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과 배달대행의 등장이 ‘짜장면 배달’로 대표되던 전통적 배달의 개념을 바꿔놨다. 이제 배달이 안되는 곳을 찾기 힘들며 먹거리도 진화하는 모양새다. <머니S>가 배달천국이 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조명했다. 점점 커지는 배달앱, 배달대행시장이 낳는 장·단점과 배달료 인상 가능성도 살펴봤다. 또 현장을 누비는 배달기사의 목소리와 대행업체가 보는 배달서비스시장의 전망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배달전쟁-③] 배달천국의 그늘… 배달료 어찌할꼬
경제원리 중 ‘수요와 공급 원칙’이 있다. 음식배달시장에 수요와 공급을 대입해보자. 소비자는 집에서 음식을 먹고 싶어졌고 음식점(치킨·중식·피자 등)은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수요가 진화했다. 더 편리하고 빠르게 음식을 주문하고 싶어졌다.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중간 공급처인 배달애플리케이션과 배달대행서비스가 등장했다. 수요에 의해 중간 공급이 생긴 케이스다.
하지만 수요(소비자)-중간공급(배달앱·배달대행)-공급(음식점) 중 중간 공급의 몸집이 너무 커졌다. 배달앱과 배달대행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며 소비자들은 ‘배달료’라는 새로운 지출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배달천국’일까.
◆새로운 지출 ‘배달료’
지난해 치킨프랜차이즈들이 공식적으로 음식값 외에 배달료 1000~2000원을 따로 받기 시작했다. 치킨가맹점들이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대행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업계 1위 배달어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의 경우 차등을 둔 배달료를 받는다. 배달거리와 주문금액에 따라 배달료는 1900~7900원이다. 평균적으로 배달앱을 통한 주문 시 2000~3000원의 배달료가 발생하지만 거리가 멀다면 2~3배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배달앱과 배달대행의 편의를 점주들이 누리며 그 이용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해서다. 지난해 한 치킨점주는 배달료 2000원에 공휴일 이용료 2000원을 추가로 받아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자신들 입맛에 맞게 요금을 좌지우지하는 행태를 소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소비자들은 배달료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배달료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75.3%는 ‘배달료는 왠지 지불하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응답했다. 또 ‘왜 배달료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63.7%에 달했다.
온라인커뮤니티에 게시된 배달료 관련글에는 점주와 본사, 배달앱서비스업체를 향한 비난글 투성이다. 한 누리꾼은 “배달앱·배달대행 수수료에 카드 수수료, 요즘은 포장재 비용까지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한다”며 “그런 문제는 본사와 상의해 협의점을 찾아야지 무조건 배달료로 해결하려는 생각이 괘씸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고객이 포장용기를 갖고 직접 식당에 가서 현금으로 계산하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식당들이 3000~4000원을 음식값에서 빼줄까. 절대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룡이 돼 가는 중간공급처인 배달앱업체들에 대한 비판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이 배달앱 내에서 점주 간 입찰광고경쟁을 부추겨 광고료를 더 인상시켰다는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가치 상승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배달료 현실화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부담을 소비자에게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구조적으로 이를 타파할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이더 부족… 배달료 오를까
문제는 앞으로 배달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는 음식을 직접 배달하는 라이더(배달기사)들과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음식점 소속 아르바이트가 음식을 배달했지만 이제는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된 라이더들이 배달을 뛴다. 이들은 1시간에 2~4건의 콜을 받고 음식을 배달하며 거리가 멀수록 높은 배달료를 손에 쥔다. 정해진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콜을 받는냐가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에 무리한 운행은 이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빠른 배달이 생명인 라이더들이라 사고가 많다. 하지만 이들의 진료비를 감당해줄 이륜차종합보험(본인 보상 및 형사처벌 면제) 가입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이륜차종합보험료(유상용)는 올초 인상돼 최대 연 500만원에서 800만~900만원으로 올랐다. 이륜차책임보험료(타인의 손해 배상)도 최대 300만원에서 500만원 수준으로 인상됐다. 인상률이 80%에 달한다.
보험사들은 이륜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아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부 보험사는 라이더들의 이륜차종합보험 가입을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사실상 거절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배민라이더스나 부릉 등 대형 배달대행업체들은 특정보험사와 제휴해 이륜차종합보험 가입이 가능하지만 라이더도 일정부분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해 가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는 “이륜차종합보험료를 내려면 월 30만~40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대부분 책임보험만 가입하고 도로를 질주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전국 라이더수는 3만~4만명이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신규 유입 근로자가 적고 다치는 라이더가 늘면서 좀처럼 그 수가 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달료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달건수는 늘고 배달할 사람이 없는 ‘배달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평균 3000원 수준인 배달료가 5000원대까지 뛸 수 있다고 본다. 지금도 소비자 반발이 거센 배달료는 앞으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부족한 라이더를 충원하기 위해서는 고용산재보험 강화 등 인프라 확충이 필수인데 이런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결국 배달료를 올려야 한다”며 “라이더 인력 수급의 어려움과 함께 내년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 배달료 인상 속도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5호(2019년 6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