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수입차업계가 달라졌다. 2010년부터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 기록을 이어갈 때만 해도 앞만 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의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2015년 디젤게이트와 여러 악재가 맞물리며 시련이 찾아왔다. 물론 업계 입장에선 전화위복이었다. 서비스를 강화하며 내실을 다진 결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머니S>는 수입차업계가 최근 몇년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서비스’에 대해 살펴봤다.
수입차업체들이 대대적인 서비스 인프라 확장과 더불어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비스 질 향상은 수입차시장에서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서비스의 질이 브랜드 가치와 직결된다. 이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업체들이 특화 서비스에 사활을 건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서비스 편의 향상 도모
수입차 오너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서비스의 편의성이다. 차량관리를 위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는데 매번절차가 복잡하고 또 오래 걸린다면 결국 해당 브랜드의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BMW그룹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실시간 예약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인 ‘BMW 플러스’를 통해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였다. 기존에는 고객이 전화를 걸어 차량번호를 조회하고 가능한 일정을 확인한 후 예약해야 했는데 이 앱을 통하면 손쉽게 신청할 수 있다. 이 앱은 차량 서비스 예약뿐만 아니라 보증수리 및 차량정보 조회, 긴급출동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간단한 경정비 예약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전국의 서비스센터를 모바일로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어 일일이 전화할 필요가 없다. 예약이 확정되면 확인문자가 발송된다. 예약확정까지 1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게 BMW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BMW 부천 서비스센터. /자료사진=BMW그룹 코리아 제공
앱을 통해 워런티 및 보증수리 만료일자 등 차량의 관리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차계부 작성 등 운전자가 일일이 챙겨야 했던 항목을 BMW 플러스를 통해 간편하게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올 상반기에는 BMW에 이어 MINI 버전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BMW코리아는 또 주말과 공휴일에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365일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전국 6개 서비스센터에서 365일 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더욱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를 선보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올해 이와 연동된 ‘젠트리 포털 프로’ 시스템을 도입해 사전 원격진단을 구현할 방침이다. 이로써 서비스센터를 찾지 않아도 자동차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한불모터스의 경우 지난해 푸조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대대적으로 업데이트했다. 서비스센터 정보, 서비스 예약, 정비이력 조회, 차량점검 등 관리정보부터 간단한 푸조 차량 조작법, 현재 진행 중인 캠페인 정보, 서비스 쿠폰 정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푸조 고객들이 보다 쉽고 간편하게 차량을 관리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사용자 환경과 트렌드를 고려해 애플리케이션 리뉴얼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볼보자동차의 경우 조금 다른 방향으로 서비스편의 개선에 나섰다. 기존 서비스의 문제를 과도한 커뮤니케이션 단계로 인한 정보의 누락과 오류라고 판단하고 이를 개선키로 했다. 서비스업무를 고객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인데 이 결과 개발된 것이 ‘볼보개인전담서비스’(VPS)다. 개인 전담 정비사를 지정해 고객과 일대일로 매칭함으로써 테크니션이 직접 예약 및 접수부터 차량점검, 수리, 수리내역 설명과 차량인도까지 일괄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일정 교육을 수료한 서비스센터에만 스웨덴 본사에서 VPS 인증을 부여하는데 현재 국내에서 12곳이 이 인증을 받았다. 볼보차 코리아는 올해 말까지 국내 서비스 전 지점의 인증을 마칠 계획이다.
◆정비능력 제고 총력
서비스를 편리하게 받을 수 있더라도 정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동차 서비스센터를 찾는 본질은 내 차의 확실한 정비다. 특히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프리미엄 브랜드 차들은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비 장인’을 육성하기 위해 저마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렉서스코리아가 최근 딜러사 테크니션 및 서비스 어드바이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킬 콘테스트’는 이 같은 정비능력 제고의 일환이다. 렉서스코리아는 브랜드 진출 초기인 2002년부터 이 콘테스트를 실시했고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서비스센터 내부. /제공=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콘테스트에서는 일반정비, 판금, 도장, 서비스 어드바이저 4개 부문에서 실제 고객응대 상황을 가정한 시험을 실시한다. 올해 콘테스트에는 306명의 렉서스 딜러사 테크니션 및 서비스 어드바이저 중 자체 경연을 통해 선발된 32명이 참가했다. 콘테스트에서 각 부문별 1위를 차지한 수상자 4명은 일본에서 개최되는 ‘인터내셔널 고객 서비스 챔피언십’에 참가한다.
렉서스코리아 관계자는 “렉서스 스킬 콘테스트 등을 통해 테크니션의 정비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며 “최고의 전문성과 숙련된 기술로 고객의 안전과 차량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렉서스코리아에는 ‘최고 수준의 서비스 고수’를 의미하는 마스터 레벨(Master Level) 인증 보유자가 131명 있다. 서비스 전체 인원의 42%에 달한다.
볼보차코리아도 까다로운 서비스교육을 실시하기로 이름이 높다. 볼보차코리아는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서비스센터 전체 인력을 대상으로 VCPA(Volvo Cars Performance Academy)라는 인력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비기술교육과 기술교육을 두루 진행하며 웹기반 교육 시스템을 통해 수시로 실시된다.
