 활용해 마감수준을 높였다.

이번에 시승한 인스크립션 모델 시트에는 최고급 ‘나파’ 가죽을 적용하고 1열(운전석과 조수석) 시트에 마사지기능을 추가했다. 이전 세대 모델보다 시트가 얇아졌음에도 앉았을 때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볼보차의 시트는 고급소재와 특유의 착좌감이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두꺼워서 실내가 좁아 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시트는 시각적으로 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데다 몸에 감기는 느낌이 일품이다.

세로형 9인치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는 태블릿PC를 연상시킨다. 스마트폰처럼 쉽게 조작할 수 있고 여러 기능과 버튼을 화면에 담았다. 물론 운전 중 화면을 보지 않고 감각만으로 버튼을 누르는 건 어렵다.

2열 탑승객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센터콘솔 뒤편엔 실내공기청정시스템(IAQS)이 포함된 ‘4존’ 에어컨디셔너 컨트롤러가 설치됐다. 그 아래는 220v 전원 콘센트가 숨어있다. 아울러 2열 시트 밑에도 수납공간이 있어서 서류나 태블릿PC처럼 납작한 것을 놓아둘 수 있다.

아쉬운 건 2열 시트의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부스터 시트’가 빠진 점이다. 별도의 카시트 없이도 아이를 태울 수 있는 품목이었는데 열선과 시트 디자인 등을 이유로 신형에선 제외됐다. 요즘엔 부모들이 카시트를 열심히 장착하는 점도 한몫했다. 카시트를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ISOFIX는 2열 좌우 시트에 설치됐다.


볼보 뉴 XC60 D4 인스크립션. /사진제공=볼보자동차코리아

◆저속은 힘, 고속은 효율
주행성능은 어떨까. 시속 100㎞ 이하의 속도에선 강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일품이다. 굼뜨지 않고 경쾌하다. 하지만 고속에서 추월가속은 상대적으로 답답할 수 있다. 국내 수입되지 않았지만 고성능디젤인 ‘D5’가 있고 시승한 ‘D4’와 함께 출시된 고성능 가솔린 모델인 ‘T6’이 있으니 납득할 만한 성능이다.

i-ART(지능형 연료분사기술)가 적용된 배기량 1969cc의 4기통엔진의 최고출력은 190마력(ps, 4250rpm)이며 최대토크는 40.8㎏·m(@1750~2500rpm)의 힘을 낸다. 이와 맞물리는 변속기는 8단 자동 기어트로닉이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재미를 느끼면서도 장거리주행 시 효율을 높이도록 설정된 절충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구형보다 운전이 쉬워졌다는 점이다. 엔진룸과 노면에서 넘어오는 소음은 대부분 걸러진다. 전반적인 안정감이 좋아지면서 승차감도 한결 고급스럽고 편안해졌다. 차체는 길어졌는데 높이가 낮아졌기 때문. 무엇보다 휠베이스가 구형은 2775㎜였지만 신형은 2865㎜나 된다. 여기에 최신 사륜구동시스템(AWD)이 적용돼 차체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코너에서는 노면에 착 달라붙어 돌아나가는 몸놀림이 수준급이다. 단단한 뼈대에다 유연한 하체, 필요한 바퀴에 힘을 더하는 융통성이 만난 결과다. 이날 차종에 따라 18인치부터 20인치 대구경 휠까지 장착됐고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SUV여서 서스펜션의 상하움직임 폭이 큰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움직임이다.

주행모드는 일반적인 컴포트, 연료효율을 우선하는 에코,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는 다이내믹, 험로주행에 적합한 오프로드, 동력전달 방식 등 운전자의 취향에 맞춘 인디비주얼까지 5가지가 지원된다.

◆달라진 상품성, 관심 급증

이번에 시승한 ‘더 뉴 XC60’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다양한 첨단 안전기능이 탑재됐다. 볼보차는 이를 ‘인텔리세이프시스템’이라고 통칭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안전기술을 모조리 담았다고 이해하면 된다.

최근 출시되는 볼보차는 ‘스웨디시’, ‘북유럽’ 등을 강조한다. 조수석 송풍구와 시트 등받이에 스웨덴 국기를 슬그머니 새겨 넣는가 하면 차 곳곳에 최신 북유럽 트렌드를 강조했다. 예전엔 볼 수 없던 행동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최상위 트림에 바워스&윌킨스(B&W) 하이엔드 스피커를 기본 탑재하며 소비자들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이유야 어찌 됐든 변신은 성공적이다. 새로운 XC60는 사전계약 시작 2주 만에 1000대 계약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조용히, 꾸준히 팔리는 브랜드 특성을 감안하면 이처럼 뜨거운 인기는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당장 내년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T8’을 출시하고 나아가 허리 격인 60클러스터와 막내 40클러스터 형제도 차차 합류하며 볼보 가문의 재건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1호(2017년 10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