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사는 소수민족들을 다른 지방으로 강제로 이주시켜 인구 감소를 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위대가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족의 인구를 줄이고 한족에 동화시키기 위해 위구르족들을 강제 이주시켰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는 지난 2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와 중국 관영 방송 영상을 공개하고 위구르족 강제 이주 현실을 고발했다. BBC가 공개한 보고서는 중국 고위 관리들을 위해 작성된 문서로 지난 2019년 12월 온라인에 유출됐다.
중국 난카이대 학자들은 이 보고서에서 위구르족 대량 이주가 "위구르 소수민족을 (한족에) 동화시키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위구르족을 뿌리 뽑고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것은 위구르족 밀도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기존 입장과 배치돼 파장이 예상된다. 그간 중국 정부는 신장 자치구 위구르족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것은 소득을 증가시키고 만성적인 농촌의 실업과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위구르족 전체가 폭도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이 위구르족을 집단 수용소에 배치하는 정책이 너무 극단적"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는 2019년 당시 해외 위구르족 연구자에 의해 발견됐지만 몇달 후 삭제됐다.
미국 홀로코스터 기념관의 선임 고문이었던 에린 패럴 로젠버그는 보고서에 대해 "강제 이주와 박해 등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해 신뢰할만한 근거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외교부는 서명 성명을 통해 "해당 보고서는 저자의 개인적 견해"라며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맞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공개한 권위 있는 정보를 신장 관련 보도의 근거로 삼기를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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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자치구 관리들, 할당량 부여받아… 中 관영 매체서 실제 사례 보도 ━
신장 자치구 내 모든 마을에는 이주노동자 모집소가 있고 이곳 관리들은 이주 목표치를 할당받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카슈가르 구시가지에 설치된 보안 카메라. /사진=로이터
BBC는 신장 자치구에서 위구르족과 카자흐스탄인, 기타 소수민족이 이주할 것을 압박받는 모습을 더 적나라하게보여주는 중국 관영 방송 영상도 공개했다. 방송 속 중국 관리들은 19세 여성에게 신장 자치구를 떠나 안후이성으로 떠날 것을 요구한다. 이 관리들은 신장 자치구에 남으면 곧 결혼해야 하며 결코 떠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여성은 고개를 가로젓고 눈물을 흘리며 "안 갈 것"이라고 대답하지만 관리들과 관영 뉴스 기자들 앞에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남들이 간다면 가겠다"고 말한다.
해당 방송은 고향을 떠나 안후이의 방직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의 3개월 뒤 모습을 소개하며 그가 다른 이들과 동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조명한다.
인권전문가인 로라 머피 영국 셰필드할람대 교수는 이 방송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주 노동이) 자발적이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이 저항할 수 없는 강압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BBC에 따르면 신장 자치구 내 모든 마을에 이주노동자 모집소가 있고 이곳 관리들에게는 이주 목표치가 할당된다. 소수민족들은 이주가 결정되면 사상 교육을 거쳐 공장으로 가게 된다. 공장에 도착해서는 관리자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관리를 받는다.
BBC가 방문한 6곳의 공장 중 최소 2곳은 자유롭게 외출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위구르족을 강제 노동시키는 공장에서는 미국 신발 제조업체의 운동화나 영국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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