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미국대사관 앞에 설치된 철제봉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진행 중인 세종대로 동측의 주한미국대사관 앞 보도에 최근 붉은색 쇠말뚝이 빼곡하게 설치됐다. 일부 시민들은 '미관을 해친다'고 우려한 이 쇠말뚝은 미국대사관의 안전을 확보하는 장치의 일부다.
23일 찾은 미국대사관 앞 보도는 현재 보도블록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진입할 수 없었다. 보행자들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차도 바깥 부분에 마련된 임시 통행로를 이용해야 한다.
통행로를 걷는 동안 눈에 띈 것은 새로 꾸며지는 보도가 아닌 보도 경계에 설치된 원통형 철제봉이었다. 사람 1명이 지나갈 정도의 촘촘한 간격으로 주한미국대사관의 세종대로쪽 담벼락을 감싸고 있었다.
길을 지나던 시민 A씨는 "허리보다 높게 오는 쇠말뚝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니 조금 무섭다"며 "보도가 예쁘게 만들어져도 옆에 저런 경계가 있다면 영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예전에는 보도에 가로수가 있었고 경계도 쇠말뚝이 아닌 콘크리트 화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삭막한 디자인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한다"고 걱정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현재는 충분히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면서도 "정비 공사가 끝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쇠말뚝은 미국대사관의 벽에 돌진하는 차량을 막기 위해 설치됐다. 쇠말뚝을 기둥으로 삼아 콘크리트로 벽을 세우는 방식으로 광화문광장 공사 이전과 같은 형태라고 한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 이전 미국대사관 앞 보도의 모습. 현재의 쇠말뚝은 사진과 같은 콘크리트 벽으로 조성된다.(서울시 제공)© 뉴스1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곳은 콘크리트만으로 충분하겠지만 미국대사관의 경우 대형 차량이 테러를 할 수 있어 튼튼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뼈대가 필요하다"며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는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차량 충돌 방지용 벽을 설치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미국대사관 측이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와 미국대사관은 쇠말뚝과 콘크리트 벽 모두 이전과 같은 규격으로 설치하기로 협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또 "콘크리트벽은 그대로라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영향으로 미국대사관 앞 보도의 폭은 좁아진다"며 "다만 기존에 있던 가로수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 실질적으로 보행하는 여유폭은 이전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건물에 차량이 충돌하는 일은 많지 않으나 이를 막을 벽이 필수적이라는 미국 측의 요구는 무리가 아니라고 서울시는 판단했다. 한국인이 미국대사관에 위협을 가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6월 25일 한 남성이 차량 트렁크에 부탄가스를 싣고 미국대사관 정문으로 돌진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불과 나흘 앞둔 시점이었기에 긴장이 더욱 커졌다.
2018년 6월 7일에는 한 현직 공무원이 "미국에 망명하고 싶다"며 자신의 차를 몰고 미국대사관 정문을 들이받아 파손했다. 미국 정부는 이 공무원에 엄중한 처벌을 바란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이지만 한국의 유명인사 중에도 과거 미국대사관을 향해 테러를 벌인 사람이 있고 반미단체는 지금도 곳곳에 있다"며 "전임 해리스 대사의 관저를 침입한 국민도 있어 미국의 '안전요구'를 거부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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