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포 행위.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지난 17일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열애설이 터지면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탄소년단 정국이를 못 알아보고 쫓아낸 친구’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과 함께 공개된 CCTV 캡처 사진에는 한 남성이 여성을 뒤에서 안고 있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이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고 정국의 열애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열애설이 종지부를 찍을 무렵 CCTV 영상 캡처 사진을 본인 허락 없이 유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한 인터넷 방송인 A씨의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노출사고여서 파장이 크게 일어난 가운데 누군가 사고 장면을 불법으로 유포했고, A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방송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5월 한국항공대 단체 온라인 대화방에 성관계 동영상이 게재됐다. 21초 분량의 이 영상은 당사자들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당시 영상을 올린 남학생은 실수라고 밝혔지만 영상 속 여학생은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당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불법 유출된 동영상이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 유포되면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올 상반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삭제한 불법영상 건수가 4만60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가부는 지난달 27일 지원센터의 2019년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총 1030명의 피해자에게 상담·삭제지원, 수사지원 등 4만9156건의 지원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여가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지원센터에서 지원한 피해자 수는 총 1030명에 이른다. 성별로는 여성이 885명(85.9%), 남성은 145명(14.1%)이다. 연령별로는 연령을 밝히기를 원치 않았던 피해자를 제외하고 20대가 229명(22.2%)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10대부터 50대 이상 전 연령대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발생했다.

지원센터에 접수한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총 피해건수 1910건 중 유포 피해가 578건(30.3%)으로 가장 많았고 불법촬영이 509건(26.6%)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올 상반기 총 삭제 지원 실적은 총 4만6217건으로 2018년보다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월 평균 삭제지원 실적은 지난해 3610건에서 올해 7703건으로 급증했다.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영상 유포는 불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실정이다. ‘촬영’ 자체보다 유포로 인해 피해자들의 실생활이 더 큰 타격을 입는데도 수사당국이 심각한 가해 행위로 보지 않는 경향도 있다. 따라서 유포자들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인식 없이 오히려 ‘억울하다’고 토로한다.


◆빈번한 불법유출, 법원 판결은?  

이상훈 참여연대 변호사는 지난 20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유포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실제 처벌이 이뤄진 경우를 소개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0월13일 한 가해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검은색 치마를 입고 갈색 스타킹을 신은 채 걸어가는 여성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촬영한 동영상을 다운받아 소지하고 있다가 네이버 밴드 게시판에 위 동영상을 게시해 재판을 받은 바 있다.

대법원은 이를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 변호사는 “과거에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만을 처벌(법개정 전)했다"며 "그러나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한 촬영물'이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피해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를 감안해 (유포자에게도) 이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상이나 사진을 상대방 동의하에 촬영했더라도 이를 유출하면 범죄다. 심지어 영리 목적을 두고 유출했다면 더 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상대방 동의하에 촬영을 진행했다고 해도 이를 유포하거나 임대·제공하는 등 공공연하게 전시 및 상의하는 경우 징역 3년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영리 목적을 갖고 촬영물을 유포하면 징역 7년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방탄소년단 정국. /사진=장동규 기자

◆'불법 유포' 피해 입은 이들, 처벌은?

앞서 밝힌 BTS 정국과 인터넷 방송인 A씨 등은 최근 불법 유포로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다른 사건이지만 ‘유포 피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먼저 정국처럼 자신의 가게에 유명인이 다녀간 것을 알리기 위해 CCTV 화면을 캡처해 공개할 경우 범죄일까. 

정국의 열애설 해프닝 이후 많은 법조인들은 CCTV 캡처 사진의 최초 유포자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정국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은 열애설이 제기됐을 당시 “CCTV 유출, 불법 촬영 여부 등에 관해 확인 후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에 대해선 강력히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 및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누설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겼을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1항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A씨의 경우도 영상 유포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자신의 신체를 자의에 의해 스스로 촬영한 촬영물은 본인이 그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도록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제14조 제2항의 후단의 해석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자신의 신체가 우연히 촬영된 경우에는 ▲자신이 원해서 촬영한 것이 아닌데도 그 유포행위까지 방지해야 할 책임을 부담토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 ▲은밀한 동영상이 일단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 유포될 경우 해당 촬영대상자의 피해가 너무 극심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