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VAN)사에 지급되는 전표매입수수료를 둘러싸고 신한카드와 밴 대리점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올 초 신한카드가 결제승인·전표매입 등을 대행하는 밴사 업무의 일부인 ‘데이터캡처 청구대행 업무’를 정보통신기술(ICT)사업자에 위탁하면서다. 밴 대리점은 관련 수수료 수익이 없어진 밴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밴 대리점은 밴사로부터 가맹점 관리 및 전표 수거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다.

최근 신한카드, 밴, 밴 대리점 등 이해당사자들이 가맹점관리수수료 지급 방식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밴 대리점은 오는 25일 ‘밴 대리점 생존권 보장을 위한 결기대회’를 열고 신한카드 이용거부 운동에 나선다.


일각에선 신한카드가 줄인 비용이 고스란히 영세 및 중소가맹점주에게 전가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주수익원이 줄어든 밴 대리점이 그간 무상으로 지원했던 카드단말기 관리를 유상서비스로 전환해 가맹점주에게 비용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밴 대리점 대부분이 영세 자영업자인 점을 감안하면 악화된 영업 환경에서 신한카드가 벌인 무리한 ‘몸집 줄이기’가 소상공인의 상생을 깨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제공=신한카드

◆신한카드 대상 집회 여는 이유


밴 대리점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한신협)는 지난 16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오는 25일 오후 2~4시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 앞에서의 신한카드 이용거부 집회 신고를 했다. 밴 대리점업계가 특정 카드사인 신한카드를 상대로 이용 거부운동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신협은 집회에 500~600명의 밴 대리점 종사자들이 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밴 대리점은 집회에서 신한카드 측에 5만원 이하 결제 건에 대한 가맹점관리수수료 지급 이행을 요구할 계획이다.

앞서 신한카드는 지난 1월 밴사의 전표 매입업무 중 하나인 ‘데이터캡처 청구대행 업무’를 ICT업체 케이알시스에 위탁함과 동시에 이 업무에 해당하는 수수료(청구대행수수료) 18~20원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밴사에 일방 통보했다. 다만 가맹점관리 명목으로 3원을 보전키로 했다. 데이터캡처 청구대행 업무는 카드전표 매입 데이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카드결제 승인이 정상거래인지 확인하는 절차로 밴사의 주된 기능 중 하나다.

갈등은 여기서 촉발됐다. 밴 대리점은 신한카드가 청구대행수수료를 밴사에 지급하지 않으면 밴사가 가맹점관리수수료를 미지급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밴사가 청구대행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만큼 밴 대리점에 건네는 가맹점관리수수료 비용을 절감할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5만원 이하 건에 대해 밴사는 카드사로부터 18원을 받은 뒤 12원을 더한 30원을 가맹점관리수수료로 밴 대리점에 건네는데 밴사의 청구대행수수료 수익(18~20원)이 없어지면 소액결제 건에 대한 가맹점관리수수료는 0원이 될 것으로 밴 대리점은 보고 있다.


이에 밴 대리점은 신한카드 측에 2년 전 약속했던 5만원 이하 건에 대한 가맹점관리수수료 지급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도입으로 소액결제에 대한 밴 대리점의 카드전표 수거업무는 없어졌지만 단말기 수리 등 가맹점 관리 명목으로 카드사(18원)와 밴사(12원), 밴 대리점(6원)이 고통을 분담하기로 2016년 4월 협약한 바 있다.

신한카드와 밴사, 밴 대리점 등 3당사자들은 최근 신한카드 본사에 보여 이 ‘3자간 협약’ 이행 방식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짓지 못했다. 이에 신한카드 관계자는 “밴사 및 밴 대리점 측과 지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영세가맹점주에 비용 전가될 것”

신한카드는 이번에 절감한 청구대행수수료가 가맹점관리수수료와 다른 항목인 만큼 3자간 협약 이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가맹점관리수수료는 밴사가 처리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또 신용카드 감맹점수수료율 인하 등 영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져 발전한 기술을 이용해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밴 대리점 대다수가 영세업자인 점을 감안하면 2200만 고객을 보유한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이 같은 주장은 카드시장의 당사자간 협력모델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밴사가 맡아온 데이터캡처업무를 케이알시스에 넘긴 것을 두고 신한카드는 ‘기술 발전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지만 지나친 비용 절감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업무 처리를 위해 케이알시스도 결국 밴사가 이미 구축한 정보통신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케이알시스가 신한카드로부터 이 업무 대행으로 받는 수수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존 18~20원보다 극히 낮은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신용카드 하루평균 결제 건수(3236만 건)와 신한카드의 시장점유율(22.7%)을 감안하면 청구대행수수료 절감 효과는 작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케이알시스와 신한카드 측은 “수수료 등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신한카드가 절감한 비용이 중소 및 영세가맹점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간 밴 대리점은 카드단말기 관리를 무상으로 지원했는데 앞으론 가맹점주들에게 비용을 청구할 것이란 분석이다.

경기 남부권역에서 영업하는 한 밴 대리점 종사자는 “단말기 수리를 하더라도 앞으론 (가맹점주에게) 출장비 등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한카드가 줄인 비용은 결국 가맹점주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7호(2018년 4월25일~5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