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판교사옥(왼쪽)과 중국 선전에 위치한 텐센트 사옥. /사진=넥슨, 텐센트 홈페이지
넥슨 본입찰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마감되면서 인수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도이체방크와 UBS 등 매각 주관사를 비롯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본입찰 마감시점에서 넷마블, 카카오,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등 5곳으로부터 인수 제안서를 접수했다고 밝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 텐센트가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고 알려져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과연 텐센트는 넥슨 인수전에서 하차한 것일까.
본입찰이 진행되기 전까지 인수 주체에 대한 추측과 전망이 난무했다. 이른바 ‘디즈니·아마존 관망설’부터 ‘넷마블·MBK파트너스 컨소시엄 해체설’, ‘텐센트 제안 포기설’ 등 IB발 예측이 국내외 증권가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넷마블, 카카오, MBK파트너스, KKR, 베인캐피털 등이 본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철통보안에 가려져 인수 범위나 규모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까지 넥슨 인수전은 김정주 NXC 대표의 의중이 가장 큰 변수였다. 김 대표, 특수 관계인, 와이즈키즈가 보유한 NXC 지분 전량의 가치는 11조~15조원으로 추정되며 넥슨 일본법인 지분 47.98%의 경우 6조~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까지 해외 암호화폐거래소에 투자를 진행하며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였던 김 대표가 비트스탬프, 코빗 등이 포함된 NXC 지분을 매각할지 여부에 따라 인수전 규모가 판가름날 전망이었기 때문. 여전히 이 사안은 인수전 판도에 주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등 어떤 위치로도 참여 가능한 텐센트의 행보도 변수의 한 축을 담당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텐센트는 직접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도 언제든 넥슨 인수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텐센트는 넷마블과 카카오의 지분을 각각 17.7%와 6.7%를 보유한 상태다. 굳이 국내 기업이 아니라고 해도 최근 약 60억달러(약 7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만큼 실탄도 충분히 재어놓은 상태라 타 컨소시엄의 FI로 참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텐센트의 인수 제안서 미제출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양 국가간 보이지 않는 냉전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미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 정보통신기술(ICT)기업과 교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텐센트도 충분한 타깃이 될 수 있다. 텐센트 입장에서는 ‘스치는 낙엽도 조심’할 만큼 상황을 관망하며 최종 인수전에서 승부를 볼 필요성이 존재한다.
만약 텐센트가 넥슨 인수전에서 중도 하차하고 국내 기업과의 연대도 하지 않는다면 중국내 서비스 중인 ‘던전 앤 파이터’의 유통금지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중국에서만 던전 앤 파이터로 1조원가량의 로열티를 받는 넥슨 입장에서는 유통금지가 매출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는 어떤 형태로라도 넥슨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수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고 텐센트의 직간접적 영향력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지분관계 및 규모의 경제가 아직 변수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