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2021.7.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과천=뉴스1) 한유주 기자,장은지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우선적 관할을 주장하는 검사 비위 사건을 두고 검찰과의 관할권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대검찰청의 검사 비위 사건 이첩 기준에 대해 공수처가 "검찰 제 식구 감싸기"라고 반발하자 대검은 6일 오후 늦게 입장문을 내고 "'제 식구 감싸기' 등의 문제는 발생하기 어렵다"며 이례적으로 공식 반박했다.
검사 비위 사건에 혐의가 없으면 검찰이 자체적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워 두 기관의 대치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대검찰청의 '수사처 이첩 대상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검토' 문건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 필요성 또는 수사 가치가 없거나 '혐의없음' 등 불기소 결정 때는 공수처에 이첩할 사건이라 볼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르면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 대검은 이 규정에서 '범죄혐의를 발견한 경우'를 "조사, 검증 등을 통해 범죄혐의가 있음을 확인한 경우로 해석해야 함이 상당하다"고 좁혀 해석했다. 공수처에 사건을 넘기기 전 압수수색 등 자체적인 강제수사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혐의가 발견되지 않으면 자체 불기소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검은 이러한 입장을 공수처에도 보냈다.
앞서 공수처는 검찰이 검사 비위 사건을 자체 종결한 사례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대검에 공수처 출범 이후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에 관한 전체 사건목록, 불기소결정문 전체, 기록목록 전부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대검은 이를 거부하며 해당 검토 문건을 함께 발송했다.
공수처는 대검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검사 관련 사건 기소율이 1%대인 현실을 고려했을 때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검사 사건은 공수처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게 공수처의 일관된 주장이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지난달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검사 사건을 스스로 수사하고 공소제기 여부까지 결정하는 것을 국민이 믿지 못하고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공수처가 하라고 법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공수처가 검사 비위 사건에 최소 우선적 관할, 크게는 전속적인 관할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양 기관이 접점을 찾을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통 채널도 부재하다. 공수처와 줄곧 소통해왔던 형사정책담당관은 최근 단행된 검찰 정기인사에서 새 인물로 교체됐다. 출범 초기 열렸던 공수처와 검찰 간 실무협의체도 몇 달째 공전 중이다.
검찰도 적극 반박에 나섰다.
대검은 이날 설명자료에서 "검찰이나 경찰도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데 혐의를 확인할 증거가 없으면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라고 볼 수가 없어 공수처에 이첩하지 않게 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검사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결정이 있더라도 불복하거나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공수처에 고소·고발 등을 통해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 절차가 보장돼 있으므로 '제 식구 감싸기'의 문제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2021.6.1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법조계에선 외부 중재자가 나서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교수)은 "공수처 규칙과 검찰 규칙 모두 내부적인 효력 밖에 없어 둘 사이에서는 효력을 미칠 수가 없다"며 "양 기관이 만나서 조정하거나 여의치 않다면 두 기관의 임명권자인 청와대가 나서 조정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을 강하게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선 검찰이 검사 비위 사건을 '셀프 종결'하지 못하도록 공수처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커 법령 마련 가능성도 거론된다.
송기헌 의원은 앞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검찰과 공수처간 사건 이첩 갈등 문제를 짚으며 "해당 부분을 검찰·경찰과 논의할 것이 아니라 실제 법령을 만들 수 있는 법무부 및 행정안전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진욱 공수처장은 "말씀대로 법령으로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참고하겠다"고 화답했다.
실제 공수처와 검찰간 관계를 정밀하게 규정한 대통령령 등이 마련될 경우엔 하위법인 대검 예규는 효력을 잃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가 중재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