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KB금융지주 명동 본점, 신한은행 본점, KEB하나은행 본점, NH농협금융지주. /사진제공=각 사

4대 금융지주사가 올 3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면서 모처럼 활짝 웃었다. 특히 일부 금융지주사는 창립 이래 최대실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웃음이 내년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안을 들여다보면 경영을 잘했다기보다 고객이 낸 이자로 수익을 거둬들인 측면이 더 크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가 ‘이자 장사’로 지갑을 채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설상가상 내년부터 대출 문턱도 대폭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대출 실수요자가 줄어 이자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내년엔 새로운 포트폴리오와 먹거리를 누가 먼저 찾느냐에 따라 금융지주사의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앉아서 돈 벌어… 내년엔 어쩌나


KB·신한·하나·NH농협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원 규모) 대비 60%가량 증가한 수치다. 1위는 KB금융이 차지했다. KB금융은 2조75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3분기에도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그 다음은 신한금융(2조7064억원), 하나금융(1조5410억원), 농협금융(7285억원) 순이다. 우리은행도 같은기간 누적 순익 1조3785억원을 기록, 1조클럽에 가입했다.

금융지주사가 호실적을 낸 데는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4대 금융지주사의 올 3분기 이자이익은 20조539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6조6641억원) 대비 3조8758억원(23.2%) 늘어났다. 이는 대출자가 그만큼 이자를 더 냈음을 뜻한다. 금융전문가들은 이 같은 호실적이 올해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본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출규제 정책이 내년부터 적용돼서다. 올 연말까진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현 흐름을 방해할 요소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기류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란을 막기 위해 강력한 대출규제 정책을 실행하기 때문이다. 또 4분기에도 사상 최대실적을 갈아치운다면 이자로 손쉽게 돈버는 금융회사의 영업환경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내년 국내 은행의 수익이 올해보다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로는 ▲가계대출 실수요 증가세 둔화 ▲혁신기업 등 신규거래처 발굴 어려움으로 인한 기업대출 증가세 둔화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 확대 등이 거론됐다.

임영석 은행·보험연구실장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올해 12조9000억원에서 내년엔 8조4000억원으로 반토막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자이익 역시 올해 8.6%에서 4.1%로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통합 계열사, 해외진출이 ‘해답’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의 내년 경영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비이자 수수료와 글로벌시장 확대가 새로운 수익창출의 핵심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대신 보험과 증권, 자산관리, 카드 등의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실제 KB금융이 올 3분기 최대실적을 기록한 데는 비이자수익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KB금융 관계자는 “통합 KB증권 출범과 KB손해보험 인수 등으로 이익기반이 크게 확대됐다”며 “이로 인해 그룹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0%대에서 올해 30%대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비이자수익이 각각 1조151억원(13.0%), 1조6667억원(5.2%)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KB금융은 비은행권에서 추가로 M&A에 나설 것임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신한·하나·NH농협금융도 이 같은 기류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도 비은행 계열 M&A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라며 “누가 더 우량한 기업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틈새시장을 찾는 것보다 해외에서 글로벌은행과 경쟁하는 것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데 유리할 수 있어서다.

현재까지 글로벌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올 3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33.4% 증가한 1억5922억달러(약 1770억원)의 글로벌순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1억6253억달러)에 버금가는 규모다. 신한금융은 내년부터 일본, 스웨덴,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으로 진출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금융도 해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전략을 세웠다. 외환은행을 인수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보유한 하나금융은 KEB하나은행을 기반으로 증권과 보험 등 주요계열사까지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하나금융의 통합서비스인 하나멤버스를 통해 내년엔 주요선진국까지 넘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KB금융과 농협금융은 아직 해외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해외진출을 위한 루트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해외시장에 과감히 도전하겠다며 해외진출 의지를 대외적으로 밝혔고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도 2022년까지 해외수익비중 10%를 달성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부터 대출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예대마진 하락이 불가피해졌다”며 “비이자 개선과 해외진출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누가 여기서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은행권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