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하가 보살핌을 받고 싶은 속마음을 고백했다. /사진=동상이몽2 제공
이날 김성은은 남편 정조국에게 첫째 태하의 달라진 행동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김성은은 "최근 들어 태하가 잠도 따로 자려고 하고 숨기는 게 있는 것처럼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거 같다"며 말했다. 정조국도 "나도 약간 느낀다. 통화할 때마다 말투나 말하는 느낌이 조금은 사춘기 같다고 해야 하나? 숨기는 게 있는 느낌"이라고 걱정했다.
김성은-정조국 부부는 12세 태하의 속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함께 심리 상담 센터를 방문했다. 노규식 박사는 가장 먼저 태하의 숨겨진 본심을 알아보기 위해 모래 놀이 치료를 시작했다. 피규어들로 자유롭게 모래판을 꾸며보라는 말에 태하는 낙타와 로봇, 각종 무기와 군대 등을 배치했다.태하는 피규어를 보면서 자신이 생각해낸 스토리를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투영한 이야기를 시작했고 "날 도와주러 올 사람은 없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노규식 박사와 태하의 심층 대화가 시작됐다. 태하는 학교생활 중 가장 힘든 게 어떤 거냐는 질문에 "딱히 없는데 굳이 꼽자면 국어 시간이다. 재미없는 건 아닌데 다른 과목에 비해 흥미가 떨어진다"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재미없다는 말을 애써 돌려 말하는 태하에게 노규식 박사는 이유를 물었다. 태하는 "선생님이 가르친 보람이 없을까봐. 선생님한테 미안할 거 같다. 계속 미안함을 갖고 살 거 같다"며 아이답지 않은 배려심을 보였다.
태하는 한 달째 혼자 자는 이유에 대한 속마음도 털어놨다. 태하는 "엄마와 같이 자면 엄마가 얘기하는 것도 해줘야한다. 아빠가 없을 때가 많으니까"라며 "축구 하고 와서 힘든데 엄마가 해달라는 걸 하면 또 힘드니까 이제는 주로 혼자 방에서 있는 편이다"고 말했다. 김성은은 "내가 시키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며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태하는 엄마를 위해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만약 내가 불편하다고 하면 엄마가 또 해줘야하지 않냐"며 "엄마가 힘든 일을 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내가 열두 살인데 못할 게 뭐가 있겠냐. 기저귀 갈고 윤하 씻기고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하는 "가끔 너무 힘들 때는 마음에 걸리지만 짜증날 때마다 아빠가 없는 빈 자리를 생각하면서 무조건하려고 한다"며 "아빠의 빈 자리를 메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주려고 노력하는 마음인데 아빠가 아니라 못 해줄 수 있는 게 있지 않냐. 그런 걸 엄마가 다 해야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털어놨다.
노규식 박사는 어린 나이에 '가장의 무게' 때문에 힘들어하는 태하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김성은은 "요즘 아이들에게 화가 많아졌다. 아이들이 잘못되면 100% 다 내 책임인 거 같다"며 "한 명, 한 명 쏟아야하는 게 부족하니까 자꾸 구멍이 보여서 내 책임 같고, 내가 제대로 수행했다고 생각하지 못하니까 실망감이 크고 더 잘하고 싶으니까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화를 못 참는다"며 미안함에 오열했다.
노규식 박사는 김성은의 육아 번아웃 극복 방법으로 그의 스트레스 해소법인 '청소'를 언급하며 "우선순위를 재설정해라. 넓지 않은 한 곳만 정리해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노규식 박사는 태하의 속마음이 드러난 글을 김성은-정조국에게 보여줬다. 태하는 '내가 동물로 변할 수 있다면 강아지가 되고 싶다. 왜냐면 보살핌을 받을 수 있으니까'라며 가장의 책임감보다는 때로는 보살핌을 받고 싶은 12세 소년의 마음을 드러내 김성은을 오열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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