또한 테크니션의 역량 개발을 위해서는 볼보자동차의 글로벌 표준 교육 프로그램인 VGSTC (Volvo Global Standard of Technical Competency)에 따라 경기도 평택 소재 볼보자동차 트레이닝센터에서 정기적인 기술교육을 실시한다. 연식 변경 모델을 포함한 신차 출시 시기는 물론 차량에 새로운 시스템과 기술이 채택될 때마다 특별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볼보차코리아는 기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스웨덴 본사와 동일한 시스템의 ‘마스터 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신설해 중간 관리자 역할의 정비사 역량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년 과정으로 진행되며 마스터 그레이드를 취득한 정비사는 볼보 공식 서비스센터 내에서 다른 정비사를 교육하고 기술을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볼보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대규모 신규 트레이닝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서비스 인프라 확장에 발맞춰 한번에 100명 이상의 인원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새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정비를 포함해 영업, 서비스를 포함한 전 분야의 직원 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역시 서비스 품질 강화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전세계 재규어랜드로버 테크니션 중 상위 6%만이 받을 수 있는 마스터 테크니션 자격증을 가진 전문인력을 18명을 배출했다. 마스터 테크니션은 재규어랜드로버 글로벌에서 인증하는 최상위 등급의 재규어랜드로버 전문기술자를 뜻한다. 최소 3년 이상의 트레이닝 기간 동안 총 68가지 과정을 이수하고 3단계의 인증 평가 과정을 통과해야만 자격이 부여된다.
PSA로부터 서비스 역량 강화 및 CS 마인드 함양을 위한 교육도 매 분기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이를 통해 국내 서비스 및 세일즈 퀄리티 수준을 전세계 푸조와 시트로엥 진출 국가 중 상위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고객 부담 줄이는 보증서비스
보증서비스기간을 늘리거나 부품가격을 할인해 고객의 부담을 줄이는 것도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특히 보증기간이 끝난 차를 대상으로 부품가격을 인하해 보증기간 이후 외부 정비소로 이탈하는 고객의 발길을 다시 돌려놓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2월 빈번히 교체가 이뤄지는 6200여개 부품을 선별해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8.7% 인하했다. 벤츠코리아는 9년 연속으로 부품가격 인하를 실시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교체 빈도가 높은 소모품과 사고 수리 빈도가 높은 외장부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을 인하해 차량을 장기 보유한 고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벤츠코리아는 또 지난해 보증 연장상품인 ‘워런티 플러스’ 제도를 도입했다. 기본 제공하는 3년·10만㎞의 보증서비스를 5년·14만㎞까지 연장할 수 있다.
BMW코리아는 이보다 앞서 보증연장 프로그램을 내놨다. 3년·20만㎞와 5년·20만㎞ 두 종류를 판매한다. 볼보차코리아의 경우 별도의 보증연장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지만 기본 5년·10만㎞의 보증을 제공한다. 수입차업계 최고 수준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서비스센터 내부.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차를 구매하는 고객 모두는 수입차업계 최장 수준인 5년 또는 10만㎞까지 무상 보증을 제공받는다.(3년 이후부터는 수리비용 1000만원 한도). 이와 함께 해당 보증기간 동안 소모성 부품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이 같은 서비스 패키지는 유지비용을 절감해 고객 부담을 낮추고 차량 잔존가치를 향상시키기는 데 기여한다.
한불모터스의 경우 고객들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애썼다. 지난해 한불모터스는 보험개발원을 통해 개별 모델 보험 등급 조정 평가를 실시해 뉴 푸조 5008 SUV와 뉴 푸조 3008 GT의 보험 등급 조정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두 차종의 보험료가 각각 20%, 10% 정도 인하됐다. 뉴 푸조 3008 GT는 보험사별 손해율이 악화되지 않을 경우 올해 2분기 추가 조정돼 고객의 부담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객 경험 차별화 고민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는 서비스센터 공간 자체를 바꾸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는 고객이 느끼는 경험까지 서비스의 일환으로 보는 것. 패스트트랙 정비를 실시하더라도 30분 이상 대기해야 하기 마련인데 이 시간을 더욱 값지게 보낼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서비스센터가 항공사 라운지만큼 편안한 휴식공간과 다양한 서비스를 갖췄다.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마사지존이나 개인공간을 마련하기도 하며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해 ‘키즈룸’을 설치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문화를 선도해온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한발 더 나아가 고객경험에서 차별화를 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2016년 국내 처음 도입한 고객맞춤형 서비스인 ‘마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니즈에 따라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차량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맞춤서비스다. ▲합리적인 비용을 선호하는 사람을 위한 이코노믹 옵션 ▲무료세차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운지 옵션 ▲빠른 서비스가 가능한 스피드 옵션 ▲픽업&딜리버리 옵션 등 4가지로 구성된다. 벤츠코리아는 또 태블릿 PC를 통한 페이퍼리스(Paperless) 프로세스를 서비스센터 26곳에 도입했다.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더욱 신속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기간 동안 차를 점검해주는 ‘에어포트서비스’는 BMW의 대표서비스로 꼽힌다.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의 BMW·MINI 통합서비스센터에서는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여행기간동안 차를 정비 및 보관해준다. 여행기간 차량관리와 정비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각 브랜드가 서비스센터 외연확장과 신속·정확한 정비서비스에만 집중했는데 최근에는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고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1호(2018년 3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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