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작품 중 시공간적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나는 작품이다.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디에나 있음직한 평범함을 지녔지만 특별한 사건을 통해 만나게 된다. 백수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박사장’(이선균 분)네로 과외면접을 가면서 벌어지는 이 에피소드는 영화의 중의적 표현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봉 감독은 두 가족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밀접하게 쫓아가는 연출을 완성하기 위해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 연기파 배우진을 섭외했다.
극을 주도하는 ‘기택’은 봉 감독과 작품을 함께 하며 존경과 신뢰를 쌓은 배우 송강호가 낙점됐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봉 감독과 네번째 호흡을 맞추는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직업없는 백수지만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현실적인 아버지를 연기한다.
기택의 아들과 딸은 각각 최우식과 박소담이 연기한다. 영화 <마녀>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최우식은 <기생충>에서 사건의 시발점을 알리는 장남 ‘기우’로 분했다. 박소담의 경우 미대에 떨어지고 학원비도 없어 백수로 지내지만 아빠보다 당차고 야무진 ‘기정’ 역을 맡았다. 전국체전 해머던지기 메달리스트 출신이자 다부진 성격을 지닌 기택의 아내 ‘충숙’ 역은 장혜진에게 돌아갔다.
또 다른 가족 박사장네는 연기 내공과 특유의 매력을 지닌 이선균과 조여정이 부부로 활약하고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정지소와 정현준이 각각 딸과 아들 역할을 맡았다. 영화 <악질경찰>에서 다혈질 형사로 분했던 이선균은 친절하지만 예민한 면을 드러내는 젊은 사업가로 분했고 조여정은 아이 교육부터 집안일까지 꼼꼼하게 처리하는 ‘외조의 여왕’의 모습을 선보인다.
각자 확실한 매력과 연기력을 갖춘 이들은 촬영 시작 전부터 시간을 할애해 친밀감을 쌓으면서 현장에서도 진짜 가족처럼 지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이들이 얽히고 충돌하며 사건이 증폭되는 점이 <기생충>의 흥미로운 관람포인트다.
항상 자신만의 스타일로 현실과 사회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얻었던 봉 감독. 그의 일곱번째 장편영화 <기생충>은 두 가족의 만남에서 우러나는 웃음, 긴장, 슬픔 등 다양한 감정과 영화적 재미로 가득 찬 ‘가족희비극’으로 기억될 것이다. 개봉일은 오는 30일이다.
◆시놉시스
전원백수로 살 길은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에게 한줄기 희망이 드리운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명문대생 친구로부터 고액 과외자리를 소개받은 것. 글로벌 IT기업 최고경영자(CEO)인 ‘박사장’(이선균 분)의 집에 찾아간 기우는 뜻밖의 사건에 얽히는데….
☞ 본 기사는 <머니S> 제593호(2019년 5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