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앞. 사진=머니투데이
#. 서울 강남구 대표 재건축아파트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일부 급매물이 등장했다.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방안' 전후로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는 호가가 21억원대에서 2주 사이 1억원 이상 낮은 19억8000만~19억90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76.49㎡는 지난 28~29일 주말 19억7000만~19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12·16 대책 전만 해도 1층 호가가 21억8000만원이던 데 비해 2억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대책 발표 전 최고 23억5000만원을 호가하던 로열층 가격은 현재 2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이 강남 고가 재건축아파트를 정조준했다.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시킨 것이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조합 이익이 줄어들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여파로 세금부담이 증가해 강남 일부 재건축단지에선 호가가 최고 2억~3억원씩 떨어진 급매물이 속속 등장했다.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잠실주공5단지는 76㎡의 전셋값이 3억~3억5000만원 선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15%에 불과하다. 종전에는 전세를 끼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까지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12·16 대책 후 갭투자가 어려워졌다. 전세가 있어도 최소 16억~17억원의 현금을 조달해야 하는 데다 자금출처 조사를 받게 될 부담이 커 매수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얘기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시세 9억원 초과 LTV를 종전 40%에서 20%로 축소하고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 대출을 아예 금지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8억원대인 점을 감안해도 일부는 대출한도가 줄어든 데다 강남 재건축의 경우 대부분 시세가 15억원을 넘는 만큼 앞으로 이런 호가 하락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신축 10년 안팎의 아파트는 실수요자가 거주를 위해 매입할 확률이 높은 반면 재건축은 투자 성격이 강하므로 분양가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제 부담이 이런 투기수요를 더욱 차단시킬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7일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이 서울 용산구를 상대로 제기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강남 대치동 A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재건축 급매물이 늘어나며 집주인들이 조급해진 것 같다. 급매 가격에서 수천만원을 더 낮출 수도 있는데 대출이 막혀 매수자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12·16 대책의 영향은 집값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를 기록해 전주(0.2%)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민간 조사기관인 부동산114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같은 기간 0.15%로 전주(0.23%) 대비 0.08%포인트 둔화했다.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유지됐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지난해 9·13 대책 때도 발표 후 6주가량 지나 집값이 규제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며 "다음달 설연휴가 지나 집값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