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에게 청구된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사진=김종연 기자
110세대가 거주하는 작은 아파트에서 특정 몇 세대에만 수천만 원의 관리비를 부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지만 해당 아파트 운영위원회 대표는 답변을 거부했다.지난 2011년 대전 동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 입주해 9년째 살고 있는 A씨(74세,여)는 지난 2월 관리비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전까지는 없던 관리비 미납액 800여만 원이 청구돼 있었기 때문이다. 4월에는 미납연체료 명목으로 484만원이 추가로 부과된 1297만원이 고지서로 날아왔다. 이후부터 지난 8월까지 4개월 동안 미납금액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이곳은 1984년 지어진 개별면적 58㎡의 전형적인 서민형 아파트다. A씨의 자녀 B씨는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민아파트 관리비 1200만원 부과하며, 장기수선충당금 통장을 경찰서에 맡겨놨다는 이곳은 아파트버전 도가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은 이 아파트가 비의무관리대상이라는 허점을 이용, 운영진들이 입주민들을 볼모로 하고 관리비를 허위로 부과했다는 게 요지다. B씨는 "아파트 거주자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들"이라고 했다.
A씨가 2018년 3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9개월 간 납입한 관리비 납부확인서에는 매월 평균 7만 원 가량의 관리비를 납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납도 일반수납과 자동이체를 번갈아가며 해왔다. 이런 청구서를 내보낸 이유에 대해 A씨는 "운영위원회가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아 법적 소송을 했고 운영진이 교체되자 보복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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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 납부했지만, 전체 미납액 2년 사이 2배 증가━
A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서 고지서를 내보내지 않아 미납된 것은 고작 2~3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파트 측에서 부과한 806만3920원 중 관리비 납부확인서를 토대로 2011년부터 2018년 3월 이전까지 86개월 간 A씨가 단 한 번도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계산해보면, 월 9만3766원 꼴이다. 월 평균 사용금액보다도 20% 가량 높다. 문제는 이렇게 부과된 주택이 모두 8세대에 달한다는 것. 그러나 A씨는 자신이 체납되지 않았다며 증거로 영수증을 제시했다.
아파트 입구 관리사무소에 걸린 펼침막. 4개월 이상 미납한 금액이 7000만원을 넘는다. /사진=김종연 기자
아파트 운영위원회 측은 지난 6월 경 아파트 내 2곳에 펼침막을 사용해 미납세대 수와 금액을 공개했다. 이 펼침막에는 1개월 미납 3세대 24만원, 2개월 미납 1세대 19만원, 4개월 이상 미납 8세대 7487만2000원이라고 했다.동구청은 지난해 9월 16일부터 이틀 간 이 아파트에 대해 실시한 '공동주택관리 민·관합동감사' 자료에는 '2017년 12월 31일 현재 아파트 수기장부상 미수관리비는 16세대에 3860만원'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2년 사이에 아파트 미납금액이 2배로 늘어났고, 채납가구는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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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 엉망진창...지난해 동구청 합동감사서 곳곳 부실관리 지적━
더군다나 관리비 수입 지출 관련 통장거래 내역 또한 이 아파트 측에서는 합동조사단에 통장거래내역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수입과 지출 내역에 대한 세금계산서 등 적격증빙에 대한 관리 뿐 아니라 통장거래내역과 통장잔액을 관리주체가 검증하도록 돼 있지만, 관리가 소홀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아파트 규정을 무시하고 무보수 봉사직 임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800만원을 지급했으며, 총액 4400만원 상당의 옥상방수공사는 입찰 또는 비교견적을 진행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고, 세금계산서 등 적격증빙 서류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음이 지적됐다. 특히, 합동감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당 공동주택은 최초 시멘트 액체방수 후 무근콘크리트 타설했다"며 "추후 1차 우레탄방수를 시공 후 2차 시공을 하였으나, 2차 방수 시공상태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24일 방수업계 전문가는 "옥탑을 포함해 장비운용까지 들여야 1㎡당 2만원 수준 정도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가 납부했던 관리비 내역 확인서. /사진=김종연 기자
동구청 관계자는 "합동감사 당시에도 각종 자료를 요구했으나 운영위원회 측이 제출한 자료가 부실했다"며 "아파트 회장 선출도 했다고는 하는데, 자기들끼리 한 것 같다. 입주민들의 동의서를 징구했어야 하는데, 증빙자료가 없다"고 했다.아파트 운영회 회장은 미납금액 부과와 관련해 전화를 했으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느냐"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다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 아파트 회장은 연락을 회피했다. 다른 언론과의 전화연락에도 "나는 모른다"며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의 관리업체도 "부대표가 내용을 안다"고 했지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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