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거래시장 확대로 택배 업계는 연일 고공 행진 중이지만 택배기사를 위한 제도는 개선되지 않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970년 전태일 열사는 몸에 불을 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거래시장 확대로 택배 업계는 연일 고공 행진 중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 택배기사 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거래시장 확대로 택배 업계는 연일 고공 행진 중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 택배기사 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010년 기준 택배기사는 약 3만여명이라고 발표했다. 2017년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는 전국에 약 5만여명의 택배기사가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 등의 배송기사까지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 늘어난다.
이처럼 택배기사 수는 증가했지만 이들을 위한 제도는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13명이 과로로 사망했다.
덩치가 커진 택배사와 달리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택배 업계. 이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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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택배사 "전원 산재 가입"… 대책 뜯어보니━
연이은 택배기사의 과로사로 국내 3대 택배사는 최근 대책을 내놨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원종씨(48·남)가 배송 작업 중 가슴통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후 김씨가 생전 산업재해(이하 산재) 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해 산재보험료를 지급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대리점 측이 대필했다는 의혹 보도가 나오며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 산재를 둘러싼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산재보험은 산재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책임을 지는 의무보험이다.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사업주로부터 소정의 보험료를 징수하고 그 기금으로 근로자에게 보상한다.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며 선택적으로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에 국내 3대 택배사는 대책을 내놨다. CJ대한통운은 전원 산재 가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시기는 미정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는 2021년부터 대리점 계약 시 소속 택배기사에 100% 산재보험 가입 계약 조건을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한진은 오는 2021년 상반기까지 전원 산재보험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본사가 실질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산재보험은 대리점과 택배기사가 각각 50%씩 지불하기 때문.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대리점과 택배기사가 부담을 안게 된다"며 "본사에서 비용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영업자인 택배기사는 차량 구입부터 유지비용, 물품사고비용, 각종 소모품 구입비용, 휴대폰 비용 등을 스스로 감당하는데 산재보험까지 부담하기 어렵다.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지난 20일 사망한 경남 창원 진해구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택배기사 김모씨는 유서를 통해 "우리(택배기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구매에, 전용 번호판까지…(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200만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택배 업계는 본사 측의 산재보험료 지출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와 택배기사가 계약 관계인 것이 아니다"며 "본사 부담에 있어서는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특고는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건설기계 운전원,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대리기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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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방지 대책 없을까?━
이들과 계약한 사업주는 노무를 제공받는 날을 기준으로 다음달 15일까지 입직신고를 해야 한다. 입직신고는 산재보험 신고를 뜻한다.
입직신고를 하면 산재보험에 자동 가입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사업주들은 산재보험료 지불을 부담스러워한다.
시민단체 일과건강이 지난해 5월 특고 767명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작성 경험을 조사한 결과 445명(58.0%)이 '작성한 적 없다'고 답했다.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을 직접 요청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을 직접 요청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택배기사의 사업주 즉, 대리점과의 관계에서 택배기사는 을이기 때문에 대부분 입직신고 신청을 요구하지 않는다.
산재보험법에 따라 특고 노동자가 입직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는 1건당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해야 한다.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일각에서는 택배기사 연이은 사망에 과태료 처분을 벌금으로 강화해 입직신고를 누락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이를 주목했다.
정치권도 이를 주목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특고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와 국회는 2013년부터 산재보험 의무화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몇차례 무산됐다. 기업 부담이 커진다는 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
하지만 최근 연이어 택배기사 사망과 이들의 업무 환경 등이 논란을 빚으면서 정치권은 강경하게 업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강은미 의원(정의당·비례대표)은 "기업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택배사가 특고 산재보험 등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산재의 위험으로부터 택배기사가 보호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택배기사의 권리이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7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과 관련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기사의 계약기간을 6년 이상으로 상향해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10월 한 달간 대한민국에서 택배 업계 현실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드러났다.
강은미 의원(정의당·비례대표)은 "기업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택배사가 특고 산재보험 등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산재의 위험으로부터 택배기사가 보호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택배기사의 권리이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7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과 관련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기사의 계약기간을 6년 이상으로 상향해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10월 한 달간 대한민국에서 택배 업계 현실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드러났다.
국민들은 이미 노동자들의 사망이 예견돼 왔지만 관심이 없었기에 대처가 늦은 것이라며 탄식했다.
지난 22일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기사 지원 방안 발표 자리에서 '과거에도 택배기사 사망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했을 텐데 그동안 정부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한 번도 없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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