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2년 전 첫째아이를 출산하고 2개월 만에 다시 일하게 되면서 베이비시터를 고용했다. 양가 부모님은 지방에 사시는 데다 만약 둘 중 한 분이 아이를 돌봐준다고 해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연로한 부모님께 힘든 육아를 맡기고 싶지 않았고 아이를 키우는 일만은 두 사람의 힘으로 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기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많은 걱정과 비난을 견뎌야 했고 둘째아이를 낳은 지금도 그때와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어린이집에서 지진 대피 시 가방으로 머리를 보호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사진=김노향 기자
◆눈치보는 베이비시터, CCTV의 딜레마
갓난아기를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출근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과 친구들, 심지어 회사 동료들도 "쯧쯧" 하며 혀를 차거나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에게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한번도 죄책감 같은 것을 갖지 않았음에도 나는 '아이를 내팽개치고 일하는 매정한 엄마'가 됐다.
그런 선입견은 엄마인 나의 몫이기에 참을 수 있지만 더 힘든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됐다. 베이비시터는 좋은 분이지만 우리 부부와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생후 2개월의 아이를 돌보는 일이 체력적으로 힘든 데다 스트레스를 받으므로 서로 불만이 쌓이고 그것이 때로는 말이나 행동으로 나타났다. 목숨만큼 소중한 아이를 돌보는 분이니 보수도 넉넉히 드렸고 늘 눈치를 보며 행동해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보는 일은 잘돼도 티가 안 나고 조금만 잘못되면 문제가 생기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아무리 주관이 강한 엄마라도 아이와 관련해서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거나 동요하기가 쉽다. 선배들이나 먼저 아이를 키워본 친구들은 베이비시터의 육아방식, 이를테면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방법 등에 대해 끊임없이 참견하고 조언했다.
그중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CCTV에 관한 문제였다. CCTV는 베이비시터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안전이 주된 목적이지만 갈등이 심각해 매스컴에서도 많이 다룬 문제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말하지 못하는 아이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은 CCTV에 의한 증거뿐이라는 점을 들어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 부부 역시 CCTV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베이비시터에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느 기사에서 베이비시터의 인터뷰를 인용하면 그렇다. "회사원들도 틈틈이 스마트폰 하고 휴식도 갖잖아요. 그런데 책상에 CCTV 설치해놓고 상사가 실시간으로 감시하면 누가 좋겠어요?"
◆어린이집 맡기기엔 너무 작은 아이
어린이집은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다. 아주 작은 규모의 가정어린이집을 제외하면 대부분 CCTV가 설치돼있고 보다 전문성을 갖춘 단체보육서비스를 제공해서다. 16개월의 첫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이후 걱정과 달리 또래친구들과의 사회성을 배우면서 지진·전쟁 등 재난 대피요령과 같이 집에서 소홀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는 것을 보며 선생님들을 신뢰하고 의지하게 됐다. 또한 어린이집은 정부지원으로 무상보육이 가능하므로 한달 150만원 안팎의 베이비시터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그럼에도 너무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또다시 망설여졌다. 아이를 낳아보기 전에는 갓난아기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생각했다. 과거 육아휴직이 없던 시절에는 워킹맘이라면 100일도 안된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길 수밖에 없었고 천지 분간을 못하는 아이가 엄마인지 선생님인지 알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막상 내 자식을 낳고 보니 목도 제대로 못 가누는 갓난아기 여러명이 나란히 누워서 온종일 울어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불안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생면부지 남인 것은 피차일반이지만 낯선 환경이 아닌 집에서 온전히 내 아이만 집중할 수 있는 베이비시터에게 맡기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좋은 베이비시터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지 불확실한 것은 여전히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출생신고를 마치고 2년 전과 같은 고민을 하며 누구든 아이들이 부디 안전하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보살펴주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이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