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선물 주고 받으며 연말 보내는 젊은층
#직장인 박모씨(28)는 연말 모임에서 받은 선물을 풀어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유명 브랜드 신발 상자를 열어보니 짚신이 들어있었던 것. 짚신은 일상생활에 쓸 데가 없지만 모임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기엔 충분했다. 박씨는 “올해 송년회 주제를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으로 정했다”며 “선물을 하나씩 꺼낼 때마다 폭소가 터져 나왔다. 역대 가장 즐거운 송년회로 꼽힌다”고 말했다.
연말을 맞아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이 돌아왔다. 말 그대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을 선물로 주고받는 것이다. 가장 쓸모없는 선물을 가져온 사람을 선정해 포상하기도 한다. 이는 1~2년 전부터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놀이문화다. 최근에는 친구나 지인뿐 아니라 회사 송년회에서도 이 같은 놀이를 즐긴다.
◆작년 달력부터 입당원서까지… 선물 맞아?
온라인상에서는 쓸모없는 선물 후기나 추천 선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쓸모없는 선물’,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 등을 검색하면 각각 2900여건, 1300여건의 게시물이 나온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에도 ‘쓸모없는 선물 추천해달라’는 글이 줄을 잇는다.
단골 아이템은 한물 간 제품들이다. 2019년을 앞두고 2018년 달력이나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 충전기, 짚신, 굴렁쇠 등 시기가 지난 제품도 쓸모없는 교환식에서는 쓸모를 갖는다.
더욱 생뚱맞은 선물들도 있다. 주차금지 표지판, 보도블록, 인공잔디, 업소용 현관 발판, 버스손잡이 등 일상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져와 창의력 경쟁을 한다. 또 반려동물이 없는 지인에게 애완용품을 선물하거나 기독교인 친구에게 목탁을 건네기도 한다.
선물을 직접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포스터나 티셔츠, 응원봉 등을 손수 만들거나 제작업체에 의뢰한다. 이 중에는 정치 관련 소재가 돋보인다. 한 누리꾼은 직접 자유한국당 입당원서를 만들었고 또 다른 누리꾼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응원봉을 제작했다. 이런 선물을 인증한 SNS 게시글은 수많은 ‘좋아요’와 ‘리트윗’을 낳았다.
덕분에 관련 업체들도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삐에로쇼핑이나 플라잉타이거, 다이소 등 이벤트 소품을 판매하는 매장에는 쓸모없는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줄을 잇는다. 또 각종 온라인 제작업체들도 선물 구입처로 인기다.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 열풍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이미 방송이나 광고의 주제로도 활용됐다. 동아오츠카는 지난 1월 ‘오로나민C 쓸모없는 선물교환’ 이벤트를 벌였다. 본사에 쓸모없는 선물을 보낸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을 선물한 것이다. 또 KBS2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도 지난 4월 멤버들끼리 쓸 데 없는 선물 교환식을 진행했다.
◆‘무민세대’의 놀이문화
청년들은 왜 쓰지도 못할 선물에 열광할까. 일차원적으로는 ‘쓸모없는 선물’의 역설에서 오는 재미 때문이다. 선물은 값지거나 유용한 것, 즉 쓸모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풍토에서 벗어나는 데서 오는 재미다.
직장인 A씨(25)는 놀이에 동참하는 이유에 대해 “별다른 의미는 없다”면서도 “웃음을 보장하기 때문에 연말 모임에서 하기에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전문가들은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이 ‘무민세대’의 놀이문화라고 분석한다. 무민세대는 무(無‧없을 무)와 민(mean‧의미하다)의 합성어로, 무의미한 것에서 의미를 찾는 젊은층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직장인 박모씨(28)는 연말 모임에서 받은 선물을 풀어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유명 브랜드 신발 상자를 열어보니 짚신이 들어있었던 것. 짚신은 일상생활에 쓸 데가 없지만 모임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기엔 충분했다. 박씨는 “올해 송년회 주제를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으로 정했다”며 “선물을 하나씩 꺼낼 때마다 폭소가 터져 나왔다. 역대 가장 즐거운 송년회로 꼽힌다”고 말했다.
연말을 맞아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이 돌아왔다. 말 그대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을 선물로 주고받는 것이다. 가장 쓸모없는 선물을 가져온 사람을 선정해 포상하기도 한다. 이는 1~2년 전부터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놀이문화다. 최근에는 친구나 지인뿐 아니라 회사 송년회에서도 이 같은 놀이를 즐긴다.
