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세희 화요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화요의 고유한 맛과 향을 느끼기 위해 주로 스트레이트로 마십니다. 최근에는 술이 약해져서 얼음을 채워 온더록스로 마시기도 합니다.”

문세희 화요 대표가 증류식 소주 브랜드 ‘화요’를 즐기는 자신만의 방식을 공개했다. 전문가라면 좀 더 특별하게 술을 마실 줄 알았지만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술을 만드는 데 있어선 문 대표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문 대표는 증류주만 40년 넘게 개발해온 술 명장이다. 2003년 11월 화요에 합류하기 전까지 약 23년 동안 진로(현 하이트진로)에 몸담으며 ‘참이슬’과 ‘참나무통 맑은소주’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주류 개발에 다수 참여했다. 현재 증류식 소주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작 ‘화요25’도 문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도자기 빛내는 조연에서 주연으로
화요는 도자기 업체인 광주요그룹에서 운영하는 증류식 소주 브랜드이자 기업이다. 광주요그룹이 도자기의 세계화를 준비하면서 한식 레스토랑 ‘가온’과 함께 화요를 설립했다. 자체 생산한 도자기에 우리 음식과 술을 담아 함께 세계에 알린다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처음엔 도자기를 빛내기 위한 조연에 불과했지만 화요가 애주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광주요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발돋움했다. 

문 대표는 “광주요그룹은 도자기를 만드는 회사다. 2003년 한식을 담은 도자기를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한식 레스토랑 가온을 열었다”며 “더 나아가 한식에 곁들일 술이 필요해 만드는 것이 화요”라고 설명했다.

화요는 2005년 1월 ‘화요25’와 ‘화요41’을 출시하며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시 초기에는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저렴한 희석식 소주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국내 주류 시장에서 증류식 소주의 낮은 인지도가 발목을 잡았다.

소주는 크게 곡물을 발효·증류시켜 만든 증류식과 주정(에탄올)에 물과 첨가물을 타서 만드는 희석식으로 나뉜다. 증류식 소주는 곡물로 담근 밑술을 증류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알코올 도수가 높지만 맛과 향이 풍부해 고급술로 평가된다. 다만 제조 방법이 까다롭고 좋은 원료를 사용하면서 희석식 소주보다 10배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문 대표는 “술은 기호식품이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서 “화요 출시 당시 기존 증류식 소주들은 맛이 강하고 일정하지 않아 소비자가 충분히 만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술의 가치는 맛과 향기와 일정한 품질”이라면서 “화요는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구현하기 위해 예로부터 내려오는 제조방식을 고수하면서도 공정별로 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를 제거했다”고 강조했다.

(아래부터) 화요17, 화요25, 화요41, 화요53, 화요X.P /사진=그래픽=김영찬 기자

강하고 불규칙한 맛은 가라
과거 증류식 소주를 만들 때 선조들은 항아리 모양의 소줏고리를 주로 사용했다. 양조에 쓰는 대표적인 옹기다. 하지만 전통 방식은 높은 온도에서 증류를 하다 보니 맛이 강하고 탄내가 났다.

문 대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압을 조절해 끓는점을 낮추는 감압증류 방식에 주목했다. 1기압을 감압시키면 약 40도에서 증류된다. 사람이 목욕할 때 쓰는 정도의 온도로 증류해 탄내를 줄이고 강한 맛도 나지 않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증류식 소주에 반감을 보이는 다른 이유는 누룩 냄새다. 누룩은 술을 빚는 데 쓰는 발효제다. 자연 상태에서 발효될 경우 공기 중의 다양한 미생물이 스며들어 맛과 향이 풍부해지는 반면 역한 냄새를 풍길 수도 있다. 이에 문 대표는 필요한 미생물만 배합실에서 기를 수 있는 인공배양 효모 입국을 사용해 품질을 유지했다. 보다 효율적으로 술을 숙성시키기 위해 옹기도 활용했다.

문 대표는 “이 같은 방식을 모두 조합해 소주를 만들었더니 부드럽고 원숙한 향이 나는 화요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화요의 인기는 의외의 곳에서 폭발했다. 식당이나 가정이 아닌 군부대에서 화요의 매출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군 간부들이 군 매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화요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화요는 군인들의 호응에 힘입어 2015년 매출 100억원대를 달성하고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지난해는 매출이 260억원까지 오르면서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문 대표에 따르면 증류식 소주 시장은 2015년 이후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400억원대로 아직 협소한 편이다. 10조원대에 달하는 국내 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4%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문 대표는 “최근 소득이나 생활수준 향상으로 개성적이고 고급화된 술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증류식 소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사진=장동규 기자
국내 아닌 세계 술과 경쟁
주류 업체가 증류식 소주를 만드는 방법은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동일한 원료와 제조 방식을 가지고 만들어도 술의 맛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발효·증류·숙성 등 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문 대표는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인 가양주(집에서 빚는 술)는 과학적인 근거나 데이터 없이 오로지 사람의 감에 의존해 술을 만들기 때문에 일정한 맛을 내기가 어렵다”며 “누가 만들어도 차이가 없고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도록 공정관리방법과 매뉴얼을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요는 일정한 맛을 유지하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전체 제조 공정을 체계적으로 관리·운영하고 있다. 온도와 시간 등 모든 공정에서 작업 방법을 표준화했다. 지난해는 업계 최초로 여주 생산공장에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도입하며 현재 기계화에서 자동화로 바꾸는 공장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 대표는 “전통주 공장은 대체로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이지만 화요는 처음부터 위생적인 설비 시설을 추구했다”며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증류식 소주 시장을 선도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요그룹이 꿈꿨던 세계화를 향한 도전은 화요를 통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화요는 2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수출 실적은 전체 매출의 약 5%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으로 판로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화요 제품군도 면밀히 살펴보면 세계 주류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알코올 도수가 가장 낮은 ‘화요17’은 사케나 와인에 대응하는 제품이다. 화요25는 일본 소주, 화요41은 보드카, 화요53은 중국 백주와 경쟁하기 위해 시장에 선보였다. ‘화요X.P’도 위스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출시된 제품이다.

문 대표는 “화요는 국내 술과 경쟁하기 위한 제품이 아니다”라며 “세계에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술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