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트럭버스코리아 제공
내구성·연료효율 이어 첨단안전장비 주목
치열해진 경쟁, 안전장비로 차별화 예고

우리나라 수입차시장의 폭풍성장은 비단 승용차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상용차시장도 비슷한 단계를 거치며 꾸준히 성장 중이다. 글로벌시장에서 판매비중이 아직 한자리수에 불과하지만 성장률은 수년째 두자릿수를 이어가며 주목받고 있다.

국내 상용차시장은 등록대수 제한, 국내업체에 유리한 치수규정 등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수입차업체들은 저마다 틈새를 노리며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는 상황이다. 수입상용차는 값이 국산보다 비싸지만 내구성과 연료효율성, 확장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고장이 나서 일을 쉬어야 하거나 나쁜 연비로 기름을 많이 쓰면 저렴한 가격이 퇴색돼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에 따르면 현재 수입상용차시장 1위는 볼보트럭이다. 지난 10월 트랙터와 카고 버스 특장을 합해 총 106대를 팔았다. 만(MAN) 70대, 메르세데스-벤츠 60대, 스카니아 54대, 이베코 8대로 뒤이었다.

올 1월부터 10월까지 점유율은 볼보트럭이 38.7%이며 만이 21.8%로 2위, 스카니아 19.2%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6.7%로 4위, 이베코는 3.6%로 5위다. 집계에서는 건설기계로 분류되는 덤프트럭 등록대수가 제외됐지만 전체판매량에서 거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조만간 통계에 추가될 예정이다.
볼보트럭 FH LNG /사진=볼보트럭 제공

◆상용차도 큰 전환기 맞아

우리나라 수입상용차 1위업체 볼보트럭. 지난 15일 방한한 클라크 닐슨 볼보트럭 사장에 따르면 글로벌시장에서 볼보트럭은 연간 11만대를 판다. 한국은 올해 지난해 대비 15% 성장한 3000대 판매량을 예상했다. 볼보트럭의 세계시장 판매량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인 셈이다.
이날 그는 단순히 판매량을 넘어 중요한 흐름을 언급했다. 수익성이 높아져 서비스와 새로운 기능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것과 소비자의 요구수준이 매우 높고 도로여건도 좋은 데다 통신인프라가 잘 갖춰져서 한국시장이 테스트베드로서 중요성이 커진 점이다.

아울러 닐슨 사장은 2030년을 목표로 자율주행트럭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교통혼잡과 도로위험에 노출된 상황을 극복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며 그것은 연결성과 자율주행, 전기동력화라는 3가지 과제를 넘어서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10월 미국에서 프라이트너 트럭에 군집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기술을 테스트했다. 도로에서 트럭들이 기차처럼 이어 달리는 환경을 만들어 자율주행을 시연한 것. 볼보도 이 같은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일반적인 도로보다 광산처럼 제한된 구역에서의 자율주행에 주목하는 중이다.

이는 완전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돌아다니려면 ‘트롤리 딜레마’처럼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기준이 필요해서다. 차에 탄 탑승자를 살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차나 보행자를 살릴 것인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섣부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 따라서 항만이나 광산, 건설공사 등 제한구역에서 먼저 완전자율주행차가 활용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형트럭이나 버스로 인한 사고는 처참한 결과를 낳는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월 개정된 교통안전법에 따라 대형화물·특수차는 2019년부터 전방충돌경고기능(FCWS)과 차로이탈 경고장치(LDWS)를 의무적으로 장착도록 했다.

볼보트럭은 차선이탈방지경고장치와 긴급제동기능이 포함된 대형트럭을 내년 초 국내 출시한다. 가격인상문제보다 도로안전문제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표준화를 통해 가격인상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트럭 제공

◆'환경·안전'도 비용으로 계산
나아가 상용차시장은 하이브리드와 전기동력화 등 파워트레인의 변화를 마주한다.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디젤트럭이 설자리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무엇보다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가격인상요인이 된다. 이 점은 상용차나 승용차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차값이 비싼 상용차업계는 가격문제에서 고민이 크다.

업계에서는 현재 디젤파워트레인에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결합하는 건 매우 큰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성이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디젤에서 하이브리드 트럭으로 전환할 경우 기대하는 이익의 회수 시점은 5년에서 10년으로 제각각이다. 차값이 비싸지만 연료효율이 좋아서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그 시점에 대한 분석이 다른 것.

하지만 업계에서는 배터리 밀도가 높아지고 충전시간도 단축되는 등 현재 배터리기술의 발전속도라면 수년 내 가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본다.
클라스 닐슨 볼보트럭 사장 /사진=볼보트럭코리아 제공

이와 관련해 닐슨 사장은 “모든 건 환경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나라별로 규제가 강화되면 전기와 하이브리드 트럭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술발전으로 배터리와 전기동력화 비용은 꾸준히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용차업체 관계자는 “안전문제와 환경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하느냐가 앞으로 성패의 열쇠”라며 “최근엔 사고로 인한 피해비용도 고려하는 분위기여서 당분간 안전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