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모씨(33)는 최근 지인의 권유로 보험설계사를 통해 건강보험을 가입했다. 이후 김씨는 설계사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e클린보험서비스’를 알게 돼 담당 설계사를 조회해봤지만 불완전판매 이력을 확인할 수 없었다. 김씨는 “가입 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계사로부터 고지를 받아야 하지만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조회해도 해당 설계사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아쉬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보험설계사의 불완전판매율을 낮추기 위해 올 7월 ‘e클린보험서비스’를 도입했지만 두달이 되도록 아직 영업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설계사들은 여전히 보험가입 때 e클린보험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고지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설계사는 이 서비스가 있는 지도 모르고 있었다.
◆일부 설계사 정보 공개 ‘NO’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보험 모집질서의 건전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e클린보험 시스템·법인보험대리점(GA) 통합공시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그해 12월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했다. 올해 7월22일에는 보험설계사·GA 등 보험 판매채널에 대한 통합정보시스템 ‘e클린보험서비스’를 정식 오픈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보험소비자가 e클린보험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설계사 이름과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설계사의 간단한 활동이력(소속 보험사, 활동기간)과 불완전판매율, 계약유지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이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는 불완전판매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현재 보험업계 불완전판매율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불완전판매 공시가 시작된 2011년 생명보험사 불완전판매율은 1.24%였지만 지난해에는 0.2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도 0.41%에서 0.09%로 줄었다. 대형 GA 10곳의 평균 불완전판매율도 생보는 0.21%, 손보는 0.04%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당국은 금융민원에서 보험 민원이 60~70%를 차지하고 이중 불완전판매의 민원 비율이 많은 것을 고려해 불완전판매율을 더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보험 가입자가 설계사의 불완전판매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판매자 스스로 자정 노력에 나서도록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영업현장에서는 e클린보험서비스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분위기다. 개정된 보험업법감독규정에 따라 현재 보험회사 또는 모집종사자는 소비자에게 보험계약 체결을 권유할 때 보험설계사 정보 조회 등의 이용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사용 방법을 설명해야 하지만 여전히 많은 설계사들은 이 과정을 생략하고 있다.
한 보험설계사는 “보험소비자는 상품설명서, 청약서 등에서 ‘e클린보험서비스’를 통해 설계사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알 수 있다”며 “영업 과정에서 일일이 고객에게 설명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모든 설계사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e클린보험서비스의 맹점이다. 이 서비스는 이력 공개에 동의한 설계사의 정보만 공개된다. 정식 오픈한 7월까지 전체 설계사 중 20%는 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사 10명 중 2명은 자신의 불완전판매율이나 계약유지율 공개를 꺼리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나 GA업체들은 설계사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지만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소비자들은 모든 설계사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보험가입을 권유받고 해당 설계사의 정보 확인을 위해 고유번호를 물으면 답변을 피하는 설계사도 많다. 심지어 일부 설계사는 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
◆“아직 도입 초기, 더 지켜보라”
e클린보험서비스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를 봐도 보험에 무지한 소비자가 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설계사의 불완전판매율이나 계약유지율은 업권 평균이 함께 게시돼 비교가 가능하다. 하지만 GA 통합공시의 경우 수치만 표시돼 보험에 관해 전혀 모르는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다.
e클린보험서비스에는 GA소속 설계사수가 500인 이상의 대형 GA의 설계사수, 생·손보 업권별 정착률, 13·25회차 계약유지율, 불완전판매비율, 청약철회건수를 별도로 비교 공시해 놨다. 보험소비자가 특정 GA업체의 계약유지율 수치를 봐도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한 GA 통합공시를 두고 GA업체들은 ‘회사별 상황이 다른데도 획일화된 정보를 제시하고 있어 이를 보는 소비자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e클린보험서비스가 도입 초기인 만큼 일부 잡음이 나오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완전판매율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설계사 옥석가리기’에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보공개가 되지 않거나 꺼리는 설계사는 자체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고객 데이터를 열심히 분석하며 일하는 설계사들에게 e클린정보서비스는 오히려 날개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설계사가 40만명에 달하다 보니 이 서비스에 대해 모르는 설계사도 있을 수 있다”며 “도입 초기다보니 모든 설계사의 정보를 표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점차 정보공개에 동의하는 설계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1호(2019년 9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