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문재인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의 공감 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일명 '드루킹' 김모씨(48)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 파주 '느릅나무출판사'를 찾아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 비방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드루킹' 일당 중 한명인 이른바 ‘서유기’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기사 댓글의 공감 클릭 수를 조작하는 데 쓰인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한 당사자다. 영장이 발부되면 이번 사건의 구속자는 4명으로 늘어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드루킹 김모씨(48·구속)의 지시를 받고 입수한 매크로로 기사 댓글의 공감 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박모씨(30)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매크로를 이용해 지난 1월17일 '한반도기 앞세워 공동입장…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란 기사의 댓글 2개에 공감 클릭 수를 조작한 혐의다.
박씨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장본인이다. 매크로는 댓글 추천 등 여러 작업을 한번에 자동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박씨는 인터넷에서 '서유기'라는 필명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부 비방 댓글 조작 사건 수사팀을 대폭 확대하고 이들의 자금추적에 나서는 등 배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김씨가 조직적 댓글 조작 활동을 위한 자금을 어떻게 확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능범죄수사대 수사 인력 등을 추가로 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강연료와 제품(비누 등) 판매로 수익을 올렸다고 진술하지만 범행 장소였던 출판사 사무실 임대료 등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자금 출처가 어딘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경기 파주의 느릅나무출판사 간판을 내건 사무실에서 여론 조작 작업을 벌였다. 경찰이 입건한 피의자는 현재 5명이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느릅나무출판사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 휴대폰 170여대를 확보했다.
출판사 사무실 임대료와 운영비, 인건비, 휴대폰비 등으로 매달 최소 수천만원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수익원이 뚜렷하지 않아 무슨 자금으로 경비를 충당했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느릅나무출판사는 지난 10여년 동안 책을 한권도 출판하지 않은 사실상 '유령 출판사'로 알려졌다. 출판사 수익이 전혀 없던 셈이다.
경찰은 지난달 30일부터 15개 금융회사로부터 피의자 5명(3명 구속 중)의 계좌 30여개를 회신받아 분석 중이다. 계좌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으며 이 중에는 느릅나무 개인사업자 명의의 사업용 계좌도 포함됐다.
일당의 통신 내역도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사무실과 거주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휴대폰 통화 내역을 분석한 경찰은 피의자들에 대한 통신조회 영장을 16일 발부받았다.
경찰은 기존 2개팀(13명)에서 5개팀으로 수사팀을 확대 편성했다. 추가로 2개 수사팀(12명)을 투입하고 자금추적에 전문성이 있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범죄수익추적수사팀 5명도 합류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포털사이트에서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 댓글의 공감 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김씨와 양모씨(35), 우모씨(32) 등 3명을 지난달 말 구속했다.
피의자들은 느릅나무출판사의 직원들로 회원수 2000명 정도인 진보 성향 경제민주화 카페에서 운영자로 활동 중이다. 피의자들은 모두 민주당원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1월17일 '한반도기 앞세워 공동입장…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라는 기사에 달린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는 댓글의 공감 수를 매크로로 조작한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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