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택배기사 사망에 택배사들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주 CJ대한통운에 이어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지난 26일 택배기사 보호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연이은 택배기사 사망에 택배사들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주 CJ대한통운에 이어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지난 26일 택배기사 보호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택배사의 겉핥기라고 주장한다. 한인임 시민단체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지난 26일 "본사에서 대리점에 대책 마련 지시를 내리면 대리점에서 행하겠지만 갑을관계이기 때문에 (본사) 입맛에 맞춰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일부는 택배사의 대책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지만 시행 시기 이후 어떻게 변화되는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자사 택배기사를 위한 어떤 대책을 마련했나?


CJ대한통운 "적정 배송량 체크한다"
정태영 CJ대한통운은 택배부문장(사진)은 지난 22일 택배기사들의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오는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사진=임한별 기자

CJ대한통운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기사들의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오는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정태영 CJ대한통운은 택배부문장은 이날 "현장에 자동분류설비인 휠소터가 구축돼 있어 분류지원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면 택배기사들의 작업시간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년 5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추가인력 채용 등 구체적 내용은 대리점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은 지원인력 투입으로 분류업무를 하지 않게 된 택배기사들에 오전 업무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시간선택 근무제도'를 진행한다.

전문기관을 통해 건강한 성인이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한 뒤 택배기사들이 적정 배송량을 초과해 일하지 않도록 바꿔 나갈 예정이다.


정 부문장은 "초과물량이 나올 경우 택배기사 3~4명이 팀을 이뤄 물량을 분담해 개별 택배기사에게 부담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부연했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가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사망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고 김원종씨(48‧남)가 생전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해 파장이 일었다. 이 분위기 속에 김씨의 신청서를 누군가 대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은 커졌다.

정 부문장은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건강검진 주기는 오는 2021년부터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뇌심혈관계 검사 항목을 추가하기로 했다"면서 "매년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CJ대한통운이 전액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택배기사가 건강검진에서 고위험군으로 판정되면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대리점 업무 배제 혹은 물량축소 등을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택배기사의 생계인 배송 업무가 중단됐을 경우 본사에서 이를 지원한다는 대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CJ대한통운은 오는 2022년까지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MP)를 추가 구축해 현장 자동화 수준을 높인다고 전했다.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도 조성한다.

정 부문장은 "택배기사 자녀 학자금 및 경조금 지원과는 별개로 상생협력기금을 긴급생계 지원, 업무 만족도 제고 등 복지 증진 활동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 택배사 최초 "심야배송 중단"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6일 분류지원인력 1000명 단계적 투입 등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사진=롯데글로벌로지스 제공

한진은 지난 26일 ▲심야배송 중단 ▲분류지원인력 1000명 투입 ▲터미널 자동화 투자 확대 ▲택배기사 건강보호 조치 마련 등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전했다.
이중 눈에 띄는 건 심야배송 중단이다.

한진은 오는 11월1일부터 심야배송을 중단하고 이에 따른 당일 미배송한 물량은 다음날 배송하도록 하기로 결정했다.

화요일 혹은 수요일에 집중되는 물량은 주중 다른 날로 분산해 특정일에 근로강도가 편중되지 않으면서 수입은 기존 대비 감소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설날, 추석 등 물량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이에 맞게 필요 차량 증차 및 인원을 증원한다고 밝혔다.

한진은 분류지원인력을 오는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투입인원은 약 1000명 규모로 추산되며 이에 따른 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

한진은 택배기사의 분류작업 부담을 경감해 배송에 전념하도록 지원체계를 갖춰나간다고 전했다.

또 분류시간 단축을 위해 오는 2021년 적용 가능한 터미널을 대상으로 500억원을 투자해 자동 분류기를 추가 도입한다. 한진은 현재도 3000억원을 투자해 대전 메가 허브 터미널을 구축하는 등 오는 2023년까지 택배부문에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효율적인 네트워크 운영 및 집배송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진은 전국 모든 대리점에 택배기사의 가입 현황을 즉시 조사하고 대리점과의 협의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을 100%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택배기사가 취약한 심혈관계 검사를 포함한 건강검진을 회사 부담으로 매년 실시한다.

한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현장을 빠르게 파악한 뒤 내놓은 것"이라면서 "택배기사들이 속한 대리점과는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분류인력 1000명 본사 전액 지급"

롯데글로벌로지스도 같은 날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내놨다.
먼저 대리점 및 택배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분류지원인력 1000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나갈 예정이다.

분류지원인력에 대한 인건비는 본사에서 전액 지원한다.

또 전문 컨설팅 기관과 대리점 협의를 통해 택배기사가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한 뒤 적용하는 물량 조절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또 전문 컨설팅 기관과 대리점 협의를 통해 택배기사가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한 뒤 적용하는 물량 조절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기사들의 업무 부담 및 피로도 개선을 위해 건강검진버스를 활용해 연 1회 건강검진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최근 문제가 됐던 산업재해 신청서 관련 대책도 마련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는 2021년부터 대리점 계약 시 소속 택배기사들에 대한 산재보험 100% 가입을 계약조건에 반영시킨다.

현장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약 5000억원을 투입해 인프라도 대폭 확대한다.

더불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상하차 지원금을 단계적으로 전 집배센터에 지원하고 고객서비스 개선을 위해 제도화 돼 있던 페널티 부과제도를 폐지한다. 우수 택배기사에 대한 포상을 확대해 운영할 예정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이날 대책 시행 시기를 묻는 기자에 "대리점과 택배기사들을 만나 협의책을 조율한 뒤 바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