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오는 2021년 여름이 되면 계약이 끝난다. /사진=로이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이번 여름이적시장 행보는 '강한 한방'이다. 다수의 선수들을 쓸어담지는 않으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포지션에 확실한 매물이 있다면 거침없이 지른다. 지난 시즌 리버풀에게 크게 뒤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서 밀려난 치욕을 제대로 갚아주겠다는 각오가 여실히 드러난다.맨시티는 더 나아가 '빅 딜'을 준비 중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영입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바이아웃(이적 허용 조항) 금액만 7억유로(한화 약 9920억원)에 달하는 메시는 현실적으로 데려올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는 선수다. 그럼에도 이번 이적설이 설득력을 갖는 건 구단이 바로 맨시티기 때문이다. 맨시티가 작정하고 명예 회복에 나섰다.
━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너, 우승━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왼쪽)와 공격수 세르히오 아구에로 등은 맨시티 개편 초창기 영입된 터줏대감들이다. 실바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정든 맨시티를 떠났다. /사진=로이터
맨시티는 지난 2000년대 후반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에게 인수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구단을 인수한 아부다비 자본은 매해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으며 세계적인 선수들을 데려왔다. 과거 호비뉴 등을 시작으로 에딘 제코, 세르히오 아구에로, 다비드 실바, 케빈 데 브라이너, 카일 워커, 벵자민 멘디, 아이메릭 라포르트, 벵상 콤파니, 골키퍼 에데르송까지. 맨시티는 매해 각 포지션별 역대급 이적료 기록을 갈아치우며 선수 보강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는 4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여러 컵대회 우승 등으로 돌아왔다. 최소한 잉글랜드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든 강팀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그런 맨시티에게도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바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다. 맨시티의 궁극적인 목적은 유럽 정상에 서는 것이다. 하지만 매해 쓰는 돈은 계속 늘어나는데 챔피언스리그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우승 청부사'로 불리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데려온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즌은 그런 맨시티의 묵은 상처가 한 번에 터진 듯했다. 리그에서는 리버풀에게 무려 18점 뒤진 채 2위에 머물렀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강호 레알 마드리드를 16강에서 잡아내는 파란을 일으켰지만 8강전에서 프랑스 올림피크 리옹의 이변에 제물이 됐다.
잉글랜드 FA컵에서도 4강전에서 아스널에게 0-2 충격패를 당했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리그컵을 우승해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계속되는 부진에 "과르디올라 감독으로는 안 된다"는 비관론까지 흘러나올 만큼 맨시티의 모습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
맨시티 이적시장 어디까지 왔나… '아케부터 메시까지'━
맨시티는 이번 여름이적시장 시작과 동시에 미드필더 페란 토레스(왼쪽)와 수비수 나단 아케를 영입했다. /사진=맨시티 공식 트위터
과르디올라 감독은 오는 2021년 여름이 되면 맨시티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맨시티를 이끌고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현재로써는 단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때문에 과르디올라 감독과 맨시티는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작정하듯 '선수단 갈아엎기'에 나섰다.눈길이 가는 부분은 수비 쪽이다. 본머스의 왼발잡이 중앙수비수 나단 아케를 옵션 포함 총액 4100만파운드(한화 약 650억원)에 데려왔다. 프로필상 180㎝의 신장을 가진 아케는 중앙수비수로는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신체조건을 가졌다. 하지만 젊은 나이(25)에도 리더십을 인정받아 본머스 주장을 맡았던 데다가 왼발을 잘 써 빌드업에도 탁월하다. 유사시 왼쪽 측면수비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 시즌 수비자원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곤혹을 치렀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젊은 멀티 수비수를 데려와 약점 하나를 채웠다.
여기에 SSC나폴리의 대형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도 이적이 긍정적으로 논의된다. 쿨리발리는 아케와 달리 195㎝에 89㎏이라는 거대한 체구를 자랑한다. 큰 몸집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몸싸움과 헤더 능력이 장기다. 여기에 속도와 패스 능력까지 준수하다. 적지 않은 나이(30)가 걸림돌이지만 현시점 유럽에서 비교 대상을 찾기 쉽지 않은 수비수임은 분명하다. 맨시티는 현재 6500만유로(약 920억원)를 제시하며 나폴리와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맨시티는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측면공격수 르로이 사네의 공백을 메우고자 발렌시아에서 유망주 윙어 페란 토레스를 영입했다. 주전 자원들 대부분을 그대로 보존한 가운데 백업 자원들을 든든히 채워넣으며 장기전에 대비한다.
FC 바르셀로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는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날 것이 유력하다. /사진=로이터
하지만 아직 대망의 하이라이트가 남아있다. 이번 여름 맨시티 이적의 하이라이트는 메시의 영입 유무가 될 전망이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통산 731경기에 출전해 634골을 터트린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 전설적인 선수가 최근 구단과 갈등을 빚으며 공개적으로 이적을 천명했다. 그동안 부러운 눈길로 바라봐야만 했던 구단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최고의 선수를 품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물론 걸림돌은 상당하다. 메시는 세계 최고 선수답게 바이아웃만 1조원에 육박한다. 연봉 역시 상당해 세전 연봉만 1억유로(약 1418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 측은 이미 바이아웃 기간이 끝난 만큼 당초 계약에 삽입됐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바르셀로나도 법적 공방을 예고하며 팽팽히 맞선다. 결국 메시를 사고자 하는 구단은 분할 여부에 상관없이 막대한 이적료를 지불하는 한편 1000억원대의 연봉까지 감당해야 한다.
유럽에서 이같은 조건을 맞출 만한 구단은 흔치 않다. 현재 '갑부구단'의 대명사인 맨시티와 파리 생제르맹, 2년 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데려왔던 유벤투스 정도가 물망에 오른다. 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연결되는 팀은 맨시티다. 바르셀로나에서 영광을 함께한 과르디올라 감독이 있는 데다 구단의 의지도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에 하나라도 메시가 합류한다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 최후의 대반격을 노릴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을 갖게 된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