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 흥진호. 흥진호 나포. /사진=뉴시스

북한에 나포된 지 엿새 만에 돌아온 복어 잡이 어선 '391 흥진호'가 북한 해역을 50마일 정도 침범해 조업하다 나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31일 선원들을 상대로 북한과의 경계 수역을 넘은 경위와 북한에 나포된 상황 등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조사단이 흥진호의 GPS(위성항법장치)플로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흥진호는 한일 공동 어로 수역에서 북한 해역으로 50마일 정도 진입해 20여시간 이상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흥진호는 지난 21일 오전 0시30분쯤 한국인 7명, 베트남인 3명 등 선원 10명을 태운 채 허가받은 대회퇴어장 밖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다 북한 경비정 2척을 발견한 뒤 대화퇴어장 방향으로 도주하려 했지만 나포됐다.

선장은 나포 당시 해양경찰이나 어업정보통신국에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선장이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다.

흥진호는 지난 22일 늦은 오후 원상항으로 예인됐다. 선원들은 강원 원산항 인근 여관에서 각 방에 2명씩 수용됐고, 개별적으로 북한 조사관에게 불려가 개인 신원 사항과 월선 경위 등에 대해 진술했다.


선원들은 조사 당시 "해역에 침범해 잘못했다. 송환시켜주면 다시 침범하지 않겠다. 북한 체류 기간 처우에 감사하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했고, 가혹 행위는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흥진호는 지난 27일 오후 10시16분쯤 속초항으로 귀환했다. 해경은 이날 오후 6시38분쯤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으로부터 흥진호 선원들과 선박을 넘겨받았다. 흥진호는 500톤급 속초해경 경비정 등의 호위를 받으면서 4시간여에 걸친 항해 끝에 속초항에 입항했다.

선원들은 속초항 도착 후 조사단에 "어획물(복어 3.5톤)의 부패 방지를 위해 선주에게 어선을 인계할 수 있도록 경북 후포항으로 바로 이동해달라"고 요청했다.
흥진호는 지난 28일 오후 후포항에 도착해 어선과 어획물을 선주에게 인계했다. 선원들은 출항 당시 입었던 복장 그대로였고, 의복이나 선전물 등 북한으로부터 받은 물품은 없었으며, 건강 상태도 원래 지병이 있던 선원 1명 외에는 모두 양호했다.

선원들은 입항 당시 얼굴 노출을 꺼려 본인 소유의 마스크를 썼고, 일부 선원은 조사단에 마스크를 요청해 착용했다.

앞서 해경은 지난 21일 오후 10시31분쯤 포항어업통신국으로부터 '흥진호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보고받았다. 해경은 흥진호가 조업 신고한 울릉도 북방 약 183해리(339㎞) 지점의 대화퇴어장을 중심으로 수색에 착수했고, 동시에 동해 1함대사령부 등에 상황을 전파했다.

해경은 조업 지점이나 당시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해 흥진호의 나포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뒤 조난이나 대형 선박 충돌로 인한 침몰로 보고 '위치보고 미이행 선박'으로 상황을 전파했다는 것이 조사단의 설명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이로 인해 정부 각 기관은 지난 27일 오전 6시30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흥진호 나포 및 송환 계획을 보도한 후 나포 사실을 최조 인지하게 됐다"며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서해 조업 어선의 원선 방지 실태를 전면 재점검하고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대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