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가 김환기를 넘어섰다… 한국 미술품 최고가 경신

김환기 '우주'. /사진=크리스티코리아 제공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1913∼1974)가 한국 미술품 경매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 23일(현지시각)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 그랜드 홀(Grand Hall)에서 열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우주'(Universe 5-IV-71 #200)가 한화 약 131억8750만원(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한국 미술품이 낙찰가 기준으로 100억원 넘는 금액에 경매된 것은 '우주'가 처음이다. 직전 한국 미술품 최고가 경매 기록은 김환기의 1972년작 '3-II-72 #220'였다. 김환기는 '3-II-72 #220'가 지난해 5월 서울옥션홍콩경매에서 85억원에 팔린 이후 이번 '우주'로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김환기의 우주는 1971년작으로 푸른색 점면점화다. 가로세로 254×127㎝ 그림 두 점으로 구성돼 전체 크기가 254×254㎝에 달한다. 김 화백의 추상화 중 최대 크기이자 유일한 두 폭짜리 그림이다. 각각은 해와 달, 빛과 그림자, 남성과 여성, 음양 같이 인간의 생을 이끄는 모순, 동시에 상생 관계에 놓인 이원적 존재를 뜻하며 궁극적으로 우주의 핵심 기운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이날 '20세기와 동시대 미술 저녁 경매'의 하이라이트 작품 중 하나로 출품됐다. 경매 시작 가격은 약 60억원(4000만 홍콩달러). 이후 현장과 전화 경합이 이어졌고 전화 응찰자에게 낙찰됐다. 낙찰자는 경매 특성상 신원이 공개되지 않지만 외국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주'는 김환기의 후원자로 미국에서 활동한 의사 김마태씨와 부인 전재금씨가 작가에게서 직접 구입, 40여년 소장해왔다. 경매에 나온 것도 이번이 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