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젊은 상권의 몰락-하] 프랜차이즈 점령한 거리, 곳곳이 ‘텅텅’
서울시내 대표적인 젊은이들의 거리로 통하는 마포구 홍대입구와 종로구 대학로 상권이 우울하다. 임대료는 매년 치솟았지만 곳곳의 빈 상가는 늘고 있다. 대학교 인근이고 대표 관광지로 알려져 외국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어서 수요는 여전하지만 내부에서 느끼는 상인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쩌다 점포가 TV에라도 방송되면 발길이 몰리지만 효과는 그리 길지 않다. 그마저도 찾는 이들이 소비는 안하고 사진만 찍고 사라진다. 발 디딜 틈 없이 유동인구가 넘쳐도 소비를 하지 않으니 상권이 버티긴 쉽지 않다. 월세를 절반으로 낮춰도 외면을 받는다. 계속되는 악순환에 상인과 임대인은 지쳐가고 있다. 홍대입구와 대학로 상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홍대·연트럴파크- “속빈 강정”
홍대 상권은 서울시내 대학교 주변 번화가 중에서도 가장 손꼽힌다. 지하철 접근성이 탁월하고 유동인구도 많다. 평일이나 주말 밤낮 할 것 없이 홍대 곳곳을 누비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만큼 겉보기엔 번화한 상권의 전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인파가 몰리는 상권 곳곳에 공실 점포가 눈에 띈다. 이곳의 한 옷가게를 찾아 “유동인구가 많은데 장사는 어떠냐”고 묻자 주인은 “요샌 거의 인터넷으로 (옷) 구매하지 현장에서 사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유동인구가 몰리는 ‘홍대앞 걷고 싶은 거리’, ‘홍대 패션거리’, ‘홍대 예술의 거리’ 등 약 800여m에 달하는 메인상권엔 지역색을 가진 점포보다는 대형 프렌차이즈 가맹 식당과 술집들로 가득하다. 간간이 거리공연도 이어졌지만 구경꾼없이 관할 구청이 걸어놓은 ‘거리공연 금지’라는 현수막만 크게 보였다.
중국인 친구와 함께 홍대를 찾은 대학생 A씨는 “망리단 길 등에서 본 예쁜 카페는 없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분위기를 즐기고 소개해 주기 위해 왔다”며 “딱히 홍대 거리의 특징은 생각해 본 적 없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비싼 시세 역시 상권 침체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B씨는 “홍대 메인상권 1층에 위치한 100㎡ 안팎의 점포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00만원이고 연트럴파크 메인상권의 33㎡짜리 점포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80만원 정도”라며 “유동인구를 보고 들어왔지만 매출은 한참 못 미친다. 애초 무리한 결정이었다”고 푸념했다.
대학로 상권의 공실은 더 심각하다. 소극장이 몰린 대학로 골목에선 텅 빈 점포를 쉽게 볼 수 있다. 번화가인 혜화역 대로변 상권도 공실 점포가 곳곳에 있을 만큼 상권이 침체됐다.
대학로 일대는 홍대보다 유동인구도 훨씬 적었다. 곳곳에 자리한 지하 소극장 등의 공연을 보러 온 관람객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론 상권이 북적거릴 만큼은 아니었다.
메인상권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임차인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다. 실제 혜화역과 인접한 마로니에 공원 인근의 대지 260㎡ 건물은 2년째 비어있다. 건물주가 1000만원이던 월 임대료를 500만원으로 낮췄지만 문의도 없다는 게 지역 중개업소의 귀띔이다.
메인상권과 100m 남짓한 거리임에도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분석이다.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학로 메인상권 대로변에 위치한 50㎡ 기준 1층 상가가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 임대료 900만원임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지만, 일단 오가는 사람이 없다는 게 외면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학로에서만 15년째 식당을 하고 있다는 E씨는 “인근에 대학교와 서울대병원 등이 있어 고정 수요는 풍부하지만 대중의 흥미가 떨어진 연극 공연 등을 빼면 주변에 즐길거리가 마땅치 않아 대학로를 찾는 발길은 갈수록 준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