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A씨가 김성수의 칼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천인공노 할 범죄에 여론은 들끓었다.
2주 뒤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종필 자유한국당의원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현상 중 가장 위험한 것이 게임 중독”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게임의 폭력성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실제로 폭력적일까.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지난해 3월 독일 하노버 의과대학은 폭력성이 강한 게임 ‘콜 오브 듀티’를 플레이한 사람의 두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잔인한 이미지도 보여줬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게임에 몰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공격성과 신경반응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수차례 연구를 진행한 독일 하노버 의과대학은 ‘폭력적인 게임은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미국 사법부는 1250명의 청소년과 500명 이상의 부모를 대상으로 게임과 폭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후 “게임을 적당히 즐기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며 “오히려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한 경우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연쇄살인범 조승희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는 뜻밖의 결과를 내놨다.
이런 논란은 과거부터 계속됐다. 7년 전 한 방송사는 PC방의 전원을 내리자 사람들이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며 게임은 폭력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완벽하게 집중한 상태에서 그 흐름이 끊어졌기 때문에 과격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연주회에서 음악감상에 한창인 사람에게 말을 걸어 집중을 깨거나 배역에 몰입한 배우를 방해한다면 다소 과격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 즉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고도의 집중 상태에서 방해를 받는 상황이 문제라는 뜻이다.
스포츠 중계 도중 ‘정규방송 관계로’라는 문구를 봤을 때도, 영화 관람 도중 정전이 됐을 때도 사람은 격한 반응을 보인다. 뭔가에 몰입했다가 방해를 받으면 누구든 화를 낸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유난히 게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인지부터 살핀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에게 게임은 기술도 산업도 아닌 폭력 유발 기제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폭력적인 게임이 현실의 폭력사건을 일으킨다’는 통설에 대해 하버드 메디컬스쿨 정신위생과의 미디어 전문의 로렌스 커트너와 셰릴 올슨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 증거는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폭력적인 게임을 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7호(2018년 11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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