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우 직방 대표이사가 2월1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앞 GT타워 본사에서 머니S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장동규 기자
‘화면을 터치해 집안을 이동해보세요.’ ‘드래그해서 시선 방향을 바꿔보세요.’
스마트폰 속 아파트 모델하우스. 가상현실(VR) 홈 투어를 이용해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청약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확인한다. 입주 후엔 모바일 아파트 커뮤니티에 접속해 다른 주민들과 교류한다. 젊은 맞벌이 부모는 바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세탁·청소 대행과 관리비 정산 등 집안일을 스마트폰으로 처리하고 단지 내 놀이터 CCTV도 관리한다.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땐 수리를 신청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단 한 개의 앱에서 이뤄진다!
누적 앱 다운로드 수 3000만회. 단순 계산하면 국내 경제활동인구(2738만명) 이상이 적어도 한번은 이용했을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서비스 출시 10년차를 맞아 ‘라이프 플랫폼’으로의 변화에 도전하고 있다. 직방 앱에 접속하면 기존의 부동산 메뉴 외에 ‘우리집’과 ‘컨시어지’ 서비스가 새로 생겼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주거문화는 큰 변화를 맞았다. 집은 더 이상 휴식하고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게 됐다. 재택근무를 하고(홈오피스) 가족과 여가를 보내고(홈캠핑) 사교를 즐기는(홈파티), 누군가에겐 일상생활의 모든 시간을 차지하는 공간이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주택 중개거래 플랫폼이던 직방의 서비스에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지난 2월16일 인터뷰를 진행한 강남역 GT타워 5층의 직방 라운지도 기존의 오피스 이미지가 아니었다. 파티션이나 개인 업무공간이 존재하지 않고 공유오피스의 카페를 연상시키는 구조. 최근 100% 재택근무화를 시행한 직방은 일주일에 한 번 팀 미팅이나 외부 비즈니스 회의가 있을 때 이 공간을 활용한다.
“앞으론 이 공간조차 필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글로벌 산업 각 분야의 플랫폼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팬데믹 이후 비대면(언택트)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지만 여전히 부동산업은 디지털 전환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김영찬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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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간 사라진 장벽, 한번에 많은 기능을 하는 플랫폼”━
스마트폰으로 집을 보고 오프라인에서 만나 거래하는 직방 서비스는 2012년 출시 당시만 해도 혁명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사람들은 정기적인 물건 배송은 물론 장보기와 가사·육아 대행까지 생활의 모든 서비스를 앱으로 해결한다.안 대표는 “의식주 가운데 부동산은 가장 비싼 재화임에도 공급자 중심의 가격 정보에 대한 불신이 높다”며 “부동산보다 값싼 옷과 음식을 살 때는 훨씬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찾고 비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산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경험한 소비자는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원한다”며 “부동산과 IT 서비스를 결합한 ‘프롭테크’가 이런 부동산업의 전통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동산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프롭테크 기업 직방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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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성보다 신뢰가 더 중요해”━
직방은 부동산 중개거래의 모바일화를 최초로 이룬 기업이지만 서비스 초창기만 해도 이용자가 온라인 정보를 쉽게 믿지 않았다. 실제 집의 상태가 온라인으로 제공된 정보와 다르거나 가격·입지 등을 고의로 속인 ‘허위매물’이 많다는 비판도 해결할 문제였다.안 대표는 “플랫폼 기업엔 신뢰 하락이 생존을 흔드는 문제라고 인식돼 강력한 대응 체계를 마련해 시행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개 의뢰인의 사정에 따라 계약 희망조건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 가령 10억원에 내놓은 매물을 다음날 1000만원 더 올릴 수 있는 것이 부동산 거래시장의 특성”이라며 “고객안심콜을 365일 휴일 없이 운영해 상담 내용과 광고 정보가 다르면 공인중개사에게 광고 수정 조치를 하고 안심운영정책을 어긴 경우 페널티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고객안심콜은 이용자가 공인중개사와 상담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직방 직원이 전화를 통해 확인하는 제도다. 공급자가 매물을 내놓을 때 다른 중개 플랫폼은 검증 없이 일단 업로드되지만 직방은 승인되는 데만 수일이 소요된다. 다소 느리더라도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김영찬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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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CG 기술로 현실과 가상 잇는다”━
학창시절 온라인게임을 즐겨했던 안 대표는 학과 친구와 함께 한 게임회사 아르바이트가 사회생활의 시작이었다. 1990년대 후반 인기 웹게임이던 ‘아크메이지’를 만든 마리텔레콤이다. 현재 최고의 게임회사가 된 엔씨소프트에서 개발업무도 수행했다. 이때의 경험이 계기가 돼 자연스럽게 벤처를 꿈꾸게 됐고 모바일 결제 플랫폼사업에 도전했다가 1년여 만에 접었다.두 번째 스타트업인 직방은 골드만삭스·캡스톤파트너스·알토스벤처스 등 10여개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고속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직방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테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9년 3월 론칭한 모바일 모델하우스는 오프라인과 거의 똑같은 유닛 내부를 게임하듯 둘러볼 수 있고 마감재의 표면까지 생생히 표현했다. 최근 분양한 ‘호반써밋 DMC 힐즈’는 모델하우스 영상으로 지자체의 인허가도 받아냈다. 영상 기술이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로서 역할을 하는 것.
안 대표는 “한국에는 기술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이 있다”며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최초 프로젝트인 아파트 3차원 컴퓨터그래픽(3D-CG) 서비스를 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직방은 3D-CG 기술을 이용해 아파트의 실제 모습을 디지털화한 아파트 정보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방문 없이 동·호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실제와 가상세계를 잇는 디지털 트윈(Digital-Twin)이다.
직방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모든 서비스에 적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안 대표는 “해외를 보면 부동산 중개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챗봇이나 VR 툴을 사용하는데 한국은 사례가 적은 편”이라며 “직방은 이러한 툴을 제공해 수익 창출만이 아니라 공인중개사가 부담하는 광고비의 효율을 높이는 데도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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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가정 양립의 방법은?━
7세·4세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이기도 한 그는 한 달에 하루나 이틀을 정해 일하지 않고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아내와 동등하게 육아와 집안일을 하고 자녀 교육에도 힘쓰는 이유는 개인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직방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그는 자녀들에게 “수영을 배울 때 네겐 일이 아니지만 선생님은 일을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 일이다”라고 가르쳤다. 안 대표가 입사 직원들을 환영할 때 보내는 메시지에는 ‘세상에서 꼭 해결돼야 할 문제지만 아직 누구도 풀지 않은 것을 풀어내는 사람들’이란 문구가 있다.
안 대표의 습관 중 하나는 미래 10년의 계획을 세우고 엑셀에 정리해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계획은 실제와 다를 수 있고 수정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계획과 현실이 맞아떨어질 때도 있다.
“앞으로 기업에서 대표이사가 갖는 의미나 역할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저 역시 직방의 여러 대표 가운데 한 구성원일 뿐이고 누군가 저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직방의 구성원으로 계속 남고 싶습니다. 집을 구할 때뿐 아니라 이후의 생활까지 편리함을 주며 주거문화의 혁신을 이루는 프롭테크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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