◆작년 달력부터 입당원서까지… 선물 맞아?
온라인상에서는 쓸모없는 선물 후기나 추천 선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쓸모없는 선물’,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 등을 검색하면 각각 2900여건, 1300여건의 게시물이 나온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에도 ‘쓸모없는 선물 추천해달라’는 글이 줄을 잇는다.
단골 아이템은 한물 간 제품들이다. 2019년을 앞두고 2018년 달력이나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 충전기, 짚신, 굴렁쇠 등 시기가 지난 제품도 쓸모없는 교환식에서는 쓸모를 갖는다.
더욱 생뚱맞은 선물들도 있다. 주차금지 표지판, 보도블록, 인공잔디, 업소용 현관 발판, 버스손잡이 등 일상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져와 창의력 경쟁을 한다. 또 반려동물이 없는 지인에게 애완용품을 선물하거나 기독교인 친구에게 목탁을 건네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 '쓸모없는선물' 해시태그를 검색한 모습. 박근혜 전 대통령 자서전, 소고, 코믹 의상, 에어팟 케이스에 담긴 콩나물 등이 눈에 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선물을 직접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포스터나 티셔츠, 응원봉 등을 손수 만들거나 제작업체에 의뢰한다. 이 중에는 정치 관련 소재가 돋보인다. 한 누리꾼은 직접 자유한국당 입당원서를 만들었고 또 다른 누리꾼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응원봉을 제작했다. 이런 선물을 인증한 SNS 게시글은 수많은 ‘좋아요’와 ‘리트윗’을 낳았다.
덕분에 관련 업체들도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삐에로쇼핑이나 플라잉타이거, 다이소 등 이벤트 소품을 판매하는 매장에는 쓸모없는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줄을 잇는다. 또 각종 온라인 제작업체들도 선물 구입처로 인기다.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 열풍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이미 방송이나 광고의 주제로도 활용됐다. 동아오츠카는 지난 1월 ‘오로나민C 쓸모없는 선물교환’ 이벤트를 벌였다. 본사에 쓸모없는 선물을 보낸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을 선물한 것이다. 또 KBS2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도 지난 4월 멤버들끼리 쓸 데 없는 선물 교환식을 진행했다.
온라인 스토어에서 파는 '쓸모없는 선물'들. /사진=네이버쇼핑 화면 캡처
◆‘무민세대’의 놀이문화
청년들은 왜 쓰지도 못할 선물에 열광할까. 일차원적으로는 ‘쓸모없는 선물’의 역설에서 오는 재미 때문이다. 선물은 값지거나 유용한 것, 즉 쓸모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풍토에서 벗어나는 데서 오는 재미다.
직장인 A씨(25)는 놀이에 동참하는 이유에 대해 “별다른 의미는 없다”면서도 “웃음을 보장하기 때문에 연말 모임에서 하기에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물가가 치솟는 탓에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선물다운 선물은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청년들은 차라리 쓸모를 버리는 걸 택했다. 이들은 선물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해당 가격대에 맞는 선물을 골라온다.
대학생 김도현씨(21)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3000원 이하의 선물을 주고받는 ‘마니또’를 했었는데 마땅히 살 게 없어 항상 고민이었다”며 “올해는 쓸모없는 선물을 주기로 했다. 오히려 저렴하고 재밌는 선물을 줄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직장인 A씨의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 모습. /사진=A씨 제공
전문가들은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이 ‘무민세대’의 놀이문화라고 분석한다. 무민세대는 무(無‧없을 무)와 민(mean‧의미하다)의 합성어로, 무의미한 것에서 의미를 찾는 젊은층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극심한 경쟁과 피로에 지친 청년들은 의미 없는 행위에서 위안을 찾는다. 이들 세대가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액체괴물 슬라임 등에 열광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 발전과 함께 성장한 2030은 선물문화에 익숙한 세대다. 하지만 취업이 어렵고 물가가 오른 탓에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선물을 찾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처한 경제적·사회적 상황에서 생겨난 놀이문화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회사원 B씨(27)는 “선물의 가치가 쓸모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용성은 떨어져도 웃음과 즐거움을 준다면 그것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 발전과 함께 성장한 2030은 선물문화에 익숙한 세대다. 하지만 취업이 어렵고 물가가 오른 탓에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선물을 찾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처한 경제적·사회적 상황에서 생겨난 놀이문화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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