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 시작은 단순했다. 창업이라기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단지 대신 스마트폰용 음식 쿠폰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앱이었다. 초창기 데이터베이스 확보는 엄청난 발품을 팔아야 했다. 배달음식 주문이 많은 동네로 매일 출근해 골목골목 전단을 모조리 주웠다. 스캐너를 이용해 이들 식당 정보를 하나하나 입력했다. 그렇게 초기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고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들어간 것은 2010년 배달의민족(배민) 앱을 제작한 지 1년이 지난 후였다.
# 그로부터 9년 후. ‘앱 누적 다운로드 4000만 돌파, 월간 순 방문자수 900만명, 전국 등록 업소수 20만여개, 배민을 활용함으로써 창출된 전국의 음식점 총매출액 5조원. 배달의 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의 성장세는 놀라운 수준이다. 매출 성장세도 놀랍다. 2017년 매출 1626억원으로 전년인 2016년 849억원 대비 100%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앱에서 시작한 사업도 분야를 확장해 배달 안하는 음식점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배민라이더스’, 모바일 반찬가게 ‘배민찬’ 등이 새롭게 탄생했다. 소모용품 쇼핑몰 ‘배민상회’도 열었다. 2010년 5명 창업 멤버로 시작한 임직원은 현재 1000명 가까이 늘었다.
“배달음식 시켜 먹을까”라는 말에 전단지 대신 자연스럽게 앱을 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용자는 가까운 위치에 있는 배달 음식점 정보를 쉽고 편하게 찾아보고 리뷰를 보며 먼저 먹어본 사람들의 후기를 참고할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정체불명 전단지를 들고 배달음식의 실패를 맛보지 않아도 된다. 배민은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오래도록 굳어진 배달 주문의 습관을 바꿔놓았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배민의 정체성에 대해 ‘푸드테크’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수료 낮추고 광고비 공개
배민의 성장과 함께 배달앱을 사용한 음식배달시장은 2013년 3347억원, 이용자 87만명에서 지난해 3조원, 2500만명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쿠팡이나 위메프 등 온라인 유통업체도 속속 배달앱 진출을 선언했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상황. 현재 선두주자는 단연 배민이다. 배민은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며 2010년 이후 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말 36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배달앱 최초로 음식점 매출 정산 주기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변경하면서 주목받았다.
업계에서는 배민의 성공배경을 이 같은 혁신에서 찾는다. 여기에 더해진 마케팅 전략과 인재 확보를 위한 사내 복지시스템, 업주와의 상생 프로그램, 미래기술 투자성과 등이 지금의 배민을 만들어 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출시 이후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사업 초창기에 자영업자들의 몫을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김 대표는 2015년 8월 과감하게 ‘수수료 0%’ 정책을 선언했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의 매출 30%에 해당하는 수익모델을 포기한 셈.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 영업손실 249억원의 적자를 보다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으면서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앱 상단에 노출되는 슈퍼리스트 광고비를 받아 수익을 내는 방식을 택했다. 비공개 입찰을 통해 차순위+1000원에 광고주를 낙찰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런 비공개 입찰방식이 경쟁을 부추겨 일부 지역 낙찰가가 200만원을 웃도는 등 광고비를 과다하게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김 대표는 또 한번 입찰방식 광고상품의 지역별 낙찰가를 모두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이런 결단으로 배민은 전단지처럼 효과는 작고 돈은 많이 드는 전통적인 광고를 빠르게 대체했다. 배민은 이후 이용자에게 주변의 다양한 음식점 정보를 소개하고 바로결제 기능, 리뷰 기능, 포인트 적립 기능, 할인 프로모션 등을 제공했다. 배달 음식점에는 광고효과뿐만 아니라 가게 운영관리 교육, 안전운전 교육, 위생관리 교육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배민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배달의민족을 쓰면 쓸수록 음식점 사장님들의 매출은 오르고 광고비 부담은 줄어든다”며 “음식점 입장에서도 배민을 통해 대비 매출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에 기반해 스마트하게 장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배달에서 푸드테크로 진화
배민이 가져온 변화는 이 뿐만이 아니다. 리뷰를 통해 댓글로 고객과 직접 소통하면서 서비스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큰 변화다. 단지나 정보책자 같은 기존 광고·홍보수단으로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배민이 지금과 같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데는 2015년 출시한 ‘배민라이더스’의 역할이 컸다. 피자와 치킨 등으로 국한됐던 전통적인 배달음식의 한계를 부수고 당시까지만 해도 배달음식으로는 주문하기 힘들었던 랍스터와 카르보나라, 수제버거, 스시 등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김 대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2016년 강남구·강서구 등 서울 시내 4곳에 배민키친을 오픈해 운영 중이다. 배민이 유명 맛집들에 조리공간을 제공하고 조리가 완료되면 배달서비스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공유주방’ 개념. 2017년부턴 식업 자영업자에게 배달용품과 식자재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배민상회’와 함께 음식점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매출 증대를 위한 장사 노하우를 전하는 무료 교육 프로그램 ‘배민아카데미’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배민의 영역 확장은 우아한형제들이 그리는 큰 그림을 분명하게 나타낸다. 단순한 ‘음식 배달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 특히 배달서비스를 통한 식생활’ 자체를 바꿔 놓겠다는 야심이다. 지난해 4월 미국 서빙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22억원(200만달러)를 투자해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에 나선 것도 이 일환이다. 베트남시장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배민은 상반기 중 베트남 현지에 앱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앱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구축해 온 저희만의 색깔, 즉 배민다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음성인식, 자율주향 배달로봇 등 미래 배달기술을 실험하고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미래 서비스를 제공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7호(2019년 4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