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도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현대글로비스는 중국 완성차 수출을 공략하며 비계열 매출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사진=현대글로비스
미국이 중국산 선박뿐 아니라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도 입항 수수료를 부과한 가운데 현대글로비스는 중국 전기차 기업 BYD와의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책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BYD를 통해 리스크 완화 및 비계열 매출 신장을 도모하려는 포석이다. BYD는 미국외 지역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중국 해운사 선박과 중국산 선박에 더해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도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10월부터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이 미국에 입항할 경우 1CEU(차 1대 운반 공간)당 150달러를 내야 한다. 현재 미국산 자동차 운반선은 단 2척에 불과해 사실상 전 세계 모든 자동차 운반선이 수수료 부과 대상이다.


98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도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 매출은 전년 대비 10.6% 증가한 28조407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완성차해상운송(PCTC) 부문 매출이 4조3억원으로 전년 대비 27.5% 늘며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일부 노선의 운임 인상과 선대 확대, 비계열 매출 증가가 PCTC 부문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미국의 수입차 관세와 입항 수수료 등으로 PCTC 부문의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비계열사 매출 확대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PCTC의 비계열 매출 비중을 5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도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운사업에서는 원가 경쟁력 확보 및 비계열 수주 확대를 통한 손익 제고를 이루겠다"며 "특히 극동발 고객 확대를 내실 있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글로비스는 비계열 매출 확대를 위해 중국 완성차 수출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경쟁사인 BYD와도 손을 잡으며 홀로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에는 BYD와 물류 및 완성차 해상운송 분야의 전략적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BYD가 보유한 자동차 운반선의 선복(화물 적재 공간)을 공동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현대글로비스 선박을 통한 BYD 완성차 수출물량 운송도 검토하기로 했다. 향후 BYD의 해상운송을 현대글로비스가 맡게 될 경우 비계열 매출 비중 확대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미 수출 비중이 낮은 BYD는 관세 부담에서도 자유롭다. 유럽·남미 등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으며 올해 해외시장에서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8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완성차 수출 증가에 따라 올해 극동발 해상 운송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이 전년 대비 22.7% 증가한 640만7000대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중국발 자동차 수출 물량이 급증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송 능력 확보도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030년까지 자동차 운반선을 128척까지 확대하고, 현재 연 340만대 수준인 완성차 해상운송 물량을 50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BYD와 다양한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늘어나는 수출 물량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